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남북전쟁은 노예제도의 폐지와 주 정부의 연방정부로부터 자유탈퇴가 합헌인가에 대한 문제를 두고 1861년부터 1865년에 걸친 4년간 동안 미국 내에서 벌어진 동족 간의 전쟁이다. 북군 약 36만의 전사자와  남부는 약25만의 전사자와 발생했으니 당시의 인구수를 감안해보면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던 대규모 전쟁이었다. 그렇지만 미국은 이 전쟁을 통하여 민주주의의 기초를 강화하였으며 국민의 단합이 더욱 굳어지고, 대륙 횡단 철도의 완성과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 등으로 경제가 눈부시게 발전하여 세계 강국의 기초를 마련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전쟁은 수많은 일화를 남긴다. 남북전쟁 중의 숨은 일화 한 토막을 상기해 보며 오늘의 우리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전쟁초기 남군에 밀리던 북군이 전세를 역전시킨 결정적인 전투는 게티즈버그전투다. 게티즈버그 언덕이 뚫리면 워싱턴에 있는 링컨을 비롯한 지도부는 피난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6만 명에 달하는 양쪽의 군사들이 집결한 전투 중에서도 북군의 “조수아 로런스 체임벌린” 대령이 지휘했던 “리틀 라운드 탑” 전투가 가장 치열한 최대 격전지였다. 1000명의 군사는 5번의 남군 공격을 막아내는 가운데 80명으로 줄었고 탄환도 90발 밖에 없는 절대 절명의 순간이었다. 6번째 공격이 감행되었을 때 체임벌린은 도망가서 죽는 것이나 여기서 장렬히 싸우다 죽으나 마찬가지라 생각하고 과감히 총에 착검을 명하고 돌격명령을 내렸다. 이에 남군은 대규모의 북군지원세력이 합세한 것이라 오인하고 항복하였다.

체임벌린 대령의 상관은 “조지 고든 미드”장군이다. 미드장군이 어떤 지휘관 이었기에 체임벌린은 이런 생각으로 죽음을 무릅쓴 돌격을 감행하였을까? 필자는 조직사회에서의 지휘체계에 대하여 항상 원인과 결과를 궁금해 하고 분석하는 것을 즐겨한다. 그러다가 중요한 단서를 포착하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링컨이라는 거대한 인물이 배후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상황이 불리했던 전황에서 전세를 반전시길 수 있는 기회였던 게티즈버그 전투를 앞두고 에이브러햄 링컨은 북군의 사령관이 미드 장군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존경하는 미드 장군! 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모두 당신의 공로입니다. 성공했을 때는 이 편지를 그냥 파기하십시오. 그러나 만약 이 작전이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습니다. 그럼 장군은 링컨대통령의 명령에 따랐던 뿐이었다고 말하시오. 그리고 그 증표로 이 편지를 모두에게 공개하시기 바랍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만약에 이 편지가 “미드 장군 당신은 이 전투에서의 마지막 보루요. 당신이 이기고 지느냐에 따라 내가 살고 죽는 것이오. 당신의 승리는 나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며 나는 당신에게 충분한 보상을 할 것이오. 그리고 작전에 실패한다면 당신은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명심하시오.”라고 쓰여 졌다면 남북전쟁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속에서도 미드장군과 장군의 휘하에 체임벌린 같은 지휘관이 나올 수 있었을까? 공로는 아랫사람에게 돌리고 책임은 자신이 지는 자세를 갖춘 모습이야말로 현대인들에게 요구되는 지도자의 자세가 아닐까?


동일인 들 사이의 또 다른 일화다. 게티스버그 전투에서 승리한 후 링컨은 미드장군에게 틈을 주지 말고 남군을 추격하여 적군의 “로버트 에드워드 리” 장군을 생포하라고 하였다. 하지만 남군의 미드 장군은 링컨의 명령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취했다. 작전 회의를 소집하고, 망설이며 시간을 지연시켰으며, 각종 구실을 내세워 전보를 보냈다. 결국 리 장군은 무사히 퇴각했다.. 이 소식을 들은 링컨은 크게 분노하며... 미드 장군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친애하는 장군께.. 나는 리 장군의 탈출이 가져온 불행한 사태의 중요성을 귀하가 바르게 인식하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리 장군은 우군의 수중에 들어와 있었으며, 그를 추격만 했더라면 우리의 최근 승전들과 관련시켜 볼 때 전쟁은 종결됐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좋은 기회를 놓친 현재에는 전쟁 종결의 전망은 전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귀하로서는 지난 월요일 적장 리 장군을 공격하는 것이 가장 현명했던 것입니다. 그것을 하지 못했으므로 그가 강을 건너 도망간 지금 그를 공격한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할 것입니다. 지금은 그날 병력의 2/3밖에는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귀하의 활약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한 것으로 여겨지며 나 또한 그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귀하는 천재일우의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만 것입니다. 그 때문에 나는 더할 수 없는 실망을 느끼고 있습니다."

미드 장군은 이 편지를 받지 못했다. 링컨은 이 편지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편지는 링컨이 죽은 뒤 그의 서류함 속에서 발견되었다.. 만약에 즉시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이 편지가 그대로 미드장군에게 전달되었다면 상황은 또 어떻게 반전되었을까? 군부의 엄청난 반발로 인하여 내부의 분열을 겪게 되고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하여 오늘의 미국을 탄생시킬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이처럼 지도자도 사람이기에 감출 수 없는 명예욕과 분노를 가지고는 있지만 그것을 적절히 조절하여 활용할 줄 아는 지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좋은 사례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된다. 링컨의 공개된 편지와 숨겨진 편지 두 편을 보면서 오늘 필자가 문제점으로 화두를 던지고 싶은 말은 우리 주변의 지도자들이 과연 어떤 생각으로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이건 기업이건 아니면 각종의 사회단체이건 말이다.

김재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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