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고현 도마 집에서 남해시장으로 와 소주 1병을 노점 상인 친구 셋과 오후 5시까지 마시고 있다는, “아적나절부터 우짜다 잔이 없어서 좀 마시는 기라”고 말하는 이 아주머니의 이름은 박정자 씨(71.사진)다.

“왜 혼자 마셔요?”
“동무가 꽉 찼다 아이가. 내가 와 혼자고!”

‘아침밥’을 “아적”이라고 표현하고 ‘그렇다’는 표현을 “하아”라고 말했다. 사투리의 찌릿함이 이야기 맛을 다르게 했다. 박 씨의 소주 한잔이 노래로 들렸다. 이 한잔, 또는 한 모금은 손님을 기다리는 무료함을 살짝 날리는 기분 좋은 묘약이다.

“두부 한 모 사가지고 아적부터 동무 셋이서 한잔씩 하고 있거마. 좀 주까(병을 바라보고는). 아이고 다 마셔뿠다야. 소주 마신다고 누가 잡아가는 것도 아이다 아이가. 마셔도 동무가 있어야 마시는 기라. 이 사람 저 사람 모인께 기분 좋아지라고 마시는 기지.”
“술 맛 나요?”

“하아, 한잔 무모(마시면) 분위기 조~타 아이가.”
직접 재배하고 기른 마늘 양파 깻잎 김치를 가져 왔다고 했다. 차비 2200원, 밥값, 자릿세 1500원, 이리저리 만원정도 비용이 들지만 이런 돈 빼고 하루 2만원이나 2만5000원쯤이 하루 순수입이라고 했다.
“양파는 마수도 못했구마. 마늘도 마수를 못했다. (장사하러)자주는 안 오제. 닷 마지기 있는데 논은 비워두었네. 이 나이에 돈 벌라쿠것나.....들에 나락 안심어서 올해는 여기에 자주 올성 싶네. 영감은 게이트볼 치러가고 나는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기라.”

밥 먹기 싫어 두부 한 모로 노점 친구들과 점심을 때우고 잔이 없어 ‘너도 한 모금 나도 한 모금’ 씩, 그렇게 시간이 지나 벌써 오후 5시였다. 다른 날은 12시30분쯤이면 시장을 떠난다는 그지만 이날은 좀 달랐다.
“쪄 먹는다코. 낭태를 2만원치 샀네. 오늘은 낭태를 사는기라. 좀 더 벌어야겠다 싶어 이리 오래 앉아있는 거네.”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네고 받고 이 순박함에 쩔쩔 헤매기도 한다. “오늘 이어리에는 김두관 씨가 잠깐 들린다 쿠데. 잔치한다 쿠더마.....” 이런 말도 나오고, “서면 회룡이 고양이다. 부모님이 하라케서 시집갔고……뭐할라코 그런 걸 물어샀노.”
“.....”

“딸 서이(3명) 아들 둘이 낳고 다 출가했지. 저그는 저그끼리 살고 영감이랑 나는 반찬사서 낭태 찌지 묶고……” 말이 노래 같았다.

“돈 벌면 용돈 쓰고 손자한테 돈 주는 재미로 이런 것도 하는 기제. 시장 오모 동무 좋고 동무 쌨고…….”
“이리 세월도 보내고 소주도 한 잔 하고 그리 사는 거지…….”

‘그리 사는 거지…….’ ‘이리 사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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