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바다는 시의 바다”고향 애정 물씬

  
 
  
 
  

삼동초와 남해여중을 다니며 문학가를 꿈꾸었던 소녀가 50세 중년에 늦깍이 시인으로 등단했다. 

주인공은 삼동 둔촌마을  출신의 김미형(50) 향우.

김 향우는 최근 발행된 순수 문예지 ‘신문예’ 신인 응모 부분에 ‘겨울 산 그림 속’ ‘어떤 만남’ ‘질주’라는 시로 당선돼 정식적으로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 향우는 등단 소감에서 “읍내 외가에서 여중을 다닐 때 아버지가 가끔씩 쪽지 편지를 건네주곤 하셨는데 그게 나를 시의 세계로 이끈 원동력”이었다고 회상하고 “등단은 어릴적 마을에 처음으로 전기불이 들어온 것 보다 더 설레이는 일”이라는 구체적 비유로 기쁨을 대신 전했다.

또 김 향우는“아버지가 나를 시의세계로 이끌었다면 나를 시인으로 만들어 준 건 시어(詩語)들이 뛰노는 고향의 바다였다.

아직도 달빛을 한 가득 머금은 채 숨죽이던 고향 앞 바다를 생각하면 싯구가 저절로 떠오른다”며 고향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김 향우는 현재 문학동인 ‘달빛 머무는 뜨락’에서 활동중으로 앞으로도 신문예지를 통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 향우는 남편 김성호(54·삼동 동천 향우)씨와 서울에서 살고 있으며 둔촌에는 어머니 박복례(85)씨가 있다.

당선작품 및 심사평을 옮겨 싣는다.

 제목 : 어떤 만남

내가 빗방울이 되고
그대가 호수될 때
우리는 물보라로
잔잔한 미소 그려냅니다

그대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되고
내가
불씨 되어 피어나면
악연惡緣이든
선연善緣이든
순식간에 서로 삼켜
흔적 없는 큰 상처로 남든지
일원으로 돌아가는
깨침의 순간이 됩니다

나는
흙먼지 부풀은
맨 살의 땅이 되고
그대 쏟아지던
한 줄기 소나기 되면
첫 눈에 반한 연인처럼
하나로 젖어 들어
부드러운 살갗이 됩니다

캄캄한 콩깍지 속
세상의 창문 열어 준
따가운 햇살과 만남 있었기에
콩이 콩으로 살아지듯
한 이별의 아픔 뒤
다른 만남의 기쁨
기다리는
공존共存의 우리들입니다.


 제목 : 질 주

끝없는
욕망의 지평선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무한의  아우토반

쾌속 열차 안에서
바라보는
창 밖 풍경처럼
어느 하나도
사물로서의
실체를 볼 수 없다

단세포 思考가
숨도 잊은 채
소멸을 향해 달리 듯
스스로 최면 걸어
눈 뜨고 빠지는
열정의 불꽃이여


 제목 : 겨울 산 그림 속

겨울 햇살이
붓끝으로 내려와
수묵水墨 담채화의
눈부신 하얀 산
눈 위에 그림을 그린다

나는
마른 바람에 실려온
고승古僧의 법어法語
벗 삼아 그림 속을 걷는다.
눈 쌓인
산 길 걷던
젊은 행자行者가

"老스님처럼 산 길
잘 걷는 방법 가르쳐 주십시오"

"길을 걸을 땐
발밑을 잘 살펴
오직 걷는데
온 마음
쏟으면 되느니라."

고승古僧의 가르침
삶의 발자욱 되어
뒷사람 길이 되고
소리는 바람으로
저 만치 가고 있다
나는 겨울 그림 속을 걷고

 <심사평 : 시인 오 동춘>

독일의 릴케가 말한 것처럼 시는 삶의 체험이다. 자신의 가치있는 체험과 삶의 짙은 고뇌가 형상화 되어 언어 예술인 시를 이룬다 .

김미형의 <어떤 만남 ><질주><겨울 산 그림 속>이 세편의 시는 이 시대 불도(佛道)를 닦는 행자(行者)로서의 고뇌와 진지한 삶이 감각적 이미지를 전개하여 시적으로 잘 승화되어 있다

<어떤 만남>은 빗방울과 호수, 낙엽과 불씨, 땅과 소나기 등의 사물을 대비적 인연으로 인과응보의 불교의식을 잘 승화시켜 미적 특질을 이루고 있다

 <질주>는 인간의 무한한 욕망과 세속적 정욕을 소멸의 허무의식을 부각시켜 은유적 수사기법으로 무난하게 표현의 개성미를 보여 준다

 <겨울 속 그림 속>은 담채화의 정물을 생동감 있는 시적 이미지로 승화시켜 법어(法語)에 의한 인생의 길을 일깨워 주고 있다. 젊은 행자의 길을 밝히는 불교의식의 목적시로 볼 수 있다

 김미형은 <어떤 만남>의 기쁨과 세속적 욕망의 <질주>를 버려야 할 자각의식 그리고 <겨울 산 그림 속>에서 인생 공유(共有)의 참된 삶의 길을 일깨워 주고 있다

관념적 요소를 자제하고 적절한 시어를 선택하여 이미지가 선명한 감각적 시를 꾸준히 창작하는 땀방울을 보인다면 이 시대 큰 시인이 되리라 믿는다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오 동춘<한국 문인협회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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