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선거판이 열렸다. 지역을 이끌어 나갈 대표자를 뽑는 선거인만큼 축제처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가슴 설레기도 하고 신나기까지 하다. 마치 잔치판이 벌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잔치판과 선거판은 축제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것 같다. 우선 사람이 넘친다. 그리고 즐거움과 활기가 넘친다. 특히나 그 즐거움은 ‘입(口)’을 통해서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입’에도 종류가 있다. 잔치판에서는 ‘먹는’ 입이, 선거판에서는 ‘말하는’ 입이 즐거워야 한다. 잔치판에서는 많은 돈을 들여서 다양한 음식을 준비할수록 좋다. 그래야 사람들의 입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판에서는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거나, 먹다가는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다. 오히려 선거판에서의 입은 후보자의 경력, 자질, 도덕성, 그리고 공약을 검증하는 ‘말하는’ 입이 되어야 한다.

 선거판에서 먹는 즐거움에 빠졌다가 패가망신한 동네가 있다. 경북 청도군이 그곳이다. 2007년 군수 재선거 때 그곳에서는 금품살포와 향응제공이 횡행했다. 한마디로 ‘먹는’ 입이 즐거운 잔치판이 벌어진 것이다.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후보자나 이것을 당연한 관례로 여긴 주민들이 어울려 만든 잔치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지옥과 같았다. 당선된 군수가 옥살이를 한 것은 당연하고 읍/면의 조직책 24명이 구속되었고 돈을 받은 주민 1,400명이 줄줄이 입건되었다. 주민수가 4만 4000여명으로 우리 남해보다 작은 동네에서 6억 7천만원이나 뿌려졌다고 하니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으로 인해 청도군 주민이 입은 손해는 치명적이다. 대한민국 최초/최대의 선거사범이 발생한 동네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그리고 5만원을 받은 주민들은 현행법에 따라  받은 돈의 50배 과태료를 내어야 했다. 즉 5만원 먹고 250만원을 뱉어낸 것이다. 심지어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나가는 것을 두려워했던 주민 2명이 스스로 목숨까지 끊기도 했다.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사람이나 제공 받은 사람에 대해 현행 선거법은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즉, ‘먹는’ 입에 대해서는 철저히 단속을 하는 것이다. 반면에 ‘말하는’ 입에 대해서는 더욱 권장한다. 어떤 단체이든, 어떤 수단이든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공약에 대해 검증할 수 있도록 철저히 보장해 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눈여겨보아야 할 통계가 발표되었다. 지난 4년 전에 뽑은 기초단체장 240여 명 중 절반가량(48.7%)이 비리 또는 위법 혐의로 기소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 통계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그것은 4년 전에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먹는’ 입은 살아 있어도 ‘말하는’ 입이 죽어 있었기 때문에 무자격, 부도덕한 지역일꾼을 뽑았던 것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선거 때는 무사히 당선되었다고 하더라도 당선 이후에 꼭 사고가 터지기 마련이다. 경남 창녕군에서는 비리사건으로 인해 4년간 군수가 두 번 바뀌고 선거가 세 번이나 치러졌다. 그리고 전북 임실군에서는 지방자치제선거 도입(1995년) 이후 15년간 4년의 임기를 채운 군수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결국 이런 일들이 빈번한 것은 유권자들의 잘못된 선택에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선택을 하는 시기인 선거 때 제대로 검증을 못했기 때문이다. 자기 눈을 자기 손으로 찔렀다고나 할까.

잘못된 선택의 피해는 유권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민선 4기 4년간 총 7회에 걸쳐 전국 198개 선거구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 선거비용이 무려 572억에 달하는데 결국 해당 주민들이 부담하게 되어 있다. 돈 몇 푼 받고 세금으로 다시 메꾸는게 과연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까.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시골과 도시의 선거형태는 조금 차이가 있다. 도시는 주로 아파트에 거주하다 보니 누가 누구인지를 모른다. 그런 만큼 선거 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기 어렵고 주민들의 의식수준도 그것을 바라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골은 옆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 정도로 서로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런 만큼 후보자 입장에서는 표 모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금품과 향응 제공에 대한 유혹에 빠지기 쉬워진다. 또한 유권자 역시 밥 한끼 정도 먹는 것이야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사상 최대의 선거사범이 발생한 청도군처럼 지옥으로 가는 문턱이 된다.  
 
청정(淸淨)지역 남해. 우리 남해도 시골이지만 다른 시골과는 질적으로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바닷물만 깨끗한 청정일 뿐만 아니라, 선거판의 물도 청정할 것이다. 우리 남해가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전국 최고로 모범적인 선거를 치렀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보자와 유권자의 높은 정치의식이 필요하다. 후보자는 금품과 향응이 아니라 질높고 실현가능한 공약과 실천의지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는 밥 한끼, 돈 몇 푼에 표를 팔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에 표를 던져야 한다. 그것이 남해를 진정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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