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장두노미(臧頭露尾)’를 꼽았다.
이 말은 중국 원나라 시대의 왕엽이 지은 ‘도화녀’라는 작품에서 유래한 것이다. 타조가 천적에게 쫓겨 막다른 처지에 빠지자 덤불에 몸과 머리를 숨겼지만 꼬리까지는 미처 다 숨기지 못한 모습을 형용한 것인데, 진실을 밝히지 않고 꽁꽁 숨겨두려 하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쓰인다.
영어로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Do not bury your head in the sand.' 이 표현은 닭이 개에 쫓겨 역시 궁지에 몰리자 모래구덕에 머리만 처박고 숨어 있는 모습을 보고 표현한 것이다. ‘장두노미’와 비슷한 쓰임새로 쓰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이들이 다 알고 있는데도 자신만 짐짓 모른 체 하는 꼴이 많이 있는 모양이다.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표현이 있을까? ‘눈 감고 아웅 한다!’란 표현이다. 덤불이나 어디에 머리나 몸통을 숨길 것도 없이 그저 자기 눈만 감고 있으면 자신에게 보이지 않듯이 다른 사람들도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것이라니, 염치없는 인간을 표현하는 것으로 참으로 간결하고도 거침없는 표현이다.    

지난 칼럼에서 이번에 있었던 날치기 예산에 대해 잠시 논했었다. 그런데 워낙 여러 가지예산이 단숨에 날치기 되었기에 정신이 어지러웠는데,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아래 표는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가 작성한 ‘삭감된 2011년 민생 예산’ 표이다. 이 내용을 국회에서 날치기로 예산을 통과 시킨 다음날인 13일에 서울대 조국 교수가 해당 그래픽을 트위터로 올려 전국에 인터넷 공간을 통해 목하 전파 중에 있다.
사실 따져보면 이 표는 우리 같은 일반 국민 뿐 아니라, 날치기에 앞장 선 국회의원님들에게 더 필요할지 모르겠다. 돌격대 마냥 앞장만 섰지, 실제로 자신들이 한 일은 잘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 예산이란 것이 나라의 일이지, 지역에 사는 우리 일이 아니지 않느냐? 고 오해하는 분들이 간혹 계셔서 소개를 한다. 우선 표에서 제일 위에 있는 항목 ‘결식아동 급식 지원금’을 보자. 541억 원이 전액 삭감된 것으로 나온다. 이 내용은 당장 내년 1월부터 기초, 차 상위 가정 아이들의 방학 중 급식이 중단된다는 것을 뜻한다. 당장 우리 일이란 것이다. 우리 학교에도 해당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예산이 삭감되어 없다면 우리 학교 교직원들이라도 십시일반으로 추렴하여 아이들 급식비를 마련해서 금년 겨울 방학은 넘겨야 하지 않겠냐 말이다. 그래서 급하게 알아보니 남해군과 의회에서 이런 예산을 마련했단다. 중앙정부가 걱정 하지 않으니 지차체가 나서야 하고, 국회가 날치기로 삭감해 버리니 지방의회가 수습에 나선 셈이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우리 처지에서는 높으신 국회의원들 보다 군 의원들이 더 살갑고 고맙다. 
참고로 한국은 복지 분야 지출에 있어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 중 최하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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