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열린 군의회 본회의에서 이재열 의장이 박삼준 군의원이 요청한 5분 자유발언의 일부 내용을 문제 삼아 발언이 무산되는 사태가 벌어져 군민들을 의아스럽게 하고 있다. 박의원이 요청한 자유발언의 내용은 현재 군내 3개 농업단체가 연대하여 벌이고 있는 쌀값 안정 관련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장이 발언을 허락하지 않은 내용은 ‘쌀 재고량이 늘고 쌀값이 폭락한 시점에서 정부가 북한에 쌀 대신 중국산 옥수수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이의장은 이것이 남해군의 권한에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라 정부정책에 해당하는 것으로써 군의회에서의 발언내용으로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 5분 자유발언이 무산된 것이다. 이에 대해 관련해 박의원과 농업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가지고 의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등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이해할 수없는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해할 수없는 갈등’이라고 말하는 것은 군민의 대의기관으로 선출된 군의원이 각자가 가진 정견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된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소속 정당이나 계급을 막론하고 군민의 대표로 선출된 군의원이 아직 하지도 않은 발언의 내용이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발언을 제지당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위배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발언의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해 반대의견을 가진 의원이 반박을 하거나 군민들의 평가를 받으면 되는 것이다.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발언하는 것에 대해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우리 법률의 취지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의 책임성, 선출될 때 이미 검증되었다고 판단된 국회의원의 양식을 믿고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만큼 대의기관으로서의 의원 활동이 자유로워야 민주적인 토론과 합의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원의 권한이 제약되었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원칙에 어긋난다.
두 번째 이유는 남해군 권한 밖의 정부정책에 대한 내용을 발언한다는 이유로 발언이 제약되는 것은 군의회의 기능을 스스로 제한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은 곧 지방정부에도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며 국민 개개인에게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정부정책이 지자체나 국민의 처지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 반대의견을 제시하거나 비판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리이다. 국민 개개인에게도 보장되어 있는 이런 기본권리를 군의회가 스스로 제약하고자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논리다. 지방자치의회에서 대정부 건의, 촉구, 반대의견 제시 등의 사례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너무나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인데 ‘권한 밖’이라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세 번째 이유는 문제의 본질이 사라져버린 비생산적 갈등이라는 것이다. 만약 농업단체의 주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있다면 이에 대해 반박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 아마도 대북 쌀지원에 반대하는 군민, 의원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는 의견을 제시하고 이에 대응할만한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성 있는 토론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발언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갈등을 빚는다면 이것은 군민의 대의기관이 취할 입장이 아니다.
네 번째 이유는 무너져가는 농업기반에 대한 위기의식, 인구감소나 경제위기, 이로 인한 교육, 복지, 문화의 위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이런 비생산적인 갈등이 양산되는 남해의 현실 때문이다. 남해의 미래를 기약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상대방의 이야기도 경청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정확히 펼치면서 합리적인 토론과 합의가 이끌어 나가는 양식이 아쉬운 시점이다.
얼마전 남해인이 이루어 내었던 남해 수능시험장 유치 성공과 같은 성과를 다른 분야에서도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이런 통큰 단결의 의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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