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침몰해 숨진 통영모래운반선 삼봉호의 1등 기관사 정익수 씨의 딸 정은경 씨가 군청 홈페이지에 ‘아버지를 찾아달라’고 올린 글이다.

“딸이 저렇게 부르는데....”, “시신이 고향 찾아 오려고 떠오른 거지....”

선원 10명을 태운 통영 모래운반선 삼봉호 침몰 그리고 실종. 삼봉호 1등 기관사 정익수(64.남해 상주면 양아리) 씨의 딸 정은경 씨가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달라’고 쓴 애틋한 글이 회자되고 있다.

1월26일, 상주면이 고향인 1등 기관사 정익수 씨는 기상 악화 등으로 통영 앞바다 모래운반선 삼봉호 침몰과 함께 조난된 뒤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씨의 시신 발견은 삼봉호 침몰 17일 뒤인 2월11일이었다. 발견 지점은 조난지점에서 무려 150km 떨어진 울산 해변이었다. 조난자 10명 중 유일하게 발견된 정 씨의 시신은 ‘딸의 부름에 의해 떠올랐다’는 말까지 전해지고 있다.

“딸이 저렇게 부르는데 어떻게 떠오르지 않았겠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상주면 이웃들은 “시신이 고향을 찾아오려고 떠오른 거지....”란 말을 하고 있다.

이웃들은 또 “40년 넘게 배를 타다가 바다에서 눈을 감은 바다사람”이란 말을 하며 “슬픔에 집안이 말도 못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정 씨의 딸 은경 씨는 지난 9일 남해군 홈페이지 ‘군정에 바란다’에 ‘아빠를 찾아주세요’라는 글로 실낱같은 희망을 글로 풀어냈지만 결과는 안타까웠다. 이를 읽은 네티즌 등은 “눈물이 나더라”는 표현을 하며 본지에 제보했다.

딸 정 씨는 글에서 ‘아버지 휴대폰에 신호가 아직도 가고 있다’며 절규했고 ‘70m가 넘는 심해에서 몸은 부풀대로 부풀어.....’라며 절망하고 있었다.

11일 울산 해변에서 아버지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까지 침몰한 배 속에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 딸 정 씨는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대답 없는 아버지......’라고 가슴을 쳤다.

22일 삼봉호 1등기관사 정익수 씨의 장례식이 있었다. 정 씨의 운구는 딸 은경 씨를 비롯한 1남4녀의 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주면 양아리 그의 고향에 묻혔다.

정은경 씨는 글에서 자신을 ‘상주면 양아리 소량에 살고 있는 정은경’이라고 소개한 뒤 ‘1월 26일 통영 앞바다에서 모랫배가 침몰한 사건을 알고 계시는지요’라고 물은 다음 ‘(아버지를 비롯한) 선원 열분 모두가 선박 안에 있을 것’이라고 썼다. ‘구정(설)은 다가오는데 아버지는 70미터가 넘는 심해에서 몸은 부풀대로 부풀어 있을 것’이라며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대답 없는 아버지......’라고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다.

정은경 씨는 특히 ‘아직도 아버지의 휴대폰 신호가 간다’며 ‘불러도 불러도 아무리 전화를 해도 대답이 없다’고 절규했다. 정현태 군수에게 ‘내 가족의 일이다 생각하시고 힘 좀 써 달라’며 아버지의 주검이라고 확인하고 싶은 딸의 숨막히는 절망감과 애절함을 표시했다. 정 씨는 ‘아버지는 바다에서 태어나 평생을 바다에서 계시다가 돌아가셨다’며 ‘제발 저희 아빠를 찾아달라’며 매달리듯 하소연했다.

제보자 이 모(41.남해읍) 씨는 “읽고 눈물이 나더라”며 “애절하다. 무척 슬펐다. 딸의 부름 때문에 시신이 떠오른 것 같아 온몸이 떨릴 정도로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글을 쓴 정은경 씨를 취재하기 위해 상주면 집 방문 등 마을 이장과 주민, 공무원을 통해 연락처를 수소문했지만 결국 만날 수 없었다.

침몰한 삼봉호에는 정익수 씨와 함께 미조면 송정리 출신의 부산 향우 1명이 더 탄 것으로 알려졌다.  /허동정 정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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