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면을 이용한 글은 무섭다.
움직이는 영상이 주는 현장감, 최첨단 통신기기를 통한 실시간 전달체계가 제공하는 신속함은 TV가 가진 특별한 매력이다. 바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정적 사유보다는 동적 다이나믹함을 더욱 선호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이유를 들어 미국의 CNN방송의 창업자는 앞으로 수년 내에 지면으로 된 신문의 종말을 예고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모든 행동양태의 결정적 증거자료로 활자화된 문서를 사용한다. TV가 안고 있는 순간적 전달방식이 인간이 가진 망각이라는 한계점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말은 즉흥적이고 감성적이라 하더라도 의미의 전달에서 커다란 문제가 없다면 대충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지면을 통한 글은 상황이 달라진다. 정확한 의미의 전달도 중요하지만 논리의 타당성, 인용 자료의 정확성, 상황의 전개방식에 대한 방법론, 자구의 오류나 문맥의 흐름에 대한 문법성 등의 문제들이 철저히 검증돼 걸러져야 한다. 글을 읽고자하는 사람은 민감한 관심과 철저한 사유를 전제로 하고 덤벼들기 때문이다.

지역신문에 있어서 글의 영향력은 더욱 무섭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만한 지인들의 기사나,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당사자 또는 현안문제들을 다루는 글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이고 지엽적인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어 공격적 글의 경우는 읽는 이로 하여금 극도의 불쾌감에 빠지게 할 수도 있고, 우호적 글의 경우엔 필요이상의 미화를 하여 과장되기도 한다. 때론 글의 논지에 대한 진정성을 잘못 판단하여 오해와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처럼 글이 주는 파급효과는 한 사회의 통합과 갈등을 결정짓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항간에 우리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민감한 지역 문제들로 인하여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지역 언론은 취재를 통해서나 독자기고 또는 논설을 통해서 쟁점에 대해 앞 다투어 수많은 글들을 다루고 있다. 우선은 정군수의 군정에 초점을 맞춘 내용을 비롯하여, 삼성중공업의 조선산단 문제, 남해읍농협의 하나로마트 신축과 관련한 재래시장과의 마찰 문제 등 유사 이래 가장 커다란 이슈들이 한꺼번에 봇물을 이루듯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이러한 문제들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상대가 명백히 존재하기 때문에 상생의 지혜를 생각지 않고 일방적인 생각으로 표현되어서는 심각한 갈등양상을 수반하기 쉬운 문제이고 남해의 발전적 미래를 모색하는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큰 문제들이다.

군수의 군정에 관해서는  군민을 위한 정책적 방안의 제시나 군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방향설정에 있어서 용인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면 응당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고 따가운 질책을 통하여 올곧은 생각으로 군정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감정이 개입되어 민선 자치시대에 군민이 선택한 군수가 제대로 군정을 펼쳐나가는 데 발목을 잡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그런 글을 읽는 군수도 마찬가지다. 잘못 된 논지에 대한 소신 있는 생각을 피력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타당성 있는 목소리에 대한 헤아림의 덕목도 깊이 생각하여야 한다. 군민을 보살피는 자는 남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사태에 대한 것도 그렇다. 주장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의 방법에 있어서 시기나 내용이나 우리들의 삶의 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대 사안이기 때문에 상당한 신중함을 가지고 대처함이 마땅하다. 지난 9월부터 시작 된 여러 가지 주장들은 차치하더라도 지난주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의 발언 문제로 불거진 내용은 자칫 판단하기에 따라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공유수면매립허가에 대한 국토해양부의 심의를 앞두고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실익적인 면이나, 정치적인 면이나 매우 우려할 만한 사태를 몰고 올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장은 남해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국운을 좌지우지 할 만 한 대단히 중요한 자리다. 우리 고장이 키워낸 인재고 우리의 자랑이자 자존심이다. 우리로 인하여 폄하되어 가치에 손상이 가게 된다면 결국은 우리의 손실이다. 지역의 언론이 이야기하는 군민의 쓴 소리를 받아들이는 국회의장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목소리는 소중하다. 그 목소리가 지금의 국회의장이 탄생하게 한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지역의 언론은 군민을 대신하여 듣기 싫을 정도의 악역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고 큰 그릇의 어른으로서 군민의 애환과 미래를 챙겨달라는 주문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행여 국회의장이 감성적인 입장에서 글을 받아들인 다면 우리는 의장을 만들어낸 자부심보다 부끄러움을 더 많이 느낄 수밖에 없다. 백성이 국가의 근본이듯이 군민이 남해군과 관련된 모든 일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남해읍농협의 하나로마트 신규 진출 문제는 원론적으로 강자와 약자의 싸움이라는데 동의한다. 경영학을 전공한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역사적으로 어느 국가에서건 어느 사회에서건 시대적 상황에 따라 무한 경쟁의 시장논리가 적용되기도 했고 때론 유치한 산업부분에 있어서는 보호정책을 과감히 실행하기도 한다. 지금의 유럽공동체국가들과 우리나라와의 FTA체결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유통법과 상생법의 국회 통과문제를 보더라도 자명 하게 드러난다. 유통법은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반경500미터 이내엔 소위 SSM(기업형슈퍼마켓)의 진입을 억제하는 것이고 상생법은 동네 슈퍼를 운영하는 소규모 중소상인들 까지도 보호하겠다는 확장된 개념의 기업형슈퍼마켓의 진입억제 법안이다. 둘 다 강자보다는 약자의 편에서 그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마저도 이 문제를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취급하고 있고, 정치권이 해법을 찾으려고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굳이 농협이 무리수를 두면서 까지 이렇게 참여를 고집하는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반대의 목소리도 원색적이고  적나라하게 서로에게 상처를 안기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재래시장 스스로 존립할 수 있는 체질개선과 서비스의 질 향상, 그리고 행정당국의 적절한 지원책 강구 등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조직을 떠나서 서로를 바라보면 우리는 형제고 부모고 이웃이다. 찬반의 논쟁은 필요하지만 지면으로 표현되는 글을 통해서는 절제와 균형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해법으로 우리를 인도하고 상생을 위한 지혜로운 사람의 태도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 줄때 그 때 비로소 합의가 가능한 것이다. 오늘날 끝도 없이 치닫고 있는 우리 주변의 여러 가지 복잡다단한 혼란스러움을 지면이나 인터넷언론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서 글을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안타까운 심정이 앞선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표현할 때 어떻게 써야하고 또 쓴 글을 받아들이는 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를 모두가 고민해 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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