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09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미국발 경제위기, 신종플루 확산, 용산 참사, 4대강 사업 및 세종시 논란 등 머리가 혼란스러워질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특히 용산 참사, 4대강 사업, 세종시 논란은 지금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안개정국을 만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수십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레이트 원전건설 사업 수주에 성공하고 국제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우리를 위안해주고 있다. 그렇지만 서민경제, 지방경제가 점점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냉정한 현실은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어깨에 힘이 빠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남해 역시 숱한 일들이 일어났다.
군민을 환상에 들뜨게 했던 조선산업단지 조성은 경제위기를 핑계로 물 건너가는 분위기로 만들어 버렸고 남강댐 수위상승 사업 강행방침은 강진만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되었다. 또한 쌀 수매가 폭락은 농민단체들의 집단행동을 유발했고 남해의 목좋은 땅들이 숱하게 외지로 팔려나가 버렸다는 소식은 군민들을 허탈하게 했다. 열악한 지방재정은 그 극복방안을 찾지 못하고 지방채 발행이란 쓴 잔을 마시게 했으며 신종플루의 확산으로 관광객이 줄고 각종 행사가 취소되는 바람에 많은 관광, 행사 관련 업체가 큰 손실을 보았다.
이처럼 우리를 심란하게 만드는 소식이 있었던 반면 작은 희망을 발견하게 만드는 소식도 있었다.
본지의 제안으로 결성된 ‘남해수능시험장유치범군민추진위원회’는 남해에 2곳의 수능시험장을 설치하게 만들면서 교육복지의 단추를 하나 끼웠다. 초중고교의 무상급식이 시행되고 장애인 대규모 일자리사업장 유치를 성공시켰으며, 37억여원의 향토장학금이 모금되어 후학 양성사업의 기틀을 다져가고 있다. 각종 농어촌체험마을은 4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남해의 대표상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작은 희망들이 보이지만 아무래도 지역경제, 자생력과 관련해서는 위기감마저 느끼게 하는 소식이 우리를 더 위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9일 국회 정개특위를 통과한 광역의원 선거구 조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남해에서 도의원을 1명밖에 배출하지 못한다. 지방재정의 부족으로 지방채를 발행한데 이어 2010년 군 예산은 그야말로 젖은 행주 짜듯이 꼭꼭 짜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인구는 4만과 5만대를 오가며 겨우 턱걸이를 하고 있다. 특히 2010년 취학아동의 숫자가 277명에 불과해 남해에 과연 미래가 있을 것인지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이것은 대표적인 사례에 불과하고 실제 서민들이 느끼는 얇아진 호주머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대안은 무엇인가 하고 자문하게 된다. 필자는 틈 날 때마다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로드맵 수립, 갈등보다는 사회통합 입장에서의 군민화합과 단결, 이를 추진해나갈 지도역량의 강화, 지방재정 확보와 같은 주장을 폈다. 매우 고리타분한 원칙론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것들은 우리 남해가 발전할 수 있는 기본여건의 하나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기본이 갖춰지지 않으면 그 위에 어떤 계획을 세우고 건물을 지어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계획성 없이 건설된 도로가 일년에도 몇 번씩 파헤쳐지면서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낭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서 빼놓지 말아야 할 덕목은 서민들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발전을 논하다 보면 대형 개발사업이나 자본을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지만 대형자본과 개발사업의 실현가능성과 지역 토착민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보면 남해지역의 특성에 맞는 정책개발이 더 알짜배기 사업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남해 시금치가 그렇다. 대형 도매시장에서 kg당 400원밖에 못 받던 남해 시금치가 대형마트 진출을 성공시킨 뒤 2000원을 더 받게 되어 올해 시금치 급신장된 것이 그것이다. 농어촌체험마을은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아 40여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다.
거창하고 환상적인 지역개발 논리보다는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정책, 서민들에게 보다 더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정책개발이 절실하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다사다난했던 2009년을 잘 정리해보면 남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눈에 보인다. 수능시험장 유치, 장애인 일자리작업장 유치, 체험관광 정착, 시금치 사업활성화, 참다랑어 시험양식 과 같은 우리 실정에 맞는 사업의 성과를 더욱 키워나가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비전을 만들기 위한 공동의 노력에 힘을 모으면 젊은이가 돌아오는 남해는 결코 환상이 아닐 것이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