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땅 언머리
 류정숙(고현)

동네앞 가로지른 언둑이 있어
이름하여 언머리라 했던가

앞들판 논길따라 흐르는 실개천 송사리떼
학교길 따라 졸졸 떼를 지어 춤을 춘다
뒷산에는 솔향기 코끝을 자극하고
계절따라 들에는 오곡백과가 자란다

새봄이면
대바구니 내 팔에 매달리고
모지랑 칼 자루 집어든다
묵은 밭고랑 사이 지푸라기 헤집고 돋아난
달롱개랑 냉이랑 쑥이랑

보리밭 사이사이 이슬 머금고
서리서리 자라난 쑥새풀
싸악싹, 베어다
우리집 큰 일꾼 소 여물에 섞어 놓고

저녁이면 언둑에 나와
풀벌레 소리 들으며
하늘에 수놓인 별들에 헤며
미래에 대한 나의 꿈은 나래를 편다

고향의 흙냄새 골에 배여
그 혼을 잃지 않았으니
몸은 비록 타관 땅에 의지 하여도
난 고향을 버릴 수도 잊을 수도 없다

세월 따라 변해가는 내 모습
다시는 되돌릴 순 없겠지만
마음은 꿈 많았던 그 시절로
머물고 싶어라

그립고 보고픈 내 님들이시여
어디서 뭘 하고 어떻게 사십니까?
언제라도 우리 만나 마음을 열어
지난날의 추억을 회상하며
주름살 펴고 맘껏 웃고 얘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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