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는 지난 3일 '2004년 총선 어떻게 치를 것인가'라는 주제로 일반유권자 3명과 선관위
관계자를 본사로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후보구도 매몰 경계하고 정책선거 만들어야

선관위, 선거꾼 암행감시 등 부정단속 강화

남해신문은 총선기획의 하나로 지난 3일 군내 일반 유권자와 남해군선관위 관계자를 본사로 초청해 '2004년 총선 어떻게 치를 것인가'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그 내용을 정리해 싣는다. 좌담회에는 창선미래연합 양명용(46) 사무국장, 물건에서 농사를 짓는 이성현(53)씨, 평현에 사는 주부 이미자(34)씨, 남해군선관위 김윤배(46) 사무과장이 참석했으며, 본지 김광석 편집국장의 사회로 진행됐다.<편집자 주>

  
 
  
창선미래연합 양명용 사무국장.
  

'박희태 독주' 16대 총선

△(김광석) 군민들은 과연 17대 총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일반 유권자에게 듣고자 이 좌담회를 마련했다. 생활 속에서 느끼는 정치와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 먼저 낙천·낙선운동이 큰 이슈였던 2000년 16대 총선을 평가하고 넘어가자.

△(이미자) 유권자들이 현실정치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막상 투표장에서는 '될 놈을 찍는다'는 사표방지심리에 휩쓸린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지역구도가 강했던 선거였다. 유권자들 스스로 정치개혁을 그르치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선거였다.

△(양명용) 부패정치가 만연한 상태에서 지난 총선의 낙선운동은 당연한 역사의 흐름이었다. 유권자들의 정치개혁 요구에도 불구하고 16대 총선에서 금품수수는 여전했고 결국 16대 국회는 의원들이 무더기로 구속되는 등 역사상 최고의 수난을 겪었다. 안 주고 안 받는 것이 당연한 선거문화를 이제 17대 총선에서 만들어야 한다.

△(이성현) 16대 총선에서는 박희태 의원 외 다른 후보들은 인지도가 낮아서 사실상 경쟁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무투표 당선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금권선거가 별로 없었다고 생각한다. 박 의원도 다른 선거와는 달리 조직동원을 별로 안 했다.

△(김윤배) 16대 총선은 21세기 첫 선거로 정치개혁 요구가 반향을 일으켰고 낙선운동이 많은 성과를 냈던 선거였다. 그랬음에도 그렇게 깨끗한 선거는 아니었다고 평가한다. 많은 후보가 단속에 걸려 처벌을 받았고 당선무효가 됐기 때문이다. 일단 당선만 되고 보자는 후보들의 생각을 제도적으로 막지 못했던 선거였다.

  
 
  
사회를 맡은 본사 김광석 편집국장. 
  

선거공영제 확대 필요

△(김광석) 지난 선거는 어느 때보다 지역할거구도에서 치러진 선거였고 여기에 금권이 결합한 양상을 띠었다. 시민세력과 유권자들이 이것을 바꾸어보자고 외쳤지만 돌파구만 겨우 열었던 선거라고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다. 이제 지난 선거의 성과와 한계 속에서 17대 총선을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토론해 보자.

△(이성현) 무엇보다도 17대 총선에서는 선거공영제를 확대해 돈 선거를 막아야 한다. 지명도 없고 돈 없는 후보라도 충분히 자신을 알릴 수 있어야 한다. 차떼기로 돈을 받아먹는 판에 선거공영제 확대에 필요한 비용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돈 선거로 선거판이 혼탁해지면 투표를 포기하는 사람이 는다. 선거공영제로 돈 선거를 막아야 유권자의 관심을 정치로 모을 수 있다.

△(김광석) 국회 정개특위가 합의한 내용 중 선거공영제 확대와 정치신인 선거운동 자유 확대 관련 부분을 선관위에서 설명해 달라.

△(김윤배) 국회 정개특위는 선거비용 보전요건을 완화하는데 합의했다. 현재는 15%이상 득표해야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 받지만 합의된 내용은 15%이상 득표하면 전액을, 10%∼15% 득표하면 50%를 돌려 받을 수 있게 했다. 불공정경쟁을 완화하기 위해서 정치신인이라도 선거일 120일 전부터 선거사무실 설치, 공개장소 명함 교부, 이메일·전화 홍보, 인쇄홍보물 발송 등이 가능하게 했다. 대신 현역의원의 의정보고회는 선거일 90전부터 못하도록 묶었다.

△(김광석) 이번 선거에서 선관위는 어떻게 단속할 계획인가.

