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은 남해군의 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의 산업이다. 대한민국 유일의 마늘박물관 격인 “마늘나라”가 그렇고 145억 원의 거액을 들인 “남해마늘연구소”도 최근에 준공되었다. 남해군이 펼치는 가장 큰 축제도 마늘축제다.
행정의 가장 중요한 중심점에 마늘이 있고 사활을 걸고 키워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산업이다. 필자는 최근까지 마늘 가공업체의 전문경영인으로 5년 간 일했다. 그래서 상당히 세밀하고 내밀한 부분 까지 잘 알고 있는 사람 중의 한사람이라 자부한다. 
분명히 이년 전까지만 해도 남해군은 마늘 산업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선두주자였었다. 지역 내의 마늘 가공업체들의 자발적인 연구개발사업의 유치, 남해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역연고사업, 남해군의 마늘연구소유치, 해외투자업체의 유입 등 질적 양적 팽창을 발 빠르게 해왔다. 누구나 할 것 없이 향후 남해마늘 산업의 장밋빛 청사진이 눈에 그려졌다.
그러나 지난주와 이번 주 연속으로 방영된 부산.경남의 대표방송인 KNN의 “육쪽 마늘의 비밀” 1, 2부를 보고 난 후 필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필이면 부산.경남의 대표방송에서 타지의 특산물에 대한 홍보성 방송을 한다는 것도 아이러니 하였지만 서산. 태안 육쪽 마늘은 관과 민 그리고 산업체 연구소가 혼연일체가 되어 전략적 관리방식과 홍보에서 섬뜩하리만큼 차별화된 전략으로 우리를 제치고 선두를 장악하였다. 방송내용은 개략적으로 이런 것이었다. 청정 섬 지역을 선정하여 종구의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유황을 시비하여 황 화합물의 기능성을 강화시키고 공기관인 농협식품안전연구원에 서산.태안 육쪽마늘, 일반국내산마늘, 스페인종, 중국산마늘 등 4종류를 성분 의뢰한 결과를 공개하였다.
황화합물 총 함유량과 알리신 성분의 함유량이 거의 우리에 비해 2배 정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은 결과다. 흑마늘의 항암효과에 대한 부분도 기분이 더러웠다. 방송에 나온 동의대 한의대의 생화학교실 최 모 교수는 남해마늘 연구소의 협력기관으로 연구업무를 수행하여 동일한 과제를 마늘나라 회의실에서 발표한 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서산. 태안 육쪽 마늘의 항암효과가 상대적으로 탁월하다고 시청자가 인식하도록 편집되어 있었다.
방송직후 여러 사람으로부터 걱정스러운 전화가 이어졌다. 앞으로 남해마늘 산업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현업에 종사하는 관리자들도 지상파 방송을 점령한 타지 마늘의 정략적 공격에 대하여 놀라움을 표했다. 항상 강조하지만 지금은 무한 경쟁의 시대다. 변화와 혁신을 통한 공격적 마케팅은 시시각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남해군이 연구소를 짓고 축제를 하는 등 전시행정의 틀에서 안주할 때 타지에서는 소비층을 직접 공략하는 실사구시의 칼을 갈았다.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남해군의 미래가 걸린 마늘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발전방향을 다시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이기 위한 행정보다는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전략을 구사하여 실익이 농민과 영농 기업에 돌아가 부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쟁점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지휘를 위한 전문성을 행정에서는 보여야 한다. 지금 같은 방식의 운영으로는 한계가 있다. 차별화 되지 않은 비슷한 생산업체의 난립도 문제다. 제품별 특화작업과 지역 내 업체의 소모적 경쟁보다는 상생의 방안도 시급히 구축하여야 한다. 생산에서 유통까지의 전 단계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지고 기능성의 확보를 위한 유황, 셀레늄, 칼슘 등의 경작단계에서 부터의 과학영농도 고려하여야 한다.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하기위한 각종의 공신력 있는 데이터의 확보도 중요하다. 민은 한계가 있다. 통합과 조화의 기술을 발휘하기위해선 행정이 관건이다. 공동마케팅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여 새롭게 다시 서야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기존의 틀에서 느슨한 행보를 하지 말고 변화와 혁신으로 무장할 때 우리가 살 수 있다. 관련 있는 책임자들은 방송 사태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하여 빠른 시간 내에 대안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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