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계속 잠자리가 뒤숭숭했다. 꿈자리가 사납다는 말이다. 그 꿈이란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터무니없이 마구 비난을 당하는데도 말문이 막혀서 맞대응도 못하고, 그래서 기가 막혀하다가 잠에서 깨어나는 그런 종류의 꿈이다. 이런 개꿈은 대부분 그러하듯이 깨고 나면 그 스토리가 잘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러니 최근에 꾸는 꿈은 악몽이라기보다는 흉몽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오늘 새벽에도 그런 종류의 유쾌하지 못한 꿈을 꾸다가 일어나서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최근에 부쩍 잦아진 ‘전교조 때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마침 칼럼을 쓸 분이 펑크를 냈다면서 예정에 없이 시론을 한 편 적어 보내 달라는 급한 전갈 온 것이 있기에 요즈음의 ‘우울한’심경을 토로해 볼까 한다.

우선 필자 소개를 보다 자세히 해야겠다. 칼럼 란의 약력에도 나와 있듯이 전교조 본부 사무처장, 경남지부장을 맡았다. 그러니까 전교조의 핵심 라인에 있었다. 그것도 한두 해가 아니고 경남지부장은 무려 10년을 역임했을 뿐 아니라 전교조 경남지부의 모태가 되는 경남교사협의회 회장을 두 차례나 맡았고 전교조 창설 멤버 중의 한 명이기도 하다.
그리고 공모제 교장으로 임용되는 바람에 법에 의해 조합원 가입 자격이 없어진 2년여 전까지 명백히 전교조 조합원 교사였다. 20년 가까운 그 세월동안 한시도 ‘전교조 교사’라는 사실을 부끄러워 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자꾸만 마녀사냥 하듯이 전교조 교사들을 몰아치는 사람들이 있으니 답답하다. 이미 전교조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 필자의 마음도 편치 않은데 현역 전교조 교사들의 심경은 어떠할 것인가 싶어서 이렇게 대변해 본다.  

 ‘전교조 때리기’는 대충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되는 모양이다.
하나는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이고 또 하나는 ‘전교조 교사가 많으면 성적이 낮다’고 폄훼하는 것으로 축약된다. 이 두 가지 ‘전교조 때리기’에 합당한 근거가 있는지를 살펴보자.
 첫 번째인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의 경우를 한 번 보자.
 “전교조가 신념을 갖고 활동한다면 명단을 공개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명단 공개를 강행하는 국회의원들이 말하는 모양이다. 이 말을 들으면 마치 전교조 교사들이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비밀리에 활동 하고 있거나 명단이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하다. 그런데 사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단체에 가입한 교원 명단은 비밀이 아니다. 각 단체는 매월 회비를 거출하기 위해 정부 기관인 교육청에 명단을 주면서 회비 수금 업무 대행을 부탁하고 있다. 이렇게 학교나 교육청에서는 전교조 교사 명단이 제출되고 사실상 공개되어 있다. 아무런 비밀 사항도 아닌 것이다.
 이런 경우 가입 교사 스스로의 ‘자유의사’에 따라 자신의 명단을 교육청에 제출한 것이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아무에게나 무제한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공개해도 좋다고 한 것은 아니란 것이다. 벌써부터 명단이 공개된 이후 잡상인들의 전화에 시달림을 받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전교조던 교총이던 ‘명단 공개’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또 이런 말을 한다.
“학부모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다. 그래서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정말로 학부모 중에서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교사가 어떤 단체에 가입하고 있는지를 알고자 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이것을 학부모의 ‘권리’라고 간주할 때 교사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와 충돌 되는 것은 맞다. 이렇게 두 권리가 상충되는 경우에 필요한 것이 법적인 해석이다.  
  우선 국제 사회에서 이런 경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국제사회에서는 노동조합이나 단체 가입여부에 관한 정보를 민감한 정보라고 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전공자인 임규철 동국대 법대 교수의 최근 논문 '교원정보 공개에 따른 위법성 유무'에 의하면 유럽연합과 독일, 영국, 일본 등 거의 모든 나라들이 노동조합 가입 여부를 보호해야?한다고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4월26일자 한겨레신문)’고 되어있다.
?또 교총이 공개한 EI(세계교원노조총연맹)와 일본교원노조 등의 입장에 의하면 교원단체 가입 명단을 공개하는 나라는 세계에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단다. 세계의 단 한 나라도 교사가 단체 가입한 것을 공개하는 곳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세계 최초’라는 기록을 세운 셈이 된다.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관련 법안이 있다.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관한특례법’이란 다소 긴 제목의 법안이다. 이 법안은 2005년 4월 7일에 현 교과부 차관인 이주호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여기에 정두언, 진수희 의원등 19인 공동 발의자로 참여하였다.
이법안의 제3조 2항은 "이 법에 따라 공시 또는 제공되는 정보는 학생 및 교원의 개인정보를 포함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여 학생과 교원의 이름을 공개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법원이 교원 단체 가입교원 명단을 공개하려는 어떤 국회의원에게 두 번에 걸쳐 교사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말도록 명령한 법적 근거가 바로 이 '교육관련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특례법’이다. 물론 용감무쌍한 그 의원은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며 명단을 공개하였고 그에 대한 벌금을 매일 3,000만원씩 물다가 며칠 만에 명단을 내리고 말았지만 이미 대한민국 교원들의 단체 가입 현황은 만천하에 공개된 후이다. 이런 경우인데도 ’명단 공개‘에 관련하여 전교조 교사들을 비난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다. 

