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본지 편집인                 
  
필자는 우연히 서울의 유명한 서점의 인터넷 판매점을 기웃거리다가 '지역분권시대 지역살리기'라는 책을 발견하고 구입해서 읽게 됐다.

땅끝마을로 알려진 전남 해남군에서 20년 간 지역운동을 해왔다고 말하는 58년생 박상일이라는 사람이 쓴 책이다.

이 책의 첫 장을 읽으면서부터 필자는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책장을 넘겨갈수록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은 점점 더 심해졌고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부끄러움을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어쩌다가 지역언론의 편집책임자가 됐고, 밥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여태 자리만 지켜왔구나?'라는 자괴감마저 덮쳐왔다. '기자 생활 10여년, 나는 왜 여태 저 사람과 같은 세계관을 형성하지 못했으며, 왜 여태 지역사회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는가?'라는 자책감이 몸을 휘감았다.

저자 박상일처럼 지역살리기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도 솟아올랐다.

이 책이 출간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군민 중에 책을 접한 사람은 아직은 몇 안 될 것이다. 필자는 이 책을 혼자 알기에는 너무 아까운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지방분권 ▲지역개발 ▲자치행정 ▲지역언론 ▲지역환경 ▲지역문화(축제) ▲지역관광 ▲지역농업 등 8개 단원으로 구분해 저자 박상일 자신이 지역에 살면서 경험하면서 고민했던 내용들을 짧은 칼럼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런데 하나 같이 오늘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잘못 접근함으로써 겪는 시행착오들이 무엇 때문에 빚어지는지 그 근원을 가르쳐 준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공무원 모두가, 지역사회의 발전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군민 모두가 반드시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도 갖게 됐다.

저자 박상일이 제시하는 열쇠 말은 '지역사회의 내발적 발전 요인들을 발견하고 꿰어야 한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지역적 관점으로 사회를 분석하고 발전의 동력도 지역사회의 자주적 내발적 요인에서 찾는다. 어쩌면 그렇게 철저하게 지역적 관점을 가질 수 있는지, 어쩌면 그렇게 지역적 관점에 서서 대안을 찾아낼 수 있는지 부러울 뿐이다.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저자는 새만금사업 반대운동을 한 환경단체의 운동방법이 잘못됐다고 크게 꾸짖는다. 환경과 사람을 하나로 보지 않고 환경만을 떼어서 절대선인 것처럼 생각하는 환경단체들의 잘못된 운동방법에 대해 비판하는 대목은 마치 덕월·평산매립지 골프장 개발로 고민하는 우리를 나무라는 것 같다.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지 않음으로써 주민들의 현실적인 요구를 간과한 운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그의 주장은 우리에게 딱 들어맞는다. 이것처럼 해남이나 남해나 환경과 조건이 비슷한 때문인지 어느 한 부분도 우리가 고민하지 않는 대목이 없다. 우리가 첫 단추를 잘못 꿰어 헤매고 있는 사안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천적 원리들이 가득 들어 있다.

우리가 여전히 잘못 받아들이고 있는 지방분권에 대해서도 저자 박상일처럼 철저하게 지역사회의 눈으로 접근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 어려워지는 학자들의 지방자치교과서하고는 다르다. 우리가 풀지 못해 고민하던 문제들에 대해 술술 써 내려가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저자 박상일은 지방분권이 지역살리기의 위기이자 기회라고 주장한다. 지방분권의 핵심이 재정집행의 자주권 확립이라는 저자의 말은 모래밭에서 찾아 헤매던 보석을 찾아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람은 분명 아니지만 그의 책을 군내 서점에서 군민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기를 바라며, 언젠가 보물섬아카데미 초청강사로 한번쯤 그가 선택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