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담벼락 광고판에 ‘학력향상 우수학교로 선정’이란 현수막이 붙어있다.
이것이 붙은 연유는 이러하다.
 얼마 전 서울에 출장을 가 있는데 도교육청으로부터의 문자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교장 선생님 이번에 ‘학력 향상 우수 학교’로 선정 된 것을 축하합니다.”란 내용이었다.
이 무슨 이야기인고? 솔직히 말해 이 뜻이 무엇인지 처음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에 있는 교무부장에게 전화를 했다.
“ 우리 학교가 학력 향상 우수학교로 지정되어 표창 받으러 오라고 하는데 무슨 뜻이요?”
교무 부장도 잘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 인 모양이라서 상세히 알아보고 다시 연락을 해 주겠다고 하더니만 곧이어 연락이 왔다.
“ 행정상 착오는 아니랍니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잘 나온 모양이고 그 비율이 상위 그룹에 들어서 표창을 하는 것이랍니다. 경남에서 30개 학교가 선정되었다고 하고요.”

 이번에 평가 대상이 된 학생들은 필자가 오던 해 입학한 아이들인데 다른 학년에 비해 유달리 학생 수가 적은 16명이다. 그 해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28명이었는데 막상 입학한 학생은 16명에 불과했단다. 필자는 9월에 부임했고 이 아이들은 3월에 입학을 했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 읍내나 대처로 나갔다고 들었다. 이른바 형편이 되어서 전학 갈만한 아이들은 다 떠나고 남은 아이들인 셈이다. 이 아이들의 성적이 그렇다는 것이다. 지난 번 시론에 소개된 ‘눈물 젖은 졸업식’의 주인공들이다.

 이 아이들의 성적이 과연 표창을 받을 만한 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전에 받아 놓았던 결과를 찾아보아야 했다. 왜냐면 특별나게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느 조직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학교도 학교장의 의지와 의도가 관철되기 싶다. 그런데 필자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에 대해 교사들에게 채근하거나 독려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 학교 선생님들도 굳이 무리해서까지 성적 올리기에 나섰을 리가 없다.

 실제로 우리 학교에서 주력하는 것은 ‘수업예고제’,‘도서관의 학습 컨설팅’ 같은 시스템으로 학생들의 학습 습관을 길러 주는 것이고, ‘명사특강’,‘놀토 학교’ 같은 프로그램으로 꿈을 키워주고 여러 가지 체험을 경험케 하는 것이다. 왜냐면 중학교 과정은 그야말로 ‘중간 허리’ 과정이다. 당장의 점수 몇 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 앞에 남아 있는 고등학교, 대학교 과정에서 좋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기초를 닦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서 학력 부분에 신경을 쓰는 부분은 ‘학업 성취도 평가’과목에 포함되지도 않는 ‘한자 공부’이다. 학생들의 기초 학력 배양에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한자 공부는 학생들에게는 지금 당장 보다는 앞으로 교육 과정에서 더 요긴해 질 것이다.

 아무튼 우리학교가 ‘우수학교’로 선정된 것은 기초미달 학생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평가 결과표를 들고 살펴보니 기초 미달 과목이 3과목이다. 16명이 5과목 평가를 받았으니 전체 80과목이 된다. 그중에 3과목이 미달이니 미달률로 따지면 3.75%이다. 도내에서 제일 꼴찌라는 곳이 11.3%란다. 이 비율을 우리 학교에 대입해 본다면 전체에서 9과목 미달이면 꼴찌 수준이다. 우리 학교 학생 중에 두 명이 더 그날 컨디션이 나빠 시험을 잘 못 쳐서 3과목씩 미달이 되었으면 우리도 꼴찌이다. 그러니까 ‘우수 학교’와 ‘꼴찌학교’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실정인데도 교육청의 권유에 따라 마을에 ‘학력 향상 우수학교로 선정’되었다고 현수막을 떡하니 부쳐 놓았다. 낯간지러운 일이긴 하지만 굳이 부쳐 놓은 이유도 있다.
앞에 말했듯이 이 학생들이 입학할 시 초등학교 졸업 동기들이 대거 타지로 유학을 나갔다.  아마도 우리 지역에 남은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자식들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을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자기도 친구들이 다 가는 읍내로 보내 달라고 생떼를 쓰기도 했을 것이고 그런 자식을 혼 내주면서 뒤돌아서 몰래 한 숨을 쉬기도 했을 것이다.
‘내가 못나 자식 공부도 제대로 시켜주지도 못하는구나!’하는 자괴감에서 말이다.
이런 학부모들에게 약간의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부쳤다는 것이다.

 올해에도 이런 평가가 계속될 것이고 기초학력 비율을 따지게 되고 순위를 매길 것이고 우수학교도 선정할 것이다. 우리학교에서는 앞으로 선정이 되던 안 되던 현수막을 부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그렇게 호들갑을 떨 만큼 대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고, 시골에 학교가 있다고 해서 학력 향상에 노력을 들 기울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한 번 알린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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