 두 번째로는 “전교조 교사가 많은 학교는 수능 성적이 낮다.”이다.
 다루고 싶지도 않는 부분이지만 이렇게 보도들이 나오니 어쩔 수 없이 인용해야겠다.
4월 21일자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수리·외국어 영역 표준점수 합산 성적이 특목고를 제외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숙명여고의 경우 전교조 소속 교사가 17명으로 다른 교원 단체 소속 교사(13명)보다 많았다.
?또한 서울지역의 수능 3개 영역에서 최상위권인 1등급 학생 숫자가 전국 상위 50위 안에 든 경기여고(21명), 양정고(28명), 경기고(23명), 개포고(17명), 반포고(17명) 역시 전교조 교사의 숫자가 다른 교원 단체 소속 교사보다 많았다.
 또 이런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교조는 지난해 ‘학교알리미’를 통해 공시된 시·군·구별 교원단체와 교원노조 가입 현황과 해당 지역의 전문대 졸업 이상자 비율, 2008년 시·군·구별 공동·단독주택 3.3㎡당 가격 등 세 가지 변인과 일반계 고교의 수능 영역별 1·2등급 비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를 보면, 시·군·구별 수능 언어영역 1·2등급 비율은 △전문대졸 이상의 부모 학력(0.581) △거주 지역 주택가격(0.421)에서 상관계수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한국교총 가입 교사 비율(-0.308)과 전교조 가입 교사 비율(-0.115)과 수능성적의 연관관계는 이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성은 수리 ‘가’형과 ‘나’형, 외국어영역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5월 11일자 한겨레신문)

 이런 저런 연구나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잘 알고 있다. 교사의 특정 단체에 가입 여부보다 우선적으로 아이들 성적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학부모의 학력과 경제력이란 것을. 이 태생적인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역부족이긴 하지만 그나마 노력하고 있는 교사들이 전교조 교사들이란 것을.

 작금의 ‘전교조 때리기’를 관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떠 올릴 것이다. 왜냐면 ‘전교조 때리기’의 원조이기 때문이다. 당시 공정택 후보는 ‘전교조에게 아이를 맡길 수 없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강남 사람들을 결집시켜 교육감으로 당선되었다. 이른바 ‘전교조 때리기’로 재미를 톡톡히 본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서울 구치소에서 수감 중이다. 온갖 부패 혐의로. 이런 적나라한 기억을 상기시켜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내 눈에는 ‘전교조 때리기=공 전 서울교육감=부정부패로 구속 중’이란 등식이 바로 보이는데. 오늘 밤은 개꿈 꾸지 않고 편히 잘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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