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글짓기’
‘글쓰기’와 ‘글짓기’
  • 남해신문
  • 승인 2009.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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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국어 수업 속에 작문시간이 있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이 작문(作文) 시간을 우리말로 그대로 표현하면 ‘글짓기’시간이 될 것이다. 정확한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 말, 우리 글 살리기에 평생을 다 바친 이 오덕 선생께서는 생전에 굳이 ‘글쓰기’란 표현을 강조하였다. 작문이란 것이 말 그대로 ‘글짓기’인데 후학들에게, ‘글쓰기’를 하라고 강조했던 것은 짐작컨대 ‘글짓기’에 대한 경계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난주에 우리 학교에서 매월 개최되는 ‘명사 특강’에 이 상석 작가를 초빙했다. 그리고 작가에게 ‘이 오덕 선생의 수제자 쯤 되는 사람’으로서, ‘글쓰기’란 무엇인지를 학생들에게 잘 알려주고, 또 글을 잘 쓰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상석작가의 작품인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란 교육 소설은 널리 읽혀졌고, 그의 작품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기도 하다.

 이 상석 작가는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말을 한다.
“글쓰기는 똥 누기와 같다. 글쓰기가 똥 누기와 같다면 똥 누듯이 글을 쓰라는 말인데, 이걸 좀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첫째, 남의 눈을 의식하지 마라. 똥 눌 때 남의 눈을 의식하면 똥이 잘 나오지 않는다. 부끄러워하지도 말고 자랑하려고 하지도 말고 상을 받을 욕심도 버려야 한다.
 둘째,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을 토해 내듯이 해라.
 셋째 정말 쓰고 싶은 것을 쓰라. 쓰고 싶지 않은 글은 안 써야 하다. 누고 싶지 않은 똥을 눌 수가 없듯이.” 

 청춘의 시기에 한번쯤은 문학소녀 문학청년이 되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 아름다운 운율을 읊어내는 시인의 우수에 젖은 눈길이 그냥 좋아서 닮아 보려고 눈을 괜히 조여 보기도 하고, 문득 어느 날 밤에 톨스토이 같은 대 문호가 되기를 작정하고 두툼한 습작 노트를 마련하였지만 몇 장 적어 보지도 못하고 나머지는 낙서로도 채우지 못하고 버린 경험 역시 한 번쯤은 있지 않았던가!
 이런 실패 이유는 글쓰기를 해야 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글짓기를 먼저 한 결과이다. 걷지도 못하는 주제에 뛰고 날 생각을 먼저 한 셈이다. ‘글짓기’는 글쓰기 다음의 단계이며 또 다른 영역인 것이다. 글짓기는 창작이며 재능을 타고 나야 하는 영역인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다 달릴줄 알고 달리기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칼 루이스’나 ‘우사인 볼트’ 같은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 그렇게 될 필요도 없다. 전문적인 선수가 아닌 이상 그저 건강하게 잘 달리면 되는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훌륭한 전업 작가가 될 것인가? 그렇지만 살아가는데 있어서 달리기 이상으로 필수적인 것이 글쓰기 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말이 필요하듯이 글도 필요한 것이다. 생활 글쓰기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삶에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의 생생한 예를 한 번 보자. 내가 잘 아는 사람이 거제에서 펜션을 경영하는데, 영업이 잘 되는 집이다. 그런데 막상 가 보면 바닷가에서 제법 떨어져 앉아 있어서 입지 조건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고 또 그렇다고 시설도 특별히 아주 좋은 편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펜션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성공하는 이유는 바로 ‘글쓰기’ 때문이다.
 
 요즈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비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얻는다. 모처럼 휴가를 떠나게 된다면 하루 이틀 쯤은 인터넷으로 여행 정보를 검색하게 되어 있다. 사실 여행의 재미는 여행 자체 보다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하지 않는가? 여러 숙박업소 중에 어떤 펜션에 클릭을 할 것인가? 당연히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홈피에 들어가게 되어 있다. 이 집에서는 처음부터 인터넷을 통해 숙박 객들과 소통을 잘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집 주인은 작가도 전문적인 카피라이트도 아니다. 다만 성실하게 답해 주었던 것이고, 실제 글 내용 그대로 손님을 대해 준 것이다. 그리하여 믿을 수 있는 숙박업소라는 신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는 소통의 시대이고 소통의 도구는 ‘글쓰기’이다. 이 펜션의 경우에서 보더라도 앞으로 잘 살려면 글쓰기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 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상석 작가의 이야기로 마무리하자.
“ 글쓰기는 똥 누기와 같다고 했지요?  평소에 바른 음식을 알맞게 먹고 운동을 적당히 했을 때 건강한 똥이 나옵니다. 글짓기 공부방에서 글 짓는 기교를 하나 배운다고 해서 글이 잘 써지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의 삶이 풍부하고 건강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작가는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첫째, 오감을 살리고 깊이 느껴야 한다.
둘째, 내 둘레 사람과 사물을 사랑해야 한다.
셋째, 무엇이든 몸소 겼어 보는 것이 좋다.
넷째, 일하는 삶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글을 쓰면서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닐까!

 이영주(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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