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온지 “1개월 3일”이라 했다. 세상에 나온지 33일인데…….
아이는 깊은 잠을 자는 듯 왁자한 사람들의 구경에도 좀체 눈을 뜨지 않았다. 남해시장이 순간 빛나고 있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엄마와 할머니 품, 아이는 온 시장을 흐뭇하게 하는 듯 했다.

“아이고 예뻐라!” 지난 29일, 이런 말이 들리기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린 남해시장 생산자 코너 한쪽을 찾아갔다. 보자기에 아이를 싸고 자는 아이의 손가락에 뽀뽀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해 보였는지, 강정업(66)씨였고 손자를 안고 있는데 상인들이 “귀엽다”고 강 씨 주위로 몰려들고 있었다. 난리(?)였다.

또렷한 이목구비, 입을 다물고 자는 저 자연스러움, 5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더 클 것 같은 깜찍한 저 손.....자는 아이는 천상 천사였다.

“내가 낳은 것은 아니고 우리 손주라....저그매(아이 엄마는) 밥 먹고 있어요. 엄마가 필리핀에서 왔어요.”
이 말이 제법 웃겼다. 할머니가 너무 젊어보였기 때문이다. 아이의 등장이 일순간 시장을 평화롭게 했다. 남해에서 갓난아이를 보는 것도 쉽지 않은 요즘이다. 아이가 온 뒤 생산자코너엔 소비자가 몰린 듯 했고 여기저기서 흥정이 시작됐다. 모두 아이가 몰고 온 복인 듯 했다.

아이를 안은 할머니의 품이 얼마나 포근한지, 아이를 바라보는 상인들의 눈빛이 얼마나 흐뭇한지, 엄마는 또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잠깐 뒤, 아이의 엄마 재재(Je Je)씨가 왔다. 한국어로 “25세”라고 했고 ‘남해 어때요?’라고 물으니 “좋아요”라고 했다. 날씬했고 이국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여성이었다. 이동면 원천 마을 박성윤 씨가 남편이었고 “지난해 필리핀에서 임신을 했다”고 시어머니 강 씨가 슬쩍 귀띔하며 웃었다. 이런 말을 하는 동안에도 강 씨는 아이가 잠에 깰까봐 어르고 달래고.....사람들이 자꾸만 몰렸고 “신문에 나오는 거예요”라고 묻곤 하는 사람도 있었다.

시어머니 강 씨는 “우리 손주 가수 만들거예요”라고 말하며 며느리와 앉아 V싸인을 하며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또 “나도 (생산자 코너에) 물건 팔러 올거예요”란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엄마와 할머니가 번갈아 안을 때도 아이는 깨지 않았다. 1개월 3일을 살고 아버지와 엄마, 할머니의 지독한 자랑인 아이....남해시장이 간만에 시끌벅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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