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축구가 좋다.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축구다. 축구를 통해 동네 선·후배들과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좋다. 그러다보니 ‘감투’도 맡게 됐다. 1년 365일의 절반 아니, 거의 대다수를 운동장에서 보내도 힘든 줄 모른다. 집과 직장(또는 사업장)보다 스포츠파크, 공설운동장이 더 익숙하다. 개인 영업장과 스포츠파크를 하루 12번도 더 왔다갔다 하는 날도 있다.”

축구가 좋아, 축구에 모든 것을 건, 그야말로 ‘올인’한 사람들. 축구협회 임원들의 입에서 나왔던, 적어도 기자가 스포츠담당기자로 활동하면서 들었던 지난 1년간의 이야기들이다. 그래 말 그대로다. 적어도 기자가 들은 1년이지만 어느 누군가에겐 10년이기도 하고, 기간을 떠나 어릴 적부터 지금껏 살아온 삶의 전부이기도 하다.

남해군축구협회 총회와 남해군축구연합회 연말 총회가 있던 한 주다. 어제는 군내 전 축구인들이 함께 한 자리에 모여 한 해를 결산하고 의미를 되짚는 ‘2009축구인의 밤’ 행사가 있었다. 이 자리에선 군내 최고 동호인을 자랑하는 남해군축구연합회장과 군내 스포츠마케팅의 견인차 역할을 자임해 왔던 남해군축구협회장이 바뀌는 이·취임식도 있었다.

언급한 모든 여정을 그대로 그들 모습에 삶에 담아왔던 남해군축구협회 전임 조경호 회장과 박도영 전무이사, 신임 최월휴 회장과 심수남 전무이사. 그들의 입을 통해 듣는 축구, 스포츠마케팅, 스포츠메카 남해의 비전…. 담아본다.<편집자주>

  “감투는 벗어도 영원한 축구인”

이임 조경호 회장·박도영 전무

10년이라는 세월은 눈빛만으로도 서로 통하게 했다. 회장·전무라는 직책을 떠나 한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형님·동생으로 끈끈한 정을 쌓았고 그 정을 바탕으로 팀웍을 맞췄다. 두 사람 모두 축구협회 임원으로 10년, 조경호 회장은 회장임기만 2년, 박도영 전무는 축구협회 살림살이를 맡아 온 지 8년. 결코 짧은 세월은 아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이번 인터뷰는 특별한 듯 보였다. 두 사람이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에 남긴 말이 그 근거다.

“임기가 다 되도 얼마 전까지 내년 대회유치 때문에 서울 다녀오고 그만 둔다는 기분이 안 들었는데 이임 인터뷰하자 그러고 지인들이 고생했다는 인사를 전하는 걸 보니 진짜 그만 둔다는게 실감나네…” - 조경호 회장

“서운한 것도 있고 만감이 교차하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미련도 후회도 없네요”-박도영 전무

남해가 처음 서상에 스포츠파크를 조성하고 축구 종목을 중심으로 첫 걸음마를 시작하고 지금 대내외적인 ‘스포츠메카’ 타이틀을 얻기까지 그 여정에는 조 회장도 박 전무도 직함을 달리했을 뿐 언제나 있었다. 사람이기에 솔직히 말해 힘들 때도 지칠 때도 있었다. 하려던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특히 한창 주가를 올리던 스포츠마케팅 초반과 달리, 여러 가지 이유로 군내에서 유치하던 대회가 타 지자체로 옮겨가고 침체된 상황에 놓였을 때는 마음으로 아파했고 아쉬워했다. 그런 아픔을 겪었기에 최근의 성과가 더욱 보람되고 기쁘다는 두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운이 좋았다”는 말로 시작해 그 성과는 행정과 모든 민간부분, 군내 체육관계자, 모든 대회 현장에서 봉사한 축구협회 이사 및 임원과 관계자 모두의 공으로 돌렸다.

열정적으로 일했기에 아쉬움이 없다는 두 사람은 남해의 ‘스포츠마케팅 발전’에 지역민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들의 임기동안 알게 모르게 동참해 준 군민들에게도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도 군민들의 많은 관심과 조언, 동참을 부탁하기도 했다.

경남 20개 시군과 비교해서도 협회 운영, 재정, 지역공헌도에 있어 상위에 속한다는 자평을 내 놓으면서도 여전히 그 성과를 그들과 함께 땀흘린 모든 사람들, 군민들에게 돌리는 조경호 회장과 박도영 전무.

자신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되는 순간에 자리를 떠나는 후임자들에게 남기는 말이 궁금했다.

