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간 키워왔던 꿈이 무너졌다.
지난 3일 삼성중공업의 관계자가 밝힌 우리군의 조선산단 투자의향을 전면적으로 철회한다는 요지의 공개발언에 대하여 군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삼성 측은 공식적으로 계상되는 피해에 대해선 보상의 용의가 있음을 이야기했지만 삼성과 우리 군이 맺은 투자협정은 구속력이 전제되지 않는 MOU수준임도 강조했다. 사실상 법적구속력으로부터 자사의 책임을 면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외형적으론 780만평의 토지거래 제한에 묶여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지주들의 피해와 (주)남해조선산단과 남해군의 업무추진비용이 생각나지만 관련지역민의 89%에 달하는 토지 수용동의와 조상대대로 모셔왔던 180여기의 분묘이장까지 서슴지 않고 일사천리로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군민들과  투자의향을 가지고 있었던  20여개가 넘는 적극적 사업시행자들의 포기를 이뤄낸 남해군과 조선산단 관계자들의 행보를 미루어 짐작해보면 우리가 얼마나 큰 기대와 신뢰를 삼성 측에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내외 50만 군민들이 이처럼 총력을 모아 하나가 된 적도 없었다. 오로지 지난날 화려했던 남해의 명성을 되찾아 보고자하는 갈망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꿈이 없는 사람은 희망이 없다. 희망이 없는 사람은 살아갈 의미가 없다. 삼성은 이번 일로해서 남해사람들의 생명을 송두리째 앗아갔음을 알아야 한다. 피해에 대한 단순히 계상된 수치상의 보상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삼성은 이 사태에 대한 남해인의 꿈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벌써 이런저런 각론적 책임론이 들려온다. 각각의 역할에 대한 자성은 필요하지만 (주)남해조선산단, 남해군, 조선산단추진위원단 등 관련기관단체의 공과에 대한 우리끼리의 책임소재를 추궁하는 것에 힘을 소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우리의 꿈을 무참히 짓밟은 삼성을 상대로 한 총체적 역량을 집결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꿈을 빼앗긴 대가로 금전적 협상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꿈은 꿈으로 되돌려 받아야 한다. 이해관계인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여 남해군민이 잃은 소중한 꿈에 대한 논의가 소홀히 취급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삼성도 분노하는 50만 남해군민의 의도를 분명히 헤아려야 한다.
법적 피해보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상처받은 남해군민의 정서적 충격에 적극적인 대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구 10만, 자족도시건설을 꿈꾸며 삼성을 위하여 모든 걸 양보했던 남해군민의 배려에 대하여 조선산업 추진이 사실상 어렵다면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투자계획을 조속히 제시하여 남해군민의 무너진 꿈을 복원시켜야 한다.

남해사람의 매운 맛은 이미 한국사회에서 잘 알려져 있다. 문제의 해결에 슬기롭지 못한 대응으로 분노하는 남해군민들이 세상 밖으로 나아가 삼성을 규탄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그동안 삼성이라는 기업이 쌓아온 세계적 기업으로서의 신뢰를 바탕으로 남해사람들의 정서를 추스르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남해군민들도 이번 일을 계기로 하나 된 힘의 결집이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적극적인 대응에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