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아니오. 제 삶은 외롭고 힘들어 불행하기 짝이 없습니다.”
“당신은 가끔 죽음을 생각하십니까?”
“네.”

누구의 대답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험난한 인생을 다 보낸 노인네의 대답이라 여길 것이다. 너무 힘들고 지쳐 생(生)의 끈을 놓고 쉬고 싶은 사람의 독백처럼 들린다. 하지만 충격적이게도 이것은 이제 막 삶을 시작해야 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부풀어 있어야 할 우리의 아이들, 즉 대한민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대답이다.

최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까지 5,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2010년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의 국제비교’라는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아이들의 행복도를 측정했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6개국과 국제적인 비교를 한 것이다. 이 조사에 불행한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의 자화상이 그대로 나타난다.

충격적이게도 우리 아이들은 “삶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53.9%만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즉, 길가는 아이들을 붙잡아 “너는 행복하냐?”고 물으면 두명 중 한명은 불행하다고 대답한다고 볼 수 있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 아이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최하위를 기록했다. OECD 국가 평균은 84.8%였다. 한국은 그 평균에서 무려 30.9%나 모자란 것이다. 만족도가 가장 높은 네덜란드의 94.2%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부끄러운 결과이다.

그리고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18.3%)”와 “주관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26.5%)라는 항목에서도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또한 ”외로움을 느낀다(16.5%)라는 응답에서도 일본과 함께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그래서일까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또 하나 나왔다. 5월 4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5~24세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순위가 ‘자살’이라고 한다. 또 청소년의 8.9%가 지난 1년 동안 한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가야 할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인생을 다 산 사람처럼 외롭고 기댈 곳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 그리고 삶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 왜일까. 그 답도 조사 결과에 잘 나타나 있다.

2002년에 청소년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공부(38.5%)와 외모(19.7%)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공부(38.5%)와 ‘직업(24.1%)’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15~19세의 청소년 10명 중 7명이 학교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행복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가족’이라는 응답이 많았지만 그 이후부터 변화한다. 고1, 고2 전후에는 ‘가족’과 ‘돈’이 거의 비슷한 비율을 보이다가 고3부터는 ‘가족(22%)’보다 ‘돈(28%)’이라는 대답이 더 많아진다.

이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아이들은 ‘성적’과 ‘직장’과 ‘돈’ 때문에 외롭고 힘들고 불행하고 심지어 ‘죽음’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어른들과 사회의 책임이다. ‘개그콘서트’ 방송 프로에서도 나온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우리 아이들의 영혼과 정신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행복지수가 낮으면 경제적으로 잘 살아도 불행한 나라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들의 행복감이 낮으면 그 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미래세대인 우리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지켜주고 행복감을 높여주는 것은 시급하고 중차대하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가정, 학교, 사회가 모두 발벗고 나서 노력해야 한다.

이틀 전 5월 5일을 기해 제88회 어린이날을 맞았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로서 함께 책임감을 통감하며 어린이날을 제정한 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말씀을 되새겨 본다.

“우리들의 희망은 오직 한 가지, 어린이를 잘 키우는데 있습니다. 희망을 위하여, 내일을 위하여, 다같이 어린이를 잘 키웁시다.”(소파 방정환, 19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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