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란 우리라는 공동체에 대한 삶의 질을 관리하는 경영자를 선택하는 일이다. 가사에 있어서 가장이 혈연적 관계에 의하여 피할 수 없는 운명적 관리책임자로 엮이는 것과는 달리 국가와 사회에서의 우리라는 공동체를 관리하는 최고의 적임자를 선택하는 최선의 방책은 선거다. 그러나 선거는 최선의 방법일 뿐이지 그 자체가 완전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선출하는 자와 선출되어지는 자와의 사이에 있어서는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연적 함수관계가 존재한다. 즉 보편의 정의와 공통의 발전을 위한 과제의 달성이라는 성취동기가 분명한 선량을 발굴하여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는 대명제가 전제되어야 한다.

선거와 정, 관계 요로의 진출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남해사람이 대단하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일이다. 여지없이 이번 박희태 의원의 양산선거에서도 증명되었다. 선거 전부터 이미 남해사람 김두관과 박희태의 양자대결 구도가 예상될 정도였으니 연고를 전혀 가지지 않은 남해를 벗어난 객지에서 조차도 남해사람들 간의 파워게임이 먹힌다니 실로 경악에 가까울 정도로 남해사람의 탁월한 능력은 자타가 공인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김두관은 출마를 접었고 박희태는 신승이었지만 보란 듯이 당선하여 육선의 고지에 올랐다. 아무리 집권여당의 대표직을 수행했던 전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양산 싸움에서 타지사람이 승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최대의 보수우세 지역이었던 남해군이 어느 날 갑자기 여야의 당락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접전지로 변했다는 것도 남해사람들이 특별한 사람들이란 걸 잘 반영하고 있다. 전형적 보수근성이 자리하고 있던 지역에서 진보의 필요를 역설하는 새로운 인물이 출현한 것도 또 그것이 먹혀들었다는 것도 남해사람들의 정치적 안목이 타지의 사람들과는 다른 측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군수자리는 진보에 주더라도 국회의원은 또 그렇게 하지 않았음도 특이한 현상이다. 행동은 진보적이되 근성은 보수적 성향을 유지함으로써 균형과 중도의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의도된 바건 아니건 이처럼 결과론적으론 남해사람들의 정치의식은 잘 훈련되고 발달되어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상한 것은 군민의 정치에 대한 의식은 무섭게 변화하는데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군의원은 누구누구이고 도의원은 누구라 던지, 군수와 도지사는 또 누가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두고 가늠해보면 정작으로 선량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매양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항상 우리의 예측 속에서 변화가 없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요구하는 소명은 변화하고 있는데 왜 하마평이 도는 사람은 고리짝 그대로 인지 참으로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스스로 뿐만 아니라 자타가 공인하기를 남해만큼 인재가 많은 지역도 없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가지 않는 일이다. 변화에 적응한다는 것은 생존의 문제다. 선량은 변화를 읽고 다스려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략적으로 이 시대의 남해를 진단해 보자. 우선은 취약한 재정자립도를 해결하기 위하여 농수산 및 산업경제의 생산구조의 변화를 어떻게 시도하여야 하는지가 매우 중요한 관건이다. 둘째로 재정의 확충 방법이 과거의 인적 수단으로부터 자치단체의 기획력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이나 군수, 지방의원이 스스로 인맥을 통하여 재원을 도달하였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공개경쟁을 통하여 기획력이 뒷받침된 사업의 계획이 승인됨으로써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셋째로 오랜 기간 동안 남해는 선거로 인한 군민간의 상호 갈등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치유하여 화합을 통한 총력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선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넷째로 남해가 가진 자연환경에 대한 가치의 판단이다. 어떻게 장기발전전략을 추진하여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전문성 없는 감각적 접근 방식과 모방에 의한 추상적 접근은 위험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소명의식이다. 되려하기보다는 필요하기 때문에 만들어내는 여론이 중요하다. 내부로부터 분출된 욕구의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 중심에서 자기의 역할을 통한 발전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소명과 역량이 일치할 때 신명나는 새로운 판이 짜여 지고 우리의 미래는 예측 가능한 행로를 순항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성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절실함이 대두된다. 논리적 접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말로 재단하여 허물을 들추는 일도 쉽다. 그러나 정치란 현실이고 현실은 수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다.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정성으로 이 시대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고뇌할 줄 참 인재가 필요한 것이다. 부디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새로움에 대처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가진 참신한 선량후보들이 대거 목소리를 높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우리는 깨어 준엄한 선택을 행사할 것이다.
김재명(논설위원)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