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여행제한 국가로 지정되어 있는 이라크.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그린 존(안전지대)’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단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카락은 긴장감으로 바짝 섰다. 장갑차와 무장병력이 경계를 서고 있는 검문소를 10여 군데 통과해야 했다. 대부분의 도로변에는 총/포탄을 막기 위한 콘크리트 방어벽이 둘러쳐져 있었다. 이렇게 경비가 삼엄한데도 매년 20여건의 폭탄테러와 박격포, 로켓 공격이 감행되는 불안한 나라. 올 초만 해도 호텔 폭탄테러로 400여명이 사망하고 1,300여명이 부상당했다. 필자가 방문하고 있는 5일 동안에도 검문소를 향한 폭탄테러가 발생해 몇 명이 사망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만 해도 1,0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곳에 직접 진출한 우리 기업은 없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조차 없다. 이렇듯 기업이 직접 진출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다. 그 첫째로는 잦은 테러로 인한 생명의 위협이다. 테러는 불특정다수를 향해, 예고도 없이 자행되기 때문에 예방이 쉽지 않다. 길가다 저승길로 가기 쉬운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상주하기 위해 지출되는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에 민간 경호업이 발달되어 있는데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5인 1조의 경호업체에 단 하루 경호를 맡기는데도 1만 불에 가까운 경비가 소요된다. 우리 돈으로 1000만원에 가깝다. 불안한 치안에 사업 결과도 불투명한데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이고 어느 기업이 직접 진출하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이곳에 비즈니스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역발상이 필요하다. 즉 역으로 이곳에서만 가능한 사업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이라크 현지를 직접 방문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다.

그러면 기업들은 과연 이곳에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필자의 판단으로는 기업이 팔고 싶은 것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사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즉 수요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치안이 불안한 상황 혹은 기후적인 특성에 맞는 상품이 이곳 이라크의 소비자들에게 먹혀 들 수 있다. 몇 가지의 사례를 소개해 본다.

이라크의 겨울은 영상 5도 수준이다. 하지만 여름철이 50도를 넘을 정도로 무덥다 보니 겨울에 느끼는 체감온도로는 매우 춥게 느껴진다. 따라서 난방제품의 수요가 많다. 연 5천만 불 규모의 시장에서 한국산이 45%의 점유를 하고 있다. 즉 소비자의 심리를 잘 파고든 해당 업체의 성공전략이라 할 수 있다. 한국산 금고 역시 틈새를 잘 비집은 제품이다. 약탈과 파괴, 치안불안이 심각하자 금고에 대한 수요가 급속이 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상류층은 자국에서 생산되거나 중국에서 수입된 값싼 금고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라크에서 유통되는 금고의 80%이상이 수입산이다. 그 수입산 중에서 한국산 금고가 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라크 상황에 맞는 아이템은 많다. 인프라 파괴로 인해 도로 상황이 최악이기 때문에 타이어 수요가 많고 발전 및 송전설비의 파괴로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 소형 발전기 수요 또한 높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망한 사업은 경호업 등 보안사업일 것이다. 한국산 금고의 성공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 외 CCTV, 통신장비, 출입 보안시스템 등의 설비도 해당되지만 경호업체의 진출도 유망하다. 실제로 최근 한국과 이라크 경호업체간의 합작회사 설립 논의가 있다. 만일 성공만 한다면 큰 의미가 있다. 제품이 아니라 사람과 시스템을, 그것도 경호업이라는 분야에 수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세계 3위의 석유매장량과 풍부한 천연가스가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로면 국가가 성장하고 국민이 편안할 수 있는데 이 나라가 왜 이 꼴인가. 왜 일까. 필자가 내린 결론은 하나다. 결국 정치권의 분열과 대립이다. 올해 3월에 총선이 있었는데 참여한 정당과 정치단체가 296개라고 한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정파, 종파, 인종이 대립하고 갈등하는 나라이다 보니 결집된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 틈을 비집고 다른 나라들이 빨대를 꽂고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다.

대한민국. 이라크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더욱 결집해야 할 듯하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