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거의 방학도 다 끝나간다.
그러나 기상대는 지독하게 더웠던 여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개학을 하고도 상당기간 더위와 싸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원래는 더위를 조금이라도 식힐만한 내용을 적으려고 했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미국의 거부들이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소식에 관한 것이었다. 무더위 속에 단비 같은 내용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생각이 바꿨다.
엊그제 버스를 타고 멀리 강원도에 갔다 올 일이 있었다.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버스 여행 재미중의 하나는 재미있는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법 차를 오래 탈 일정 이었기에 충분히 읽을거리를 준비했다. 이것은 여행을 떠날 때 맛있는 먹을거리를 준비할 때의 즐거움과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밀쳐놓았던 조정래 작가의 ‘황홀한 글 감옥’과 시사 주간지 두 권을 가방에 싣고 갔다가 놀라운 내용을 읽었던 것이다. 원래 진실이란 보물은 다 책 속에 있는 것이긴 하나,  가슴에 와 닿았기에 그 내용을 그냥 혼자 가슴에 묻어 버리고 지내기에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으니 많이 읽혀졌고 이미 책을 읽은 사람에게는 중언부언이 될 수도 있으나, 사람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있고 다른 사람의 느낌을 다시금 들어보면 또 다른 감동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소개하는 것이다.
 진실한 감동이란 ‘실천’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글을 읽고 단 한 사람이라도 실행에 옮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으로 소개를 하는 셈이다.

조정래 작가는 ‘자식 영재로 키우기’란 장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말문이 터진 아이들에게 말을 쉽게 하려고 애쓰지 말고 어른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쓰십시오. 그리고 아이가 무슨 뜻인지 물으면 그때 자상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아이들은 모르는 말은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꼭 묻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야만 아이들의 어휘
량이 확장되고, 두뇌가 빨리 개발됩니다.” 아동전문의들이 하는 말입니다.
 아이들이 연달아 묻습니다. 찬란하다가 뭐야? 황홀하다가 뭐야? 운명이 뭐야?
이 물음들 앞에 주저하지 않고 선뜻선뜻 대답할 엄마가 몇이나 될까요. 그런 형용사나 추상명사는 작가들도 깔끔하게 설명하기가 난감해집니다.
 “ 아직 몰라도 돼.”
 “ 담에 크면 알아.”
 “ 쬐끔한 게 별걸 다 묻고 그래.” 
젊은 엄마들이시여 이렇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아이들이 제기한 얄밉도록 귀여운 물음을 그렇게 무식하게 무질러버리는 엄마들을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자기 아이가 영재이기를 무작정 바랍니다. 계속 그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아이들을 대하는 것은 ‘바보’를 만드는 첩경입니다.(황홀한 글 감옥 60쪽에서)

이 내용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했다. 나는 어릴 적에 ‘묻고 쟁이’였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묻고 또 물었다. 계속 그렇게 물을 수 있었던  것은 가장 가까운 화자인 어머니께서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호기심은 계속 유지되었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었다. 글쓰기야 여전히 서툴지만 이것은 타고난 재능의 문제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작가는 그러면서 정답을 제시하고 있다.
국어사전을 사라고 권하는 것이다.
비싸고 큰 전문 사전이 아니어도 좋다는 것이다. 포켓사전 정도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주옥같은 글을 적어 놓았다. 뺄 것도 더할 것도 없어서 그대로 옮긴다.

아이가 예쁜 입을 달싹이며 물을 때 마다 망설이지 말고 사전을 펼치십시오.
그리고 뜻풀이를 천천히 읽고 설명을 해주십시오. 또한 거기에 그치지 말고 당신이 학생 때 국어시험에 대비하느라 울며 겨자 먹기로 했던 ‘짧은 글짓기’를 해서 설명을 구체화하십시오. 그게 곧 단어 응용법이며 , 그 교육을 통해 당신의 자랑스러운 자식은 영재로 쑥쑥 자라나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덤이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당신의 단어 실력도 봄풀 자라듯 해 친구들 중에서 일기와 편지를 가장 멋지게 잘 쓰는 사람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황홀한 글 감옥 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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