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사태로 인한 군민들의 기대와 절망이 교차한 가운데 그나마 한 가닥 희망처럼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이 당초의 걱정과는 달리 2년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더라 하더라도 할 얘기는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한국최고이자 세계 조선업을 선도하는 삼성조선의 유치를 통한 획기적 미래발전상을 제시하였던 것이 결국은 지방자치단체와 정치인 그리고 고향을 위한 충정이었다지만 전문성 없는 향우기업 등이 한바탕 벌여놓은 '전시성 유치행사'에 그친 해프닝으로 막을 내린 셈이다. 구체적 실행계획이나 후속대책 없이 추진했던 전략의 부재가 가져온 실패였고 그 참담함은 고스란히 남해군민의 몫으로 남았다.  
 그간의 상황들을 두고 필자는 두 번의 기고를 통하여 대안을 강구하는 방법론에 대한 순서를 피력한 바 있다. 우선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남해라는 하나 된 목소리를 통하여 삼성 측에 대응투자를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고, 그 다음이 우리 내부의 시행착오에 대한 준엄한 자기비판과 공과의 책임을 물어 다시는 반복된 잘못을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적잖이 들려왔던 이야기들은 내 탓이오 보다는 네 탓이오 라는 서로의 책임전가가 먼저였고 삼성에 대한 공동의 대응은 아직도 구체화되어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물론 (주)남해조선산단과 지자체가 협상의 카드를 가지고 삼성 측과 조율 중에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과연 얼마나 충분한 답을 얻어낼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아무려면 내외 오십만 남해군민 모두가 힘을 합쳐 공동대응 하는 것 만 하겠는가 하는 아쉬움이 크게 자리한다.
 이제 큰 틀에서 두 가지의 숙제가 우리 앞에 주어졌다. 하나는 삼성 측과의 대응이고, 또 하나는 2년 반 내에 우리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투자방향을 설정하고 그를 실행할 수 있는 투자가를 유치하는 일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삼성 측과의 대응에 있어서는 우리는 하나다. 신뢰를 져버리고 꿈을 앗아간 책임에 대한 꿈을 되돌려 받아야하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국회의장이던, 국회의원이던, 도지사든, 군수든, 관련기업 모두가 힘을 합쳐 한 목소리로 군민들이 바라는 최선의 대안이 마련되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신규 투자 사업에 대해서는 방향과 투자기업의 유치에 있어서 좀 더 세심한 계획과 기술적 접근이 필요하다. 여건과 환경이 다른데도 남들이 하는 것을 무조건 따라하는 것 보다는 남들이 할 수 없는 것, 우리만이 전략적으로 특화할 수 있는 뚜렷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철저한 기업적 마인드가 전제된 전략의 구사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설령 투자유치가 성사되었더라도 유치기업의 경쟁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기업성장을 통한 지역발전 보다는 부실 경영체를 유치한 꼴이 되어 오히려 독이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오래된 일본의 몇 가지 사례를 통하여 오늘 우리가 지향하여야할 방향설정에 대한 고민을 해보고자 한다. 일본의 지자체의 경우도 철저한 자기검증과 계획 없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벌이고 남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던 곳은 재정파탄이 났고,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 장기적으로 투자한 곳은 오히려 인구가 늘고 재정상태도 건전해졌음을 알 수 있다.
 홋카이도 유바리(夕張)시는 탄광도시에서 관광도시로 변신하겠다며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다 2006년 지방 재정권을 포기하고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돈을 빌려 호텔, 테마파크, 리조트 등을 대규모로 지었으나 특색 있는 차별성을 가지지 못해 관광객의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고 수입을 올릴 수 없었다. 그 결과 도시 전체가 망해버렸다. 결국 관광도시가 아니라 '파산도시'란 이름을 얻었고 지역주민들은 복지혜택 축소, 세금 부담 증가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같은 홋카이도에 있는 아사이카와(旭川)시는 정반대의 경우다. 별로 다를 바 없는 보통의 동물원이었던 아사이야마(旭山)동물원을 직원들의 창의적인 노력으로 차별화를 시도 도시전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발돋움시켰다. 이 동물원으로 인한 경제적인 파급 효과는 현재 년 간 240억엔(3천3백억원)이상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더 재미있는 깃은 동물원하나의 변화가 시 전체의 관광 활성화에 엄청난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9년 388만 명이던 한해 관광객 수는 동물원이 널리 알려진 2006년에는 697만 명으로 뛰었고, 2007년에는 733만 명을 기록했다. 동물원이 전국적으로 아사이카와시의 이름을 알리고 도시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다. 이 동물원은 돈을 많이 들였다거나 획기적으로 시설물을 바꾼 곳이 아니다. 관람객의 눈높이와 편리함에 맞춰 동물을 전시하는 것뿐이었다. 참신한 발상과 사고를 갖고 있다면 사소한 것이라도 얼마든지 크고 훌륭한 것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역시 홋카이도에 있는 다테(伊達)시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퇴직자 유치에 나서 성공을 거둔 경우다. 이곳도 한때는 관광도시를 꿈꾸며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웠고 일부 투자하기도 했으나 차별성 없는 규모의 확장만으론 실패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려 곧 포기하고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날씨가 좋고 정주여건이 뛰어난 점을 최대한 살려 퇴직자 이주정책을 지속적으로 벌인 결과,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 브랜드 가치는 훨씬 높아진 경우다.
 이들 도시의 사례에서 보듯 발전과 쇠퇴의 갈림길은 오직 하나였다. 자신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곳은 발전하고, 남의 것을 무분별하게 따라하던 곳은 쇠퇴했다. 남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특징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창의성과 차별성을 갖고 정책을 펼쳐나간다면 얼마든지 발전의 기회가 있는 것이다. 어렵게 얻은 공유수면매립허가도 그렇고 연장되어져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다행이다. 미래를 설계하는 청사진을 만들면서 지금부터 우리가 고민하여야 할 것은 우리 스스로를 진단하고 무엇을 어떻게 시도하는 것이 가장 특별한 일인지를 군민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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