△(김윤배) 이번 선거가 정치개혁의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남해선관위도 선거부정 감시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선거부정감시단 30명을 조직할 것이며, 비공개 요원들이 암행감시를 할 것이다. 또 선거사무소에 단속요원을 상주시키고 특히 선거브로커를 파악해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것이다.

후보구도 매몰 경계해야

△(김광석) 남해하동에서 17대 총선은 박희태 의원과 김두관 전 장관의 2강 구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선거의 관심이 후보구도에 매몰될 위험성이 높은데 정책과 정치개혁 실현이 중심이 되는 선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유권자의 정치의식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이미자) 지금까지는 한나라당이면 지역구도에 따라 거저 당선되는 선거였다. 이런 분위기를 벗어나야 한다. 차떼기다 뭐다 해서 이번 선거는 정치인 불신이 아주 높은 상태에서 치러진다. 그래서 깨끗한 사람을 뽑고자 하는 욕구도 강하다. 정책대결이 되어야 한다. 가령 한-칠레자유무역협정에 대한 후보들의 관점이 어떤지 비교해서 선택하는 정책선거가 되어야 한다. 군민들의 의식이 높아져 단순한 지역구도에 의한 선택은 많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양명용) 얼마 전에 끝난 창선면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가 주민들의 힘으로 깨끗하게 치러졌다. 유권자들의 의식변화를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남해발전 프로젝트를 제대로 제시하는 후보를 군민들이 선택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믿는다.

  
 
  
물건에서 농사를 짓는 이성현씨.
  

"국회의원 정도 되면…"

△(김광석) 정책비교 정책비교 하는데 막상 정책자료집을 놓고 보면 후보들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남해신문은 후보들이 제시하지 않는 민감한 부분을 물으려고 한다. 과연 유권자들이 정책과 인물을 비교해서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성현) 아주 연세가 많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밖으로 포장된 것말고 후보자의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할 정도로 의식이 높아졌다. 후보자들 생각 이상으로 유권자의 정치의식이 높다는 것을 후보자들이 염두에 둬야 한다.

△(김광석) 일반적으로 국회의원은 지역발전을 떠나 국가의 대사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인데 남해신문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 남해하동 유권자들은 지역발전이라는 역할을 더 기대한다. 이 벽을 이번 선거에서 넘을 수 있겠는가.

△(이미자) 국회의원은 단체장과 다르다. 한-칠레자유무역협정이나 이라크 파병 등 국가적인 문제들을 올바르게 해결하면서 지역의 문제는 단체장과 조율해야 한다. 국가 전체적인 문제가 분명히 지역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지역개발 공약만으로 후보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성현) 유권자들이 바뀌어야 한다. 국회의원에게 지역의 문제뿐 아니라 개인적인 일까지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세태다. 선거 때 도와주고 나중에 도움을 받겠다는 심산이다. 여기서 부정이 싹 뜬다. 지역발전계획은 군수나 도지사에게 맡기고 국회의원 정도 되면 국가발전 방향을 제시하게 압박해야 한다. 주위 사람들로 이런 쪽으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남해군선관위 김윤배 사무과장. 
  

소신 담긴 정책대결 기대

△(김광석) 후보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이번 선거에서 이것만은 바꾸어 달라는 것을 한마디씩 한다면.

△(양명용) 자동차에는 다 스페어 타이어가 있다. 언제 타이어를 갈아야 하는지 알아야 유능한 운전자다. 후보들도 유권자를 둘러보고 무엇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할지 잘 판단해야 한다. 지금이 갈아야 할 때인지는 후보가 판단해야 한다.

△(이성현) 선거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후보들은 자신의 정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뒷전이고 상대의 단점만 까발리려는 경향이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상대후보 헐뜯기보다는 정정당당한 정책대결을 펼쳐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미자) 앞에도 나왔지만 상대방을 비방하고 깎아 내리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이런 가치관을 갖고 일하고 싶다는 정책을 강하게 내세웠으면 좋겠다. 후보 중 한 명은 오랜 경륜이 있고 한 명은 정치신인이다. 너무 오래되면 관행을 답습하는데 그치고 신인은 의욕이 앞서 과도한 공약을 남발할 수 있다. 거창한 지역발전 공약보다는 어떤 관점으로 나라와 지역을 바라보는지를 선거기간 동안 자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광석) 이번 총선에서는 선거법이 강화돼 금품수수로 인한 다툼보다는 상호비방에 의한 명예훼손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후보들 사이에도 비방이 있지만 지지자들도 상대후보의 약점을 악의적으로 퍼뜨린다. 이번 선거에 유권자들은 이렇게 참여하자는 내용을 이야기해 보자.

