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예의에 어긋난 줄 알지만 사안이 너무 급박하여 이렇게 여러 어르신, 선배님들을 급하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필자는 지난달 12일 오전 11시 군청회의실에서 ‘수능시험장 유캄라는 단 한마디만 듣고 참여해준 지역내 기관·단체장, 군민들에게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초청장, 공문 한 장 없이 그것도 하루 전날 전화통화로만 늘 바쁜 위치에 있는 분들을 불러모았으니 죄송한 마음이 이를데 없었기 때문이다. 또 남해교육연대와 남해여성정책포럼은 이 사안을 가지고 이미 활동을 벌이고 있었기에 ‘중간에 끼어 든다’는 오해를 살까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급박한 일정에서 일을 빠른 시간에 성사시키지 못하면 사천지역에만 시험장이 설치되어 남해 유치는 영영 물 건너 갈 수도 있다는 절박함 때문에 본사 직원들의 동의와 일부 기관단체장들의 긴급논의로 일을 벌이게 된 것이었다.
군내 기관단체장들만 80여명이 참여했으니 군내 모든 기관단체가 다 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물론 많은 관계자들이 놀랄 만큼 많은 분들이 참여한 만큼 ‘수능시험장 유치관련 긴급대책회의’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가면서 진행된 회의에서는 남해수능시험장유치범군민추진위원회가 즉석에서 결성되었고, 지역을 대표하는 부군수, 군의회 의장, 도의원, 이장단협의회장, 학교운영위원협의회장을 공동대표로 모시고 20명의 집행위원을 선임했다.
추진위원회는 범군민 서명운동, 교육감 면담, 군민·단체별 청원운동, 지역출신 지도층에 대한 지원요청, 홍보물 작성, 학교운영위원회 등 교육관련 단체의 긴급회의 개최, 군의회 등 관련기구의 건의서·결의문 발표, 당위성에 대한 대언론 홍보 등 여론조성, 각 단체별 현수막 게첨, 서명운동 참여단체 조직 등 일사분란하게 할 일과 일정을 정하고 발빠른 활동에 들어갔다.
그야말로 모든 군민이 하나되어 해변에 밀려드는 파도같은 움직임을 보여줌으로써 경남교육청을 처음부터 주눅들게 만들었다. 농어촌 수험생에 대한 지역차별 해소라는 명확한 정당성과 후배사랑의 한결같은 마음은 일주일만에 군민, 향우 2만여명의 서명을 받아내는 성과를 만들었고, 처음에는 부정적이던 일부 경남지역 언론의 관점을 바꾸어놓았다.
아직 목표의 100퍼센트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수능시험장 남해유치라는 큰 틀은 이미 이루었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발 더 나아가는 일이 남아 있다. 비록 어려운 길일수도 있지만 그동안의 경과를 되짚어보면 앞으로 교육분야의 지역차별 해소라는 큰 과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게 된다.
이같은 과정을 겪으며 필자는 두가지 단어가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그것은 ‘반성’과 ‘희망’이었다.
먼저 십수년전부터 남해신문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수능시험장 설치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지만 오늘날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남해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청소년에 대한 배려라는 점에서만 보아도 매우 핵심적인 사안이었는데도 지역의 여러 가지 현안에 묻혀 메아리로만 맴돌고 있었다는 것은 우리 어른들 모두가 반성해야 할 문제이다. 눈 앞에 있는 경제적, 정치적 이익에만 너무 몰두해 온 탓이 아니겠는가.
또 하나는 각계각층 또는 정파간의 분열로 인해 남해 지역발전의 큰 틀에서 함께 힘을 합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반성이다. 물론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모든 일을 같이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남해지역 발전을 위한 대의 속에서 함께 힘을 합할 수 있는 일들은 너무나 많다. 비록 차이는 있지만 지역발전이란 대의 속에서 최대공약수를 찾아가는 노력을 지금껏 소홀히 했다는 점이 또 하나의 반성이다. 옳고 정당한 일을 공정하게 평가해주고 참여하지는 못할망정 비비 꼬아서 애써 의미를 축소시키거나 왜곡하는 것은 반드시 없어져야 할 병폐의 하나이다.
반성을 토대로 한 새로운 계획은 희망을 낳는다.
남해수능시험장 유치운동은 이 같은 반성의 토대위에서 희망을 만들었다. 군내의 대부분 기관단체들과 군민들은 이 대의에 동참했고 적극적인 행동을 했다. 우리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한 논의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물론 각각의 단위가 하나의 마음으로 움직인 것이 아닐지라도 지역발전을 위한 최대공약수에 함께 행동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었다.
남은 과제는 이 희망의 싹을 부러뜨리지 않고 소중하게 키워가는 것이다. 본지는 그 길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한다. 많은 군민들이 이 길을 함께 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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