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계획대로, 남강댐 수위를 높일 경우 남해 강진만은 ‘환경적 대재앙’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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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가 실질적이고 확실하다. 또 구체적이다. 남해 강진만을 비롯한 사천만은 수 십 년간의 방류로 그야말로 ‘썩어 간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일 정도다.

■남강방류, 강진만 썩어가고

수자원공사 남강댐관리단이 경상대 해양산업연구소에 맡겨 연구케한 ‘남강댐 방류로 인한 사천만 해양환경영향 및 어장의 경제성 평가 조사’ 보고서에는 이런 구체적 실험 결과와 조사 등을 수록해 놓고 있다.

보고서는 남강댐 방류량 등으로 강진만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남해대교와 창선대교, 창선-삼천포대교 등 3곳의 좁은 물길(수로) 때문에 바닷물의 흐름이 원활치 못해 더 큰 피해를 보거나 볼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쉽게 말해 수로가 좁은 강진만에 남강물이 쏟아져 들어오면 제대로 빠지지 못한 물 때문에 오염물질이 머물거나 가라앉으면서 오염정화 기능 자체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저염분현상은 대환경 재앙

보고서는 강진만 생태계에 위협적인 염분비율, 부유물질, 해수온도, 퇴적물 등에 따른 각종 조사에 대한 종합적 결과를 밝혔다.

조사는 2005년~2007년까지 약 2년간 실시됐다. 먼저 바닷물 1ℓ에 들어있는 소금량(염분도, psu 또는 ‰로도 표시)은 2007년 3월20일 33.02g, 6월20일 33.53g이었던 걸로 조사됐다. 염도는 각 바다마다 차이가 나지만 평상시 강진만의 평균 염도는 33g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15일 남강댐 방류 5일 뒤 염분은 17.96g으로 ‘확’ 떨어져 버린 것이다. 10일 뒤엔 23.93g, 15일 뒤 25.30g, 9월28일엔 25.14g이었다.

■염분 25g의 재앙, 강진만 17g은?

지난 96년 중국 양쯔강 범람으로 평상시 제주바다의 30g정도였던 염분도가 고작 5g이 적은 25g정도의 바닷물이 흘러들어 180여톤의 전복과 소라 등이 집단 폐사해 60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적이 있고 보면 2007년 강진만과 사천만의 17g대의 저염분은 환경재앙이었던 셈이다.

저염분 현상은 어패류의 체내수분이 빠져나가 활력을 저하시키고 심하면 집단폐사하게 된다. 2002년 강진만을 덮친 태풍 루사 당시 남강댐 방류로 인한 피조개 집단 폐사도 이런 저염분 등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이해된다. 보고서가 밝힌 남강댐 방류에 의한 ‘저염분’은 늦었지만 환경재앙을 확인하는 구체적이고 실증적 결과물인 것이다.

■방류 뒤 강진만 공업용수급 전락

이와 함께 수질 오염도를 나타내는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단위 mg/L)은 3월20일 2.1, 6월20일 1.8이었지만 남강댐 방류 5일 뒤인 8월15일은 3.2로 ‘껑충’ 뛰어버렸다. 방류 10일 뒤엔 3.1, 15일 뒤는 3.6이었다가 9월28일 평상시 수치로 2.0으로 ‘뚝’ 떨어졌다.

남강댐 방류 이후 나타난 이 수치는 공업용 냉각수에나 쓸 수 있는 해역수질 환경기준 3등급(4㎎/ℓ이하)에 해당한다. 남강댐 방류 뒤 수질 3등급이면 강진만과 사천만이 ‘썩었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임을 말하는 수치다.

이 3등급은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별표1 환경기준>상의 등급으로 이 법 비고란에는 ‘공업용 냉각수, 선박의 정박 등 기타 용도로 이용되는 수질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어장 바닥청소 비용만 1㏊(3000평 정도)당 무려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강진만은 현존하는 환경재앙의 한복판에 있다는 것을 보고서는 확인해주고 있다.

■수온 뚝, 남해바다 생태계 교란

강진만 등 2007년 8월10일 방류 뒤 15일동안 해수 온도 변화도 눈여겨 볼만하다. 방류 전,후의 강진만과 사천만 전체해역 온도변화 중 바다 윗부분(표층)의 온도변화는 3~4℃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아래층의 온도는 평균 2℃ 이상의 차이를 나타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1968년∼2006년까지 39년간 조사한 0.93도 상승한 것과 비교해 보면 댐 방류 후라고 해도 3~4℃의 차이는 정도를 넘어서는 결과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는 흔히 말하는 “선거를 앞두고 부산 표심을 잡기 위해” 수문을 하나 더 만들고, 최대 방류량을 거의 2배 가까이 늘린다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해수온도의 변화도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해수온도의 변화는 해양생태계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균온도 상승은 어패류 자원이 줄어드는 등 생태계가 교란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부유물질은 강진만에 가라앉고

남강댐 방류로 인한 같은 해 강진만을 비롯한 사천만의 부유물질(단위 mg/L)도 같은 날인 3월 9.1, 6월 11.8, 방류 5일 뒤엔 15, 방류 10일 뒤는 14.7, 15일 뒤 15.4였고 9월28일 평상시와 같은 9.1로 조사됐다.

부유물질은 COD와 마찬가지로 지름 2mm이하의 물에 용해되지 않는 수질 오염 상태를 나타낸다. 즉 물을 탁하게 하고 외관을 더럽히거나 물속에도 떠다니는 일종의 쓰레기가 부유물이다.

■선소지역 피조개 폐사는 복합적

보고서는 이런 오염과 생태계의 변화로 인해 남해군 선소지역의 피조개 양식장에 대한 의미있는 결과 또한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염분이 23g정도 떨어진 상태에서 선소지역 피조개 양식장에 대량 폐사가 발생 했다’며 ‘이것은 염분뿐만 아니라 실제 환경에서 여러 가지 다른 요소가 상호작용하여 더 큰 피해를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즉 바다생물의 삶에 절대적 요소인 바닷물의 소금성분이 줄고 온도변화와 수질 오염 등으로 인해 선소지역 어패류가 집단 폐사한 것 이상의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수문 2개로 남해방향을 향해 방류량을 높일 경우 복구하기 힘든 환경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2002년 태풍 루사 내습 당시 남강댐 방류로 인해 피조개 188억원의 피해도 이런 복합적 이유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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