△(이미자) 무엇보다도 투표 참여를 이야기하고 싶다.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에 선거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다. 정치불신이 높을수록 선거에 참여해 정치개혁 목소리를 내야하고 표로 심판해야 한다. 정치개혁 과제와 지역현안을 잘 살펴서 다시는 정치불신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유권자들이 올바른 후보를 뽑아야 한다.

선거꾼 등장 막아야

△(양명용) 이번만큼은 유권자들이 뚜렷한 자기소신을 갖고 선택해야 한다. 매스컴이 없던 시대에 울릉도 호박엿이 어떻게 전 국민에게 알려졌나. 바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것이다. 인구정책, 소득창출, 개발계획 등이 제대로 나와야 한다. 여기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이 유권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선거를 만들어야 한다.

△(이성현) 운동원들끼리 마찰이 생겨 선거가 끝난 후에도 원수처럼 지내는 경우를 종종 봤다. 좀 그렇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각 후보진영에서 선거운동원 교육할 때 악의적으로 시킨다. 운동원들이 선전할 수 있는 범위를 후보진영에서 알아서 교육해야 한다. 정책과 인물 중심의 홍보가 되도록 교육을 잘 해야 한다.

△(김광석) 선거 때면 항상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선거판을 좌지우지하는데 그 사람들은 주로 기존의 나쁜 선거문화에 젖어 있다. 깨끗한 선거를 위해서는 그들을 차단해야 하는데 좋은 방법이 없나.

△(김윤배) 흔히 선거브로커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선거 때마다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명단을 파악해 놓지는 않았지만 선거에 도움을 주는 지역인사들을 만나면 언제라도 명단을 작성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들을 파악해 선거부정감시단이 밀착감시를 할 계획이다.

△(이성현) 일반 유권자들도 이제는 선거꾼들에게 휘말리지 않는다. 유권자의 60∼70%는 자기판단으로 투표한다. 나도 예전에는 집사람에게 이 사람 찍으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집사람도 자기 나름대로 판단해서 찍는다. 이렇게 유권자의 의식이 한 단계 올라섰는데 후보진영에서 선거꾼을 이용한다면 시대착오다.

  
 
  
읍 평현마을에 사는 주부 이미자씨.
  

지구당 폐지 모두 반대

△(김광석) 국회 정개특위가 지구당 폐지에 합의했다. 민주노동당만 지구당을 폐지할 것이 아니라 진성당원을 법제화해 지구당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활동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지구당 폐지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이성현) 지구당 폐지는 잘못된 발상이다. 지구당 운영경비 때문에 폐지한다고 하는데 돈들이지 않고 운영할 수 있게 바꾸어야지 폐지는 말이 안 된다. 지역민들의 여론을 어떻게 모을 것인지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바로 없애는 것은 무리다.

△(양명용) 지구당 폐지에 깜짝 놀랐다. 지구당을 없앤다는 것은 뒤에서 돈을 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치인이 무엇을 행하기 위해서는 지구당이 있어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 또 당선된 국회의원에게는 개인사무실이라도 열게 하지만 신인에게는 그 마저도 못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미자) 지구당 폐지하면 조직을 갖춘 거대정당에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진성당원들에 의해 상향식으로 운영되는 민주노동당 같은 소수정당은 엄청난 피해를 본다. 지구당은 선거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선거는 새로운 구상을 내놓는 장일 뿐이고 하루 하루가 정치의 일상이다. 당원들에 의해 움직이고 지역민의 요구를 수렴할 수 있는 지구당은 꼭 있어야 한다.

△(김윤배) 선관위에서 지구당 폐지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돈 먹는 하마'로 불리는 지구당의 폐해를 점진적으로는 개선할 수 없어 일시에 개혁해보자는 차원에서 정치권이 합의하지 않았나 싶다. 민주노동당처럼 진성당원의 당비로 지구당을 운영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양명용) 불법선거만 생각하고 지구당을 폐지하는 것은 잘못이다. 의식변화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지구당을 만들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말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이념을 따른다면 당원들이 운영비를 모아서라도 지구당은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광석)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정치불신 속에서도 이번 선거만큼은 깨끗하게 치를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치개혁을 방향을 이야기하고 정책대결을 벌이는 선거가 되도록 앞으로 더 심층적인 보도를 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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