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생뚱맞다. 
요즈음 인조 잔디 공사 비리 때문에 경남 교육계가 안팎으로 소란하다.
부산의 모 중학교 교장이 인조 잔디 포설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내사를 받던 중 자살을 한 사건이 있은 후, 문제된 그 업체가 경남에도 여러 군데 시공을 했고 창원과 고성소재의 학교에서도 비슷하게 뇌물 수수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도 최근에 운동장에 인조 잔디 포설공사를 했고 또 언젠가 ‘인조 잔디 구장 유감’이란 제목으로 시론도 쓴 바 있기에 마무리 삼아 적을 필요가 있겠다.

 얼마 전 행정 실장이 은근히 걱정이 되어서 교육청에 문의를 해 보았던 모양이다.
왜냐면 우리 학교도 운동장 트랙 시공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공사가 다 마치고 공사대금도 다 지불된 뒤 어느 날, 우레탄 포장 공사를 한 업체의 책임자가 교장실로 찾아 왔다.
“ 그동안 운동장 트랙 공사도 원만히 마쳤고 많지는 않지만 이익도 좀 남겼습니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교장선생님께서 학교에 필요한 데 사용하시지요.”
그러면서 봉투에 자기앞 수표를 여러 장 넣어 가지고 왔다. 오백만원이란다.
선정된 업체로부터 하도급 받아 공사를 한 업체라서 이익이 그렇게 나올만한 회사도 아닌 것 같아서 사양도 해 보았으나,
“ 제 고향이 남해인데 고향지역에 공사를 하면서 어떻게 제 욕심만 차리겠습니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이야기하는 것이 진심이 묻어 있고 공사 할 때에도 책임자로서 직접 현장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보아 와서 믿음도 가는 사람이었기에 기꺼이 받기로 했다. 그래서 행정실장을 불러 학교 발전 기금으로 수령하고 영수증을 발부해 드리도록 했다.
“ 정 사장님, 정말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학교는 장학금이 부족한 처지인데, 이 귀중한 돈은 발전 기금에 넣어 놓고 학생 장학금으로 소중하게 잘 쓰겠습니다. 그리고 이 영수증을 잘 간직하셨다가 연말 정산 때 활용하십시오. 얼마 만큼인지는 몰라도 학교에 기부금을 내신 것이라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렇게 처리된 것인데 행정실장은 언론에서 하도 무섭게 보도하니 은근히 걱정이 되어서  교육청에 문의해 보고, 교육청도 도교육청에 문의해 보니 ‘모범 사례’이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도 한다고 한 시름 놓은 듯이 웃으면서 보고를 했다.
“ 모범 사례는 또 무슨 모범 사례? 정상적인 일 처리이지.” 하면서 실장을 내 보내고 나서,
항상 반듯하게 일 처리를 잘 하는 실장이 딴에는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싶어서 혼자 웃었다.  

 부산에서 교장 자살 사건이 보도된 직후에 운동장 A/S 차 업계 관계자가 찾아 왔기에 자연스럽게 그 사건이 화제가 되었고, 공사 비리에 관련된 업체가 어떤 업체인지 궁금해졌다.
그 업체 회사명을 듣는 순간. ‘그래? 그랬구나!’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바로 그 업체이다. 남해에서 모 초등학교 인조 잔디 운동장 공사 하자가 발생하여 지금 민. 행정 소송이 걸려 있는 ‘사고’를 친 업체이다. 그 때 우리 학교도 그 업체의 영업사원 때문에 곤욕을 치른바 있다. 필자가 기가 막혀 적어 놓았던 당시의 시론(2009.9.27일 자)을 잠시 인용해 보자. 
   -----중략---
 지금까지 풀지 못하는 미스터리가 하나 있다.
한 잔디 업체 영업하는 젊은 사람이 너무 열심히 찾아 왔다. 일곱 번째인가 여덟 번째인가 찾아 왔을 때 안쓰러운 마음으로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 당신 회사가 작년에 남해 모 초등학교 잔디 공사를 했죠? 그 공사가 실패하여 민원이 발생하고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지요? 우리 지역 교육계 사람들이나 축구 동호인이라면 알 만한 사람은 알고 있는 사항이잖아요? 당신 회사가 이 지역에서 현재 영업을 하는 것이 상도의상으로도, 지역민에 대한 예의에도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남해 인들의 긍지가 얼마나 높은 지를 잘 모르는 모양인데, 오래 전도 아닌 바로 작년에 남해에서 실패한 업체가 다시 남해에서 공사 수주를 한다면 남해 사람들의 자존심이 얼마나 상하겠습니까? 또 그런 일이 있다면 솔직히 그 학교 교장을 어떻게 보겠습니까?”
 
 그 후로 그 영업 사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학교 측은 더 이상 영업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학교 측과 지역인사로 구성된 1차 업체 선정위원회의 점수를 산정해 본 결과, 바로 그 업체가 1위를 한 것이다. 이런 것을 두고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할 것이다. 에스키모에게도 냉장고를 판매하는 것이 영업이라고 하더라만. 학교 측 위원들이 그 업체에 높은 점수를 줄 리가 없다. 왜냐면 공사가 실패하면 직접적인 피해자가 바로 학교이기 때문이다. 또 여러 업체 중에서 하필이면 실패 경력이 있는 업체 손을 들어 줄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닌가? 
 최종 단계인 조달청 경쟁에는 그 업체가 순위에 밀려서, 남해인의 자존심이 훼손되는 일은  없게 되었지만 지금도 그 업체의 놀라운 영업 기술의 비밀을 풀 수가 없다.   

 이제는 짐작이 되지 않는가? 그 업체의 놀라운(?) 영업 기술의 비밀을.
이런 업체가 어떻게 공사를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실제로 이 업체가 시공한 남해의 모 초등학교, 하동진교의 모 초등학교 모두 형편없는 상태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 학교를 상대로 영업을 할 당시 이 업체의 영업 담당자는 이미 금도를 넘고 있었다. 학교에 로비가 통하지 않자 지역을 들쑤시고 다니면서 학교와 지역간에 이간질을 하고 다녔던 것이다. 자기의 이익과 상충되면 할 짓 안 할 짓을 가리지 않았던 것이다. 학교와 지역간의 관계는 脣亡齒寒(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의 관계이다. 지역에서 신망을 잃으면 학교가 힘들어지고 마찬가지로 학교가 망하면 지역도 쇠퇴해 지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업체가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이런 ‘지역과 학교’ 간의 관계를 망치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 문제의 업체가 우리 학교에 잔디를 포설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선 공사가 부실했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미 이 업체가 최근에 시공한 근처 학교들 운동장 잔디 공사가 다 부실한데 우리 학교에만 유독 공사가 잘 될 리가 없었을 것이 아닌가? 공사 자체의 부실은 또 그렇다 치고 앞으로 계속 나타날 하자와 A/S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인조잔디는 정기적으로 A/S를 해 주어야 한다. 또 이 회사의 사업 형태를 보면 하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정도의 부정한 사건에 연루된 업체가 온전히 살아남기 힘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 운동장은 하자 발생시에 A/S해줄 업체가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면 잔디 운동장은 누더기 상태의 흉물로 계속 방치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말이다!   
 
 결국 그 업체는 여러 학교 운동장을 망치고 지역 사회를 흉흉하게 하더니만 급기야 인사 사고까지 내고 말았다. 자신들이 제공한 뇌물로 인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 이 업체는 응분의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것이 事必歸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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