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전부가 아닙니다. 인격적으로 존중해주고 자존심을 세워주면 돈은 따라 옵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봉제업체의 현지 법인장의 말이다. 그로 인해 이번 해외 출장길에 가슴이 뿌듯해지는 경험을 했다. 그를 따라 생산라인을 도는 동안 많은 근로자들이 그를 “파파(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 근로자들은 그를 다른 나라에서 돈을 벌기 위해 들어온 점령군이 아니라 가족의 구성원, 특히 부모처럼 존경하고 있었다.
 
우리 기업들은 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많이 진출했다. 인도네시아만 해도 한국 봉제업체가 330여개에 달하고 있으며 25만 명이 넘는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기업입장에서 해외 진출의 성공여부는 현지 근로자들의 노력과 성실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회사 매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편 국가적으로는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좌우된다. 그것은 ‘국가 브랜드’, ‘국격(國格)’으로 직결된다.

필자가 만난 이 법인장은 회사의 매출을 올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격(國格)을 높이는 일등 외교관 역할도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하나의 돌멩이로 두 마라의 새를 잡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두 마리의 새(효과)를 잡은 하나의 돌멩이(수단)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현지인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라 할 수 있다. 그와의 대화 속에서 감동적인 그만의 방식을 발견했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기본이 ‘대화법’이다. 아무리 나이 어린 근로자라 하더라도 존칭어를 쓴다고 한다. 사실 아직도 많은 한국기업들은 현지 근로자들에게 반말을 하고 있다. 툭하면 욕설부터 나오는 경우도 많다. 그는 그들을 무시하고 멸시할수록 회사에 대한 적개심만 키워진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적개심이 많아질수록 생산하는 제품에 그 감정이 반영되어 불량률이 높아지게 되고 결국 회사에 손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가 두 번째로 강조하는 것은 작은 것에서부터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법적으로 갖추어야 될 복지제도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경조사 등 개인적인 일까지 세심하게 챙긴다고 한다. 법인장이 직접 4시간이 넘는 거리를 차를 몰고 근로자의 고향까지 가서 경조사에 참석한 적이 자주 있다 한다. 그럴 때면 시골마을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나온다고 한다. 한국에서 돈 벌러 나온 관리자가 자기들 일을 챙겨주러 먼 길을 달려왔으니 고맙고 신기할 법하다.

세 번째 강조하는 것은 근로자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킨다는 점이다. 현지 공장에서 매월 4번의 정례 조회를 하는데 항상 인도네시아 국가를 부르고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 온 직원들에게 인도네시아 국가를 배우게 만들어 함께 부른다고 한다. 외국인 회사 관리자들이 자기 나라 국가를 함께 불러주니 그들이 동질감을 느끼지 않을 없는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사례가 있지만 역시 핵심은 ‘사랑과 존중’으로 현지 근로자들을 대한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이 섬유수출 강국일 수 있는 것은 현지 근로자들의 도움 때문이기에 그들을 보물처럼 대해야 한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직접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나라 문화와 제도를 무시하거나 현지인에 대한 비하 등 ‘어글리 코리언(Ugly Korean, 추한 한국인)’ 사례들이 해외 언론에서 간간히 보도가 된다. 특히 우리보다 경제적인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는 더욱 심하다. 골프 칠 때 캐디에게 막말은 기본이고, 심지어 유흥업소에서 돈을 바닥에 뿌리고는 종업원에게 주워가라고 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아무리 우리보다 못산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자존심까지 낮은 것은 아니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가 브랜드’ 및 ‘국격(國格)’ 향상은 절대 정부만의 몫이 아니다. 기업과 개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업이 해외에서 현지 근로자들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서, 혹은 개인이 해외여행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서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잘못된 행동은 우리 후세대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이번 인도네시아 출장에서 한국의 국격(國格)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그것은 필자가 만난 봉제업체 법인장의 선선한 모습 때문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들려준 인도네시아 표현이 가슴에 와 닿는다.

“AMAL BANYAK HASIL PUN BAGUS(積善之家 必有餘慶), 선한 일을 많이 한 집안에는 반드시 남는 경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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