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고 볶고 굽고 삶고 찌고....그래도 다 못 먹어 말리고....”

김강중(55)씨는 남해읍 아산리 삼사부분정비소 사장입니다. 담뱃불을 붙이는 ‘시거잭’이 고장 나 정비소에 들렸습니다. 슬슬 차 안을 훑어보던 아저씨는 1원짜리 동전 크기의 ‘퓨즈’를 들고 오더니 온몸을 낮추고 차안을 들여다봤습니다. 금방 고쳤습니다. “그냥 가세요”라고 하데요. 공짜였습니다.

‘지지고 볶고 굽고....’란 건 3년 전의 일입니다. 물건 방파제에서 전화가 왔더라네요. 뱃일을 위해 차를 타고 갔다가 오후에 돌아오니 방전이 됐답니다. 후딱 달려가 시동 켜주고 돌아오려 했답니다. 돌아서는데 어부 아저씨가 잡어를 잔뜩 차에 싣더랍니다.

집에서 지지고 볶고 굽고.....그래도 다 못 먹어 말려 먹었다네요.

인간적인 이야기가 많습니다.

지금 그의 사무실입니다. 냅다 퍼질러 앉아 커피 한 잔 놓고 그의 이야길 슬슬 긁어 담는 중입니다. “일 재끼고 ‘땡땡이’친 하루였지요.”

새 차 샀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고사 지낸다고 라이터를 켜두었던가 봅니다. 방전이 됐고요. 고쳐주고 나오는데, 노인이 하도 안쓰러워 저녁밥까지 얻어먹고 전화를 ‘딱’ 끊고 오후 내내 그 집에서 눌러 앉아있었답니다. 경운기까지 고쳐주고…….

창선이 고향인 김강중 씨입니다.

“퓨즈 가격 2~300원인데 그걸로 돈을 받는 게 되레 이상하잖아요” 했습니다.

서울이나 부산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종종 “그땐 고마웠다”고 불쑥 찾아와 말을 한답니다. 퓨즈를 공짜로 갈아 끼운 저 같은 사람들입니다. “기억도 나지 않는데 그런 말을 해요.”

서울 부산에서 오는 이들이 300원짜리 퓨즈 때문에 김강중 씨를 다시 찾아오는 건 분명 아닐 겁니다.

점심식사는 기어이 아내와 함께한다는 그입니다. 그는 이를 “교감” “행복감”라고 표현하네요. “행복하지요”란 말에 “억수로”란 말을 앞에 답니다.

며칠 전 정비사업조합 회의가 창원에서 열렸는데 새벽 4시에 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던 아내가 부스스 일어나 ‘먼저 자 미안해’”라고 했답니다. 그 아내를 얼마나 꼭 껴안았겠습니까. 마주앉길 1시간 쯤 지나 점심시간인 12시10분이었습니다. 전화가 왔고 “내 각시”라며 웃으며 그가 전화를 받습니다. 제가 먼저 일어납니다.

지지고 볶고 굽고 삶고 찌고....그래도 다 못 먹어 말리고....그러다 버무리고, 버무리고.....이런 게 남해사람 김강중 씨가 하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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