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농민회(준) 김성 위원장. 
  

16일, 다시 한-칠레협정 저지에 나서며


이미 입춘이 지났건만 이번 겨울은 농민들에게 참으로 긴 겨울이다. 한-칠레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 저지 투쟁과 함께 농민들은 이번 겨울을 시작했고 이제 그 끝자락에 서 있다.


네 번의 국회비준 처리 시도를 농민들은 경찰의 곤봉과 방패, 차가운 물대포를 맞으며 온몸으로 무산시켰다. 그리고 승리의 함성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질렀다.

가슴 뭉클함을 맛보았고 새벽밥 먹고 달려간 서울길이 후회스럽지 않았다. 옆에 있는 농민들과 웃음을 머금고 수고했다며 손을 맞잡을 땐 얼었던 몸이 봄눈 녹듯 했다.

그러나 귀향길은 승리의 순간만큼 가볍지 못했다. 완전한 승리가 아니기에 또 다시 준비해야 한다는 현실이 가슴을 무겁게 했다.


농업을 송두리째 팔아먹으려는 사대 매국노들은 그들이 가진 거대한 자본의 힘으로 농업을 포기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언론은 농민들을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고, 농촌출신 국회의원들을 매국노로 칭하며 한-칠레자유무역협정을 비준하지 못해 나라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심지어 여야 각 당은 비준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쇼(?)를 연출하고 있다. 우리 농업을 팔아먹는 진짜 매국노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눈에는 아마도 그런 쇼(?)가 당연한 모습일 것이다.

정치적 욕심을 위해서는 민족의 생명줄은 안중에도 없고 정치자금이 재벌들에게서 나오니 우리 농업이 눈에 들어올 리가 만무할 것이다. 하지만 농민들이 이제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농민들은 한-칠레자유무역협정의 본질을 깨달아가고 있고, 수입개방이 대세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인식해가고 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없음을 사대 매국노들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2월 16일 다시 한-칠레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을 시도할 것이라고 한다. 농민들이 지치기를 기다리는 정치인들이 먹이감이 지치기를 기다리는 맹수와 똑같이 느껴짐은 어찌된 일일까.

우리농민들이 농업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단지 농민들만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은 아니다. 농업이 무너지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농민운동가의 말이 생각난다. ‘지금 이 땅은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서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는 조상으로 남는 것,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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