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리 굴캐기 채취 현장 옆에서 백조떼가 헤엄치고 있다. 백조는 행사 내내 이곳을 지켰다(사진 위). 이어리 굴채취 현장에는 향우 주민등 4일간 600여명이 참석했다.

‘기가 막혀(?)’서.....그 맛에, 백조에, 굴더미를 들고 지게에 지고 이고 끌고 가는 독특한 모습까지, 거기에 석양까지 쫙~

이어리 굴캐기 행사에서 갯벌에 도열하다시피한 주민들은 바다와 어울렸고 백조와 어우러졌다. 보름 안팎이라 썰물은 쭉쭉 빠질 대로 빠져 그 넓은 갯벌을 보는 것만으로도 장관인데, 사람과 백조와 바다, 돌에 달라붙은 굴이 만든 ‘석화’가 석양에 빛나면서 빚어진 그 때깔 좋은 강진만, 이어리는 황홀했다.

김장철 굴 채취 등에 이어 지난 31일의 이어리 굴채취에서는 백조떼가 꿀따기 행사에서 주민들과 함께 했다는 점이 대단히 특별했다. 강진만의 명물인 천연기념물 제201호 백조(큰고니)가 이어리를 날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월대보름 행사 기금 모금을 위해 펼쳐진 굴캐기 행사는 지난 28일부터 31일(일요일)까지 4일간 이어리 주민들을 비롯해 향우 등 600여명이 참가한 행사였다. 행사는 풍성한 동네잔치를 넘어 백조로 인한 뭔가 기막힌 이야기가 만들어가고 있는 듯 햇고 주민들의 고달픔이 엿보였지만 ‘대보름’을 맞기 위해서인지 행사에 기꺼이 동참한 사람들이 만든 그림도 그림이거니와 그 독특한 ‘느림’은 연초에서 정월대보름까지, 달집 태우기로 끝날 강진만 이어리의 한판 축제의 과정이었다.

백조떼는 이어리 벌뻘 행사장 북향 동도마마을 쪽에서 헤엄치거나 두 무리로 나눠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졌다. 백조가 헤엄칠 때, 주민들은 캔 굴을 들고 지고 이고 끌고 운반했다. 힘들어보였지만 남해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고즈넉한 남해의 명장면들이었다.

굴을 캐는 주민들과는 불과 4~50m거리, 바닷가에서 떼를 지어 헤엄치거나 길게 목을 뽑아 울거나 먹이를 먹는 것 같았고 갈매기의 호들갑과는 비교됐다.

굴은 또 얼마나 실한지, 향, 크기, 속살의 씹힘이 달랐다.
“씹으면 단물이 난다”고 말한 전영례 할머니(76.이어리)는 인심 좋게 굴을 캐, 그 좋은 얼굴로 굴을 건넸다. “알이 꽉찼다. 제일 맛있는 거 줄께”라며 쇠꼬챙이에 굴을 끼워 입에 넣어주는 넉넉함이란, 갯벌이 살고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진면목이 그곳엔 또 있었다. 갯벌 복판에서 간절한 것은 딱 한 잔, 소주 뿐이었다.

전영례 할머니 말은 한 치도 틀림이 없없다. 1시간이 지나도 입안에 그 향이 단맛과 함께 사라지지 않았다.
주민들 대부분은 백조를 “황새”나 “큰 오리” “큰 새”라고도 했고 그리 알고 있었다. ‘백조’란 말에 더러 허리를 펴고 백조를 살폈고 누군 방파제를 따라 일부러 백조 가까이로 찾아가기도 했다.

굴을 “꿀”로 발음한 김필명 씨(62.이어리)는 “알도 크고 양도 많다”며 흡족해 했고 이어리 김충영 청년회장(48)은 “채취량을 계산하긴 어렵지만 적게는 1인당 굴망사 3개, 많게는 10망사까지 가져간 걸로 안다”며 “정월대보름 행사를 위해 이어리 청년회에서 굴채취를 주최했고 입장료를 5000원 씩 받아 300만원의 수익을 얻었다. 4일간 600명 정도가 왔다고 추산된다”고 말했다.

연초, 설 대목을 지난 뒤 이어리 바다엔 보름달이 치솟는다. 주민들은 정월 대보름을 위해 달집을 짓고 북을 치고 춤출 일만 남았다. 이때도 백조는 이어리를 감싸고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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