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본지 편집인                   
  


선거는 민의의 축제여야 한다는 말은 현실에서는 도저히 실현하기 어려운 것일까? 선거가 벌써 과열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 후보진영이 어느 쪽에도 개입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가 선거운동원으로 뛰어줄 것을 부탁하는 전형적인 줄세우기가 강요되고 있다.

우리의 선거운동방식은 선거운동을 해줄 사람을 끌어당기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사람들을 표에 보탬이 되는 사람과 표를 깨는 사람으로 나름껏 구분 짓고 보탬이 될 사람이면 자기편으로 끌어넣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자기편으로 끌어넣지 않으면 곧 상대편으로 넘어갈지 모르므로 그 사람이 끌어당겨지지 않으면 주변의 친한 사람들을 동원, 이중 삼중의 그물을 친다. 선거에 개입하기 싫은 사람도 끝내 어느 한 편의 그물에 쌓인 고기가 되고 만다.

문제는 지역사회에선 어느 한 편의 선거운동진영에 발을 들여놓으면 두고두고 서로의 앙갚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선거결과에 따라 권력을 잡은 쪽이 선거과정에서 상대편에 섰던 사람들을 유무형의 방법으로 왕따 시키는 게 우리의 선거문화유산이 아닌가. 지역공동체를 양편으로 갈라서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도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런 부정적인 사회유산이 확대 재생산되지 않았으면 한다.

남해·하동의 이번 17대 총선은 후보구도에서부터 과열되기 쉬운 조건들이 많다. 작은 불씨만 떨어지면 폭발해버릴 화약고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우리가 걱정하는 대로 유권자들의 관심이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와 열린우리당 김두관 후보 중에 누가 이길 것인지에만 휩쓸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언론사들이 발표한 팽팽한 지지율조사 결과도 이번 선거를 경마장 경기처럼 만드는데 한 몫 거들고 있다. 박희태 김두관 두 쪽 다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다. 선거라고 하면 뒤질 게 없는 베테랑들이 양 진영에 포진해 있고, 상대를 압도할 선거조직을 짜는 데 혈안이 된 모습이다. 이른바 줄세우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조직선거로 선거운동이 진행된다면 선거 후에 지역사회가 앓을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유권자가 예상되는 후유증을 사전에 차단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선거를 민의의 잔치, 주민들이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축제의 마당으로 만들어버리는 방법이 있다. 역대 선거처럼 유권자가 나약한 모습으로 후보자들에게 이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소 고삐를 움켜 쥔 주인이 되어서 오랫동안 묵혀온 밭을 갈자는 것이다.

나 찾아오라는 식으로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돈 안 쓰고 조직동원 안 하는 선거, 서로를 칭찬하는 선거, 서로의 생각과 삶을 비교해볼 수 있는 선거,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는 선거, 음지의 선거를 양지의 선거로 만들기 위해 유권자 모두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자원봉사자로 나서보자는 것이다. 유권자가 표의 대가를 사사로운 것으로 바라는데서 벗어나지 못하면 후보자도 거기서 결코 벗어날 수가 없다. 유권자가 취한 사사로운 이익이 결국 정치권 전체, 우리사회를 멍들게 함으로써 더 큰 손해를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의 대표는 선거과정에서 다듬어서 국회로 보내야 한다. 농촌주민답게 농촌을 살릴 확실한 비전과 실천력을 가진 사람으로, 백의민족답게 민족의 자주와 평화정착을 앞당기고 인권의 소중함을 실천할 사람으로, 성실하고 겸손하고 부지런하고 깨끗한 사람으로 우리 유권자가 한층 더 다듬어서 국회로 보내자는 것이다.

후보자들은 이번 선거만큼은 조금이라도 부정한 방법을 쓰면 유권자들이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명심하고 모든 선거운동원들을 단속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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