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김만중선생남해기념사업회(회장 이종수)는 지난 3일 남해유배문학관 세미나실에서 서포 선생의 삶과 작품 세계를 기리는 학술모임을 개최했다.

이번 학술모임의 주제는 ‘서포소설 연구의 성찰과 전망’으로 서포 선생의 학문과 실천적 충효정신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특히 노도에 ‘문학의 섬’을 조성할 수 있는 학문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학술모임은 고려대 김동규 명예교수의 사회로 남해유배문학관 김성철 관장,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임종욱 전임연구원, 남해유배문학관 설성경 명예관장이 ‘남해 유배문학’, ‘서포 김만중의 한시와 산문에 대하여’, ‘서포 소설의 거시적 이해’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를 진행했다.

유배지 남해, 그리고 문학작품

유배문학 통설·특징 소개

▲ 남해유배문학관 김성철 관장

유배문학은 작가가 유배형을 받고 유배지에서 지은 작품을 총칭하는 용어이다.

유배문학의 장르로는 한시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가사, 시조, 경기체가, 소설, 기행문, 평론 등 다양한 형태로 저술되었다.

유배문학의 효시는 정서의 고려가요 ‘정과정’ 이며 유배가사의 효시로는 조위 ‘만분가’를 꼽는다.

그동안 대표적인 유배문학으로 꼽혔던 작품으로는 과정 정서의 ‘정과정곡’, 매계 조위의 ‘만분가’,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속미인곡’, 북헌 김춘택의 ‘별 사미인곡’, 북곡 이진유의 ‘속사미인곡’, 안조원의 ‘만언사’이며 이 작품들은 일관되게 자신의 신세 한탄과 귀양살이의 억울함, 그리고 임금에 대한 충성심을 그리고 있다.

남해 유배문학의 대표적인 특징은 임금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신세에 대한 하소연 보다는 임금에게 올리는 상소문 형식의 문학작품, 즉 ‘사씨남정기’라는 목적소설이 있다.

자암 김구는 경기체가 ‘화전별곡’을 통해 “서울의 번화함이 너는 부러우냐, 벼슬아치의 붉은 대문 안의 술과 고기가 너는 좋으냐”고 반문하면서 “돌밭초가집에서 시절이 좋을 때 가지는 농촌의 모임이야 좋아 하노라”며 초월의 경지를 문학작품에 표현했다.

남해의 유배문학은 죽음을 앞두고서도 나라를 걱정하는 혈서이자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 하지 않고 초월했던 경지를 보임으로써 유배문학의 작품성을 한 단계 더 상승 시키고 있다.

서포 김만중의 한시와 산문

▲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임종욱 전임연구원

김만중은 한글 소설을 창작해 우리나라 소설문학사의 흐름과 발전에 지워지지 않을 발자취를 남겼으며 ‘서포만필’이라는 저술을 통해 자신의 문학관과 당대까지 이루어진 방대한 문헌학적인 지식과 정보를 정리하고 해석하면서 우리 한글 문학의 가치와 잠재력을 널리 알리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김만중의 한시는 서포집 권1에서 권6에 걸쳐 실려 있다.

고체시에서 근체시로 형식에 따라 가권은 분류되고 같은 형식에서는 창작된 순서에 따라 배열되어 있다.

김만중의 한시는 제목으로 따질 때 229편, 작품 수로 따지면 총 367수가 된다.

229편 367수는 작품량으로 보면 많은 양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시는 장편고시가 많다는 점, ‘단천절부시’는 212구에 이르고 ‘차비파행운’은 86구로 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대량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산문에서 편지글이 한편도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시사와 관련있는 한시가 문집 편찬 때 빠졌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는 비교적 정격한시를 많이 지었던 것으로 보이고 사부 작품이 한 편도 없다는 점도 애석한 일이다.

서포집에는 김만중이 지은 산문 65편이 모여져 있는데 여느 문집이라면 상당량을 차지할 편지글이 한편도 없다는 특색이 있다.

물론 김만중 평생 한 편의 편지글도 쓰지 않았을리는 없다.

김만중 사후 후손들이 문집을 편찬하면서 무슨 이유인지 편지글은 편찬에서 제외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편의 한글 장편소설인 ‘구운몽’이나 ‘사씨남정기’는 김만중 자신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당대의 역사적 현실이나 그의 개인사적인 부분들을 작품 속에서 찾아 볼 수 없어 현재까지도 일부 논란이 남아 있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근래 조금씩 ‘서포집’에 실린 한시와 산문에 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 성과를 내놓고 있다.

앞으로도 이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져 ‘한글 소설’과 ‘비평’, ‘한시와 산문’ 세 분야의 연구가 얽혀진 집대성된 김만중 연구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서포소설의 거시적 이해

서포소설 소재·서사기법 등 소개

▲ 남해유배문학관 김성철 관장

서포소설은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우리 고전문학 중에서도 높은 명성을 자랑하고 있지만 실재로 서포소설을 어떻게 이해하고 감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 발표에서는 서포소설을 이해하는 방법 중 가장 쉽고 핵심적인 방법인 주제별 접근, 즉 가볍게 작품을 읽었을 때 알아내기 어려운 것으로 작가가 ‘무엇을 진정으로 이야기 하는가’를 두가지 접근 방법을 통해 서포소설의 미학을 소개하고자 한다.

서포소설이 문학 작품으로서 갖는 기본적인 특징인 소재는 현종 말기에서 숙종 초기에 이르는 격동기에 예송을 둘러싼 노론과 남인간의 대립, 세자 책봉을 둘러싼 군신간의 갈등을 몸으로 겪으면서 체득한 것들을 소설 속에 표현해냈다.

그는 국왕에게 직언을 한 죄로 선천과 남해로 유배를 가게 되었으며 거듭되는 유배생활 속에서도 좌절하거나 격분하지 않고 유가의 학문 위에 불교의 진리까지 수용한 서사적 작품 속에 은유적인 방식으로 당대의 정치상황을 특유한 기법으로 담아냈다.

이런 방식으로 창작한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는 중국의 당나라나 명나라를 시공간 배경으로 하고 주제 형상 또한 우의적 기법을 활용한 작품이란 특징이 있다.

그 결과 유학자이면서도 이단시하던 불교사상을 소재로 활용해 충효사상이 담긴 지성적인 소설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서포 소설이 창작 당시부터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서사구조와 문체가 품격이 높으면서도 대중적인 재미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포소설 중에서 후기작인 사씨남정기는 연구사에서는 초기 연구인 김춘택의 평가에서 지적된 사실, 즉 숙종이 인형황후를 폐출한 사건을 풍자하여 숙종의 혼심을 회오하게 하려는 의도하에 지어진 목적소설이라는 점을 통설로 숭요하고 있다.

그래서 사씨남정기는 사씨와 교씨의 품성을 처첩간의 선악인물로 대비시켜서 당대 궁정의 비빈간의 갈등 문제를 다룬 풍간소설이라는 점이 부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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