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독자님들에게 신년특집호를 통해 ‘남들처럼 잘사는 한해가 되자’고 문안 여쭈었는데 돌아서니 금방 설입니다. 40만 내외 군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올해는 새해 인사를 유난히 인터넷 메일과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많이 받았습니다. 새해 인사를 전자 연하 인사로 대신하는 것에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읽을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 보급이 잘 된 나라라는 평가처럼 보편적인 사람에게도 이미 정보화가 생활화 됐음을 반증합니다.
또 ‘우찌사노’에 ‘어렵다’가 인사말이 된지 오래인 것처럼 불경기가 심각한지라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절약의식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그런 이면에 너무 편리함만을 추구하려는 시대 흐름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안부를 물어야 할 누군가를 생각하며 꾹꾹 힘주어 종이에 써 내려가는 그 정겨움이 번거로움으로, 우체국까지 다리품을 파는 게 귀찮음이 되어 ‘빨리 빨리’ 와 ‘간단 간단’ 문화에 매몰돼 갑니다. 세상살이가 이래 돌아가니 조금은 둘러 가는 사람들은 시대에 뒤쳐진 것으로 평가받기 일쑤이고 모두가 마음이 조급해져 사회적 성찰이나 자아탐구는 갈수록 얄팍해져 갑니다.
또 한편으론 세상에 약이 되는 쓴 소리 대신 판단을 흐리게 하는 아첨 따위가 범람하고 있어 걱정스럽습니다. 칭찬은 사람을 키우지만 아부나 아첨은 사람의 정신을 병들게 하고 나아가 독선(獨善)을 키웁니다.
이어령 교수는 독(獨)자가 들어가서 좋은 말이 별로 없다. 착할 선(善)자가 들어간 독선 또한 독재자 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며 경계해야한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독선은 ‘자기 혼자 선이고 자기 홀로 정의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은 모두 악의 대상으로 몰아버린다’ 우려했습니다. 이 교수의 칼럼을 더 인용하자면 ‘독선적인 권력자는 모든 사람이 자기를 존경하고 따른다고 믿는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절대로 과오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제나 잘못은 악이요, 불의인 비판자 쪽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호 남해신문은 군정에 비판적인 기사 두 꼭지를 내보냈습니다. 하나는 국가에서 추진하는 시책을 잘 꿰뚫어 연차적으로 대규모 국비를 지원 받을 수 있는 기획력을 높여 예산을 많이 확보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이는 일찍이 행자부 등 인맥을 활용해 예산을 많이 따오겠다고 호언장담했던 하 군수의 공약을 상기시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는 군수의 ‘주민 비하 발언’ 이었습니다. 기자의 취재수첩에는 ‘주민들은 앉아서 핏대 세우기만 바쁜데 공청회에서 무슨 의견이 나올 수 있나’ 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이는 은연중 나온 천민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심히 우려됩니다. 사회적 지위, 명문대, 부의 정도 따위로 계급을 나누고 인격체를 규정하는 사고에 다름 아니란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러므로 남해신문의 보도 취지는 전후사정 고려하여 군민들보다 군 실무자들이 더 완벽한 연구를 하라는 군수의 독려성 발언을 고려한다 할지라도 그 이면에 깔린 독선적인 사고를 경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정책추진이 조금은 더디다 할지라도 남해 사람들, 남해군의 미래를 담보하는 정책은 주민을 주체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런 한편으로 남해신문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주민들은 자기지역의 이익만 생각한다’는 하 군수의 지적이 가진  일면의 타당성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공익을 위해 사익을 조금 양보하기보다는 사익만을 지나치게 주장함으로써 공익사업 추진을 어렵게 하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남해신문은 군민들에게 욕을 먹을지언정 ‘지엽적인 사고’가 아니라 ‘공동체를 생각하는 열린 시각’을 갖자는 주장도 덧붙여야 했습니다. 
넘쳐도 좋은 게 칭찬이라 했습니다. 우리는 칭찬을 인사말로 달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그러나 좋은 게 좋다는 식은 사회를 병들게 합니다. 입에 쓴 약을 권하는 사회, 입에 쓴 약을 달게 받아먹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 해 가장 큰 명절인 설을 앞두고 인사가 무거웠습니다. 대목이라지만 ‘올해는 가장 지출이 적은 설’이란 게 대체적인 여론입니다. ‘한평생이 서러운 부모님들에게 늦게나마 웃음이 번질 수 있는 날들을 선사해 드리자’는 어느 네티즌의 인사로 대신하려 합니다. 가족과 화목한 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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