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새벽 3시를 넘어설 쯤 잠자는 아들을 깨웠다. 2주 뒤 기말고사를 앞둔 중학교 1학년생을 억지로 깨운 것이다. 아들과 나는 신발을 챙겨 신고 쏜살같이 찜질방으로 향했다. 찜질방으로 가는 도로변의 아파트에서는 하나둘씩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도착한 찜질방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TV 앞에 무리를 형성하고 있었다.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뭔가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렇다. 월드컵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인 나이지리아전에서의 승리에 대한 갈망인 것이다. 그리고 16강, 8강, 4강 진출을 향한 열망인 것이다.

 

역시 태극전사들은 강했다. 빨랐다. 90분 내내 줄기차게 움직였다. 우리 선수들은 체격과 발재간이 좋은 나이지리아 선수들에게 주눅 들지 않았다. 물론 실점으로 이어질 위기가 있었지만 넘치는 투지와 중원 압박, 공격 봉쇄 등으로 결국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위업을 이루어 내었다.

 

이 모든 것은 허정무 감독과 모든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의 결실이다. 특히 아르헨티나전에서 자살골을 넣어 심리적 압박이 심했던 박주영 선수는 그만이 구사할 수 있는 환상의 프리킥으로 가장 큰 공을 세웠다. 수비수이지만 그리스전에 이어 또다시 추가골을 넣었던 이정수 선수는 이번 월드컵 최대의 스타로 등극했다. 그리고 ‘아시아 최고’로 불리어지는 박지성 선수는 나이지리아 공격수들을 중원에서부터 압박할 뿐만 아니라 수비수들을 분산시키는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90분 동안의 시합이 끝나자 온 나라가 승리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컴컴한 어둠도 국민들의 응원과 함께 밝아버렸다. 새롭게 밝아온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제와 다른 대한민국이다. 어제와 달리 오늘의 대한민국은 강한 정신력과 결속력을 가졌다.

 

나이지리아전에서 선제골을 허용한 후에도 우리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고 ‘강한 정신력’으로 만회골을 넣었다. 그리고 그 이후 경기를 계속 주도하게 되었다. 2008년 말 미국발로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로부터 가장 빨리 빠져 나온 대한민국 경제와 너무나 닮았다. 위기에 좌절하지 않고 한 발짝 한 발짝 전진해 나가는 모습은 오늘의 대한민국의 본질이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우리 선수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 자신감은 국운(國運)을 상승시킬 에너지가 된다. 우리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롭게 쓰자.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