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다.
기왕이면 공부를 잘하기를 바란다. 이것은 학부모의 바람이나 교사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
그런데 ‘공부 잘하기’란 목표는 같은데 가끔씩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가 있다.
학부모는 당장의 ‘시험 성적’을 원하고 학교는 ‘과정’을 중시한다. 아니 학교는 그래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 일제히 실시하고, 성적을 공개하는 학업 성취도 평가 때문에 학교도 점수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이런 현상이 가속화될 까 우려된다.
 
 시험 점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문제 풀이를 많이 하면 할수록 유리하다는 것은 교사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지난 번 성취도 평가를 앞두고 호들갑을 떨면서 교육청 별로, 혹은 학교 별로 모의고사를 과도하게 실시한 곳들이 나온다. 물론 평가 결과도 잘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좋은(?) 시험 결과가 정말 아이들에게 좋은 것일까?     
 
 이렇게 시험을 대비하여 문제 풀이하는 것은 전형적인 주입식 교육의 일환이다.
이런 주입식 교육은 현장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까?
 이른바 아이비리그에 속해 있는 미국 명문대 13개 대학에 입학했다가 중도 탈락한 사람의 비율을 지난 22년간 인종별로 조사한 결과가 나왔는데 한국계 학생이 44%로 압도적인 1등을 차지했단다. 미국에는 우리나라의 수능고사에 가름하는 SAT란 것이 있다. 미국에서는 비교적 다양한 기준으로 입학생을 사정한다고는 하지만 역시 가장 객관적인 잣대가 되는 것이 SAT 성적 결과이다. 경쟁이 있고 수험생의 조건이 비슷하다면 시험 성적 결과로 입학을 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숱한 시험을 통해 ‘시험 귀신’이 된 한국의 학생들이 SAT 성적이 높게 나오고 그래서 미국의 명문 대학에 입학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초.중.고교를 거치며 정답만 쫓는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학생들은 토론식 수업과 분명한 자기 생각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미국 대학에서는 적응하지 못한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미국 대학들에서‘ 한국 학생들의 SAT점수를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는 것이 아닌가?  국제적인 망신이다.

 거듭 말하는 바 이지만 공부는 學習이다. 學은‘배우고’란 뜻이고 習은 ‘스스로 익힌다.라는 뜻이다. 공부란 것은‘배우고 스스로 익히는’과정이란 뜻이 되겠다.
그런데 주입식 교육이란 것은 배우는 과정 즉 ‘學’밖에 없는 것이다.
이른바 학원의 선행 학습이란 것 도 그렇다. 사실 ‘예습’을  해서 수업에 임하면 학업 성취가 상당하다. 그런데 예습이란 것은 학생 스스로가 해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다.
수업 진도에 앞서 스스로가 공부를 해 보면 당연히 이해 못할 부분이 나오고 그 부분을 선생님으로부터 배우게 되면 깨달음이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습이 중요한데 학원에서는 아예 답 자체를 주입 시켜 버리니 스스로가 고민할 부분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학원에 길들여져 있는 학생들은 그저 學學만 하는 것이다. 공부란 것은 단계가 있는 것이라서 學習이란 단계를 거쳐 대학에서는 硏究라는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인데, 그저 ‘學學’만 하다가 대학에 들어가니 도저히 따라갈 수 가 없더란 것이다.
그래서 요란뻑적지근하게 미국의 명문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소리 소문 없이 국내 대학으로 편입해 들어오는 것이 비일비재한 일이 되었다.

 그럼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배우면서 또한 스스로 익히는’과정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세 박자 공부를 강조한다. 예습, 본시학습, 복습의 과정이다.
사람들의 두뇌 구조는 복습에는 어느 정도 적응 하지만 예습은 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예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예습 시스템을 마련해 본 것이‘수업예고제’이다.
작년까지는 인터넷 검색란에 ‘수업예고제’를 치면 우리학교에만 나왔다. 수업예고제’가 우리학교만 시행되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학교가 나온다. 작년에 견학차 우리 학교를 방문한 전남의 모 중학교이다. 그 학교에서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예고제란 이런 것이다.
매일 선생님이 다음 날 수업 시간에 공부할 내용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이다.
학생들은 매일 이 내용을 보는 것으로 예습을 자연스럽게 하는 셈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주마간산 격으로 홈페이지의 내용을 훑어보고 오는 모양이다. 물론 교과서를 펼쳐서 홈피의 수업예고 내용을 함께 본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고 제대로 된 예습이겠지만, 모든 학생들이 다 공부를 열심히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충실하게 예습은 못해도 그냥 한 번 보고 온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일이다.  
 그런데 선생님들로써는 고역이다. 특히 우리 학교 같이 소규모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세 학년을 다 지도해야 하고 매일 다른 것을 올려야 한다. 연간으로 따지면 수업이 많은 선생님은 400개가 넘는 파일을 올려야 하는 셈이다. 이런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사전에 예습을 하지도 않고 오는 아이들이 얼마나 괘심할 것인가!
 선생님들의 노고를 알고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를 해 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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