“전임자보다 더욱 나은 후임자를 바라는 것은 모든 전임자들의 속마음이다. 대회 유치와 관련해서도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따라야 하는게 축구협회 임원이고 민간차원의 역할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서 의제를 이끌고 행동에 옮기고 의제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축구협회 임원들이 있어줬음 하는 것이 바람이라면 바람이다. 회장 직책, 전무 직책은 내 놨다 할지라도 그간의 경험을 전할 수 있는 환경과 요구가 있다면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언제든 참여하겠다”는 말을 남긴 조 회장과 박 전무.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기자의 기억 한 켠에 이형기 시인의 ‘낙화’ 첫 연이 떠오른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두 사람의 말대로 ‘그들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축구, 축구를 통한 지역사랑의 표현’, 그들이 떠나면서 남긴 향후 계획이 진정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존경받을 수 있는 가치로 기억되길 바라며, 개인적으로도 때론 취재 과정에서 가감없는 조언과 의견 개진으로 부족한 필력에 힘을 실어준 ‘든든한 취재원’으로, 신출내기 스포츠담당기자의 과외선생님이었던 두 사람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끝이 아름다운 집행부가 되야죠”

신임 최월휴 회장·심수남 전무

전임 조경호 회장이나 박도영 전무가 축구협회의 생사고락을 함께 경험했던 전임자라면 후임도 그 정도의 경험과 식견은 갖췄을 법하다는 예상은 들어맞았다. 최월휴 신임회장도 축구협회 창단부터 임원으로 활동한 원년 멤버고 올해는 수석부회장이었다. 10년차다. 심수남 전무도 올해까지 축구연합회 안살림을 맡으며 각종 실무를 수행해 왔던 ‘현장통’이다.

그간 군내 스포츠마케팅의 주축으로 타 종목들의 동반 성장을 주도했다고도 볼 수 있는 축구, 축구협회의 새로운 얼굴, 신임 최월휴 회장과 심수남 전무를 만났다.

▲ 먼저 취임을 축하한다. 외형적 성장과 대내외적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축구협회를 이끌게 됐는데 부담스럽지는 않나? 취임소감과 함께 말해달라.

= 부담감? 물론 있다. 여기에 협회 고유업무인 학원축구 환경변화에 대응해야하는 기민함도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먼저 내년도 스토브리그를 이러한 변화 때문에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점차 이런 환경에 맞는 변화를 꾸준히 모색해야 할 것 같다. 소감보다는 임기 중 계획을 수립하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이 쓰인다.

▲ 향후 협회 운영에 대한 각오나 복안이 있다면

= 앞서 언급한 대외적 환경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대외부회장 선임 등 일부 조직개편을 통해서라도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 같다. 또한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열린 축구협회’의 의사소통구조를 더욱 확고히 해 효율성을 이어가며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론화의 장으로 축구협회가 역할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어볼까 한다. 협회 이사 및 임원 뿐만 아니라 체육회, 군 체육관계부서 등 유관 관계자 전반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열린 의사소통구조와 정보 공유체계를 만드는게 각오라면 각오다.

▲ 전임 집행부에서도 강조했던 부분이긴 한데 축구협회 고유업무에 대한 지원에 있어 지역민의 동참도 중요하다고 본다.

= 물론이다. 남해를 찾는 손님들이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는 점을 군민들 모두의 이해가 있어야 할 부분이다. 우리끼리는 친근함의 표현으로 읽힐 수 있는 말투도 남해를 찾은 손님들에게 때론 오해를 사기도 한다.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시작하는 변화, 군민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다. 협회 고유업무 뿐만 아니라 운영에 있어서도 지역민의 관심과 동참없이는 불가능하다. 생각과 사고를 같이 하는 지역민의 동참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 먼저 전임 조경호 회장, 박도영 전무 그리고 전임 임원진 모두의 수고에 고마움을 느낀다. 전임자가 있어야 후임자가 있는 법이다. 전임 집행부의 경험과 자문이 후임자에게는 가장 큰 자산이다. 사실 이 부분에 있어 전임 부회장 재원의 상실이 아쉬우면서도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일단 큰 욕심은 버리고 순리대로 축구협회의 조화를 이끌어 가는데 방점을 두고 싶다. 신임 집행부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터놓고 누구나 의견을 말할 수 있고 발전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열린 축구협회를 만들고, 덧붙여 그간 축구협회를 위해 헌신하고 고생했던 분들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발전을 도모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임기를 마친 후 ‘끝이 아름다운 회장’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