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의 삶이 스몄을 때 노래는 감동이다. 춤도 마찬가지, 자신의 처지를 애잔하게 이야기하던 할머니가 있었다. 이야기 중 힘겹게 일어서더니,
“....어하 둥둥…….”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덩실 춤까지 췄다. 춤추고 노래하는 이가 김봉녀 할머니(80)다. 55세에 암이 찾아왔다. 4번의 수술을 했고 지금도 대장암 등 몇 개의 암을 앓고 있다고 했다.

눈 주위 암수술 뒤 눈이 부셔 모자를 벗질 못한다며 굳이 모자를 쓰고 있었다.

‘투병’에 대한 애잔한 이야기를 먼저 들은 덕분에, 춤은 그냥 춤이 아니었고 노래도 그냥 노래가 아니었다. 힘겨운 표정, 그래도 웃음.... 빠진 이, 헐렁한 옷자락, 고무신, 젊어 그리 아름다웠을 몸매는 살이 빠졌다.
투병의 삶을 이웃에서 지켜보며 눈물지었던 많은 이야기가 여기 남면 덕월리 구미마을 숲에서 이야기됐다. 이야기 중 북받치는 감정이 있길래..... 아, 나는 문득 내 어머니가 보고 싶어졌다. 내 어머니도 그렇게 암이었다.

할머니의 춤에, 사진을 찍으며 덩실 함께 맞장구를 췄다. 그리 좋아하실 수가 없었다. ‘기자의 복’은 이런 건가 싶었다.

할머니의 저 약한 몸에 ‘4번의 암수술.......항암제와 투병.....’ 그 고통과 외로움이 노래와 춤으로 나왔음인지, 달관자의 은유 같은 거라 생각했다.

“어하둥둥~”으로 부른 노래는 80노인의 삶이 함축적으로 표현된 한 편의 시요, 인생의 파노라마였다.
“남편이 당뇨라 몇 번 다리를 잘라내, 다니지도 못해.....나도 병들고 부끄러워....” 부끄러움이 아닌데, 몇 번 “부끄럽다”고 말했다.

3명의 노인이 “본콩”이라고 하는 콩깍지를 까고 앉았기에 일부러 동참했고 쪼그려 앉아 나눈 이야기가 우연히도 김봉녀 할머니의 암과 투병, 가족력에 대한 말들이었다.

3명은 젊은 날 구미마을로 시집왔다. 동기간처럼 그렇게 세월을 함께 했다고 했다. 나이를 드셨음이지만 30년 전 40년 전, 구미마을 들판과 갯벌을 그리 아름답게 채웠던 우리의 어머니가 이분들이다. 김봉녀 할머니가 노래하고 춤을 출 때 김경아 할머니(76)와 김정업 할머니(82)가 함께 박수를 치며 어깨를 들썩였다. 숲에서 할머니와 기자 모두, 한참 행복했다.

김봉녀 할머니의 두 가락 째, 노래가 들렸다.
“산천초목에 붙은 불은.....이내 가슴에 붙은 불은......어하둥둥, 어하둥둥.....우리 사위 판사될 줄 뉘 알아나. 우리 사위 검사될줄 뉘 알았나…….”

“기운이 없이 나오지도 못하다.....오늘은 어찌…….”
이 노래를 부르고, 이 말을 남기고 김봉녀 할머니는 말없이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김경아 할머니가 눈물을 글썽이며 걸어가는 김봉녀 할머니를 휘 둘러보며, 서울서 눈 수술하고 누구 챙겨주는 이가 없어 인천 조카 집까지 찾아가 밥을 먹었다는 슬픈 이야기, 곁에서 지켜보는 투병자의 삶에 대한 안쓰러움, 그리고 “군에서 도와주지만 누가 좀 더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 같은 걸 아프고 조심스레 말했다.

“저 할매 치료 받는 걸 보면, 눈물이 나서 쳐다보도 못해.......”
암이란 그런 것이다. 김정업 할머니도 “하모 안쓰럽지”라며 휘 둘러보고 울적해 했다.

이웃 동기간의 의리와 인정이란 것이 이들의 행동과 표정과 말에 고스란히 담겼다. 며칠을 할머니의 춤과 노래가 아른거려 앓듯 했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참 암투병하시다 내 어머니가 저리 춤을 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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