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사회를 이루는 기초다. 부부가 금실이 좋다는 것은 기초가 튼튼하다는 것이다. 필자의 나이만 해도 우리시대의 아내가 응당 누려야 할 사람다운 대접을 받을 권리에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집 밖에서는 누구엄마로, 집 안에서는 “어이” “니”로 시작되는 호칭에서 반말로 끝맺음을 하는 피동적 임무수행자인 경우가 허다하다. 자기 이름으로 존중받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본능적 욕구에도 참아내며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인내에 찬사를 보낸다. 아내자랑이 팔불출 시 되는 금기를 깨고 저어기 용기를 내어본다.
필자의 아내는 화가다.
잘나가던 부산에서 남해로 불러들일 때 고민이 많았다. 도시 문화에 익숙했던 사람이 시골에서 잘 견뎌나갈 수 있을까 하는 때문이었다. 달랑 별 볼일 없는 남편하나 믿고 시골생활을 감내해 나간다는 것도 어느 정도지 오래가지 않아 권태로움 앞에 무너지지 않을까 항상 걱정이었다. 벌써 삼년이 지났다. 7년이나 버려진 폐 농가를 손수 단장했다. 축사를 개조하여 미술관과 카페를 꾸몄다. 버려지는 농가를 활용, 새로운 가치창조를 예술가답게 시도했었다. 우리 집은 늘 손님들로 북적댄다. 미술전시회, 보석공예전시회가 기획되기도 하고 때론 시 낭송회, 각종의 소그룹세미나 등이 열리기도 한다. 모두가 공짜다. 아내의 철학이다. 주는 것이 받는 것 보다 아름답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일 년이면 수천 잔의 커피가 사용된다. 아예 커피머신을 고가를 주고 구입하여 설치했다. 장사 집도 아닌데 웬 커피머신이냐며 핀잔을 주면 배시시 웃기만 할 뿐이다. 그럴 때 아내는 무척이나 아름답다.
화요일이면 장애우를 만나러 복지회관으로 간다. 이번 주에는 바람흔적미술관으로 갔었던 모양이다. 그림 앞에 서서 감동하는 걸 보고선 눈물을 쏟고야 말 정도로 마음이 여리다. 장애인들에 대한 호칭부터가 남다르다. 아내는 항상 “장애우”라고 부른다. 아내 몰래 강의하는 장면을 목격한 바가 있다. 같이 그림을 그리고 어울리는 모습에서 무한한 사랑이 묻어나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고 아내가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의 전시회에 참가하기위한 준비들로 항상 시간에 쫓긴다. 금년 만해도 국내 개인전을 3회 가졌고 중국정부의 초청으로 황산전시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12월 4일부터는 벡스코에서 국제아트페어 특별초대작가로 참여한다. 한 번의 전시회를 가지기 위해서는 수 십 점의 작품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밤늦도록 작업실을 지키며 일하는 아내를 보면 늘 건강이 걱정스러워진다. 그런 와중에서 매주 화요일 장애우 와의 만나는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아내이기 때문에 아름답다.
아내는 남해를 위하여 마늘 그림을 그렸다. 필자가 마늘사업에 종사하고 있고 남해의 대표농산물이 마늘인 탓에 마늘을 소재로 지역을 알리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몇 달을 작업해 수 십 점의 마늘그림을 완성해 바람흔적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한달 동안 족히 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관람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남해에 대한 노력과 애정에 비하여 대접받지 못한 것 같았다. 전직 군의회 의장한 분을 제외하고는 기관의 어느 누구도 방문하여 격려해주지 않았다. 미안하다는 필자의 말에 아내는 “좋아서 하는 일인데 주목받을 필요까지 있는가요?” 그래서 아내는 아름답다.
아내는 독실한 크리스챤이다. 남면의 평산교회에 간다. 매주 토요일 밤엔 예배당에 꽃을 드린다. 한 번도 어김이 없다. 아무도 보지 않기 때문에 교회 사람들 사이에선 우렁각시로 불린다. 기도 중에 중보기도란 것이 있다. 남을 위하여 하는 기도다. 평생을 교회문턱도 밟지 않은 필자에게는 남을 위해 기도한다는 사실이 생소했다. 아내는 진정으로 기도한다. 이 시대를 위하여 이 사회를 위하여 이 땅의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를 마치면 눈물로 범벅이 된다. 그럴 수 있는 마음에 반해 나도 교회에 나간지가 일 년 가까이 되어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대로 인 것 같으면서도 아내는 늘 변화한다. 아름답게 변화하는 아내를 바라보면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배운다. 오늘은 아내의 손을 끌어당기며 당신의 아내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가를 발견해보시길 바란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