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학교가 미친 모양이다. 수업 간 쉬는 시간 10분을 5분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서울 시내 초등학교 35개교 에서 이렇게 시간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순간 엉뚱하게도 ‘3보 이상 구보’란 말이 생각났다.

군에 입대하여 훈련소에서 훈련 받아 본 사람을 알 것이다.
‘3보 이상 구보!’군인은 그냥 미적미적 걸어 다니면 안 된다는 명령이다.
그래서 세 걸음 이상 거리이면 무조건 뛰어 가라는 뜻이다. 긴장감도 조성하고 훈련병들의 체력 강화에도 의미를 두고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5 분 안에 볼일을 마치고 다시 입실을 하려면 뛰어다녀야 할 것이다.
교실 안에 화장실이 있는 학교는 아직 없고, 화장실 칸이 학생 수 만큼 많은 학교 역시 없으니까 5 분 안에 용변을 마치려면 꽤나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뛰어 가서 용변 보기!’가 학교에서 일상화 되어야 한다는 말일까?

군인들도 훈련소에서는‘3보 이상 구보’를 했으나 훈련 마치고 자대에 배치되면 그렇게 무조건 뛰어 다니게 하지는 않았다. ‘3보 이상 구보’를 일상 활동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군대에서도 혈기가 넘쳐흐르는 청년들인 군인들에게 일상적으로 강요하지 않는데, 학교에서 뼈도 여물지 않은 초등학생들을 이렇게 뛰어 다니게 해서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아래 한 보도 내용(오마이뉴스 4월16일자)을 보자.
[실제로 서울 A초 교감은 올해 초 신입생 학부모 설명회에서 "쉬는 시간 5분제를 시행하면 학원 보내기도 좋고 방과후학교도 내실 있게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
이 학교 3학년?재학생의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쉬는 시간 5분 안에 화장실에서 일을 보려고 쩔쩔 매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한 교사도 "생리를 하는 여학생의 경우 화장실에서 뒤처리도 제대로 못할 형편"이라고 밝혔다.]?
학교가 이처럼 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방과후학교 수업을 더 할 수 있거나 학생들의 학원 편의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라니! 이것이 도대체 정상적인 교육적인 판단인가?
 
아이들이 힘들고 고단할 것이라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억장도 무너져 내린다. 그럼 교사는 어떨까?
쉬는 시간을 줄인다고 자체 수업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교사들도 힘들긴 마찬가지 이다. 평소 10분 쉬는 시간에 볼일을 5 분 만에 해결해야 되는 것이다. 교직원 화장실은 대충 각층에 한 군데 정도 지정되어 있고, 초등학교 수업은 잇달아 있게 마련이니 선생님들도 볼일을 보려면 바쁘게 생겼다. 이렇게 교육의 삼 주체인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가 힘들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일이 현장에서 벌어지는 것은 웬 까닭인가? 이것은 학교장의 강력한 의지가 발동하고 관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주하게 쉬는 시간에 종종걸음을 치는 학생들과 교사를 바라보는 그 학교 교장의 심사는 어떠할까? 궁금하다면 이렇게 물어 보면 될 것 같다.
“ 교장 선생님, 선생님은 쉬는 시간 5분 만에 볼일 보시면서 하루만이라도 수업을 해 보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이렇게 아이들을 몰아치는 것은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제고사 성적 때문이 아닙니까? 그리고 그 성적이 높아야 교장 평가에 높은 점수를 받으시지요?”

문득 필자의 오래전 경험이 생각난다.
80년도 초임 발령 시 학교에 장학 지도를 나온 장학사께서 교사의 열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은 교사 시절 수업시간에 ‘5분 일찍 들어가고 5분 늦게 나왔다’고 자랑을 했다.
쉬는 시간 10분 동안 5분 일찍 들어가고 5분 늦게 나오려면,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슈퍼맨이 아닌 보통 사람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인데?

나는 이 해괴한 장학 지도(?)에 대해 아무도 지적하지 않은 사실이 더 이상했었다.
나중에 선배 교사에게 궁금해서 물어 보니‘장학사라서 그냥 하는 말’이라서 그냥 귓전으로 흘려듣고 넘어 갔단다. 그러면서 과거에 ‘수업 시간에 늦게 들어가기로 유명했던’사람이라고 귀띔 해 주었다. 
 그런데 이 슈퍼맨 같은 상황이‘그냥 하는 말’이 아닌 현실로 나타 난 것이다.
‘5분 일찍 수업 시간에 들어가는’것은 현실화 되었으니 그 웃기는 장학사의 지도 말씀이 절반이나마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워낙 어이없는 일이라서 서울시 교육청도 지도(?)를 나간다고 하니 이 사태는 조만간 처리가 될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제 2, 제3의 ‘쉬는 시간 5분 단축’ 사태가 계속 일어날 것이란 데 있다. 본질적인 처방이 없으면 계속 병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는 야비한 법칙이 끊임없이 악순환 될 것이다.
아이들의 시험 점수가 지고지순의 교육 목표이고 진리인양 호도되는 한 이런 희한한 일들이 학교 현장에서 계속 일어 날 것이란 것이다. 그것도 교육이란 미명하에!

사족으로 국제학력평가(PISA) 책임관리자인 베르나르 위고니에의 발언을 소개한다.
“한국은 공부를 잘하는 나라지만 결코 부러운 나라는 아닙니다. 한국의 아이들은 우수한 아이들이지만 행복한 아이들은 아닙니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