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농협중앙회 남해군지부에서 첫 분재 개인전을 열어 일반 군민들에게 분재가 주는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군내외 언론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청계 김대근 씨가 지난 6일 제60회 개천예술제 제전위원회 선정 ‘올해의 분재인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청계 김대근 씨는 이미 지난 2005년 (사)한국분재협회 진주지부가 주최한 진주분재전 동상, 이듬해 같은 대회 은상, 2008년 대상까지 휩쓸며 여러 차례 작품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바 있고, 국내를 비롯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유명한 분재인이지만 이번 수상은 “평생 단 한 번 뿐인 상이라 더욱 기쁨과 의미가 크다”고.

작은 자기 속 대자연의 신비에 빠져 분재에 거의 미치다시피 살았던 지난 25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예로운 수상의 영광을 안은 청계 김대근 씨를 만났던 날도 그는 그의 자식과도 같은 분재 틈 속에서 분주한 손길을 놀리고 있었다.

그의 집안 곳곳 빼곡이 들어찬 소나무, 주목, 모과나무, 소사나무, 백일홍, 빗살나무 등 160여점의 분재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죽은 가지를 떼어내고 분 아래 작은 벌레까지 집어내는 그의 손길에는 마치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의사 같은 노련함이, 갓난아이를 보살피는 듯한 세심함과 조심스러움이 느껴졌다.

 “사랑과 관심을 먹고 자라는 분재”, ‘남해도 그랬으면…’

▲ 청계 김대근 씨의 자식과도 같은 분재 160여점이 그의 집 정원이며 옥상, 집안 곳곳에서 ‘작은 분 속 대자연’을 느끼게 해 준다. 그 분재들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 시름마저 다 잊어버린다”는 청계 김대근 씨의 모습과 그의 사랑을 먹고 자란 분재작품들

물을 많이 줘도 안 되고 너무 작게 줘도 안 되고…. 행여 비료라도 잘못 쓰면 마치 약을 잘못 써 병이 나는 것처럼 쉬이 말라죽고 마는. 분재 가꾸기는 그래서 하루도 게을리 해서도, 조금만 관심을 덜 가져도 안 되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그렇게 일 많고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분재 가꾸기임에도 작은 화분 속에서 사시사철 다른 표정을 지으며 대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전하는 분재의 매력에 빠져 지난 25년을 살았던 그다. 무엇이 그렇게 그를 분재에 미치게 했을까.

“살다보면 뜻하지 않아도 괴로운 심사가 들기 마련인데 그럴 때 분재들을 찬찬히 보고 있노라면 말은 통하지 않아도 깊은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고 이내 마음이 편안해지죠. 그게 분재가 주는 맛이에요. 그 맛에 취하면 집에서 나가기가 싫지. 허허”

“분재는 사랑과 관심을 먹고 자란다”는 말로 시작해 한참을 그렇게 분재 예찬을 늘어놓는 그다. 말 중에 시장번영회장을 지냈고 분재를 시작하기 전부터 ‘시장통 터줏대감’이었다는 그에게 최근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마트 논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인구만 많으면 마트가 여러 수 백개가 생겨도 뭔 문제가 되겠소. ‘하동시 남해면’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줄어드는 고향 인구…. 그게 문제지.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어 떠나는 고향…. 다리 놓았더니 돈도 빠지고 사람마저 빠지는…. 이래 갖고 되겠소?”

“분재는 사랑과 관심을 먹고 자란다”며 끊임없는 분재 예찬을 늘어놓던 그의 말과 고향을 걱정하는 평범한 시골 촌부의 말이 묘하게 섞여 들리는 듯 하다.

“내 고향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한시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말처럼…. “우리네 목민관들이 고향을 사랑과 관심을 먹고 자라는 분재 가꾸듯이 해달라”는 부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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