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지난 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도 처리되지 못하고 2월 임시국회로 그 처리가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농민들은 한-칠레자유무역협정 발효로 인한 농업분야의 막대한 피해를 우려하며 2004년 더블유티오(WTO) 디디에이(DDA) 협상 이후로 국회비준 논의를 미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음에 비준반대에 소극적이었던 농촌출신 국회의원 또한 농민들의 투쟁에 밀려 농민들과 같은 주장을 하며 국회 본회의 표결처리를 실력으로 저지했다.

그러나 정부는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칠레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야 수출위주의 우리 경제를 살리고 국제신인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를 앞두고 외교통상부가 국회의원들의 비판에 답하는 반박자료를 발표했고 이에 대해 다시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재반박자료를 발표했다. 이 두 반박자료의 전문을 소개한다. 한-칠레자유무역협정을 둘러싼 농민단체와 정부의 논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편집자 주>


<자료1 -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실>

 

정부는 한-칠레FTA가 잘못 체결된 협정임을 솔직히 인정하라!!

- ‘국회의 한-칠레FTA 비판에 대한 외통부 답변'에 대한 반박 -

 

첫째, 한-칠레FTA는 국가적 손실만 가져다 줄 잘못된 협정으로 무능한 외통부의 졸작입니다.


국회에서 의원들이 한-칠레FTA가 외통부의 한건주의의 산물이라 지적하자, 이에 대해 외통부는 한-칠레FTA 추진은 반년간에 걸쳐 공문서를 통한 의견교환 및 관계부처간의 수차례 회의를 통해 신중한 검토를 거친 적극행정의 산물이라 항변했습니다. 적극행정이라 함은 회의와 토론 회수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의 여부입니다.


한-칠레FTA는 국가적 이익 없이 농업부문에 막대한 피해만 줄 따름입니다. 우리나라의 對칠레 무역수지는 7년 이상 적자를 내고 있으며, 2002년에는 3억달러 적자(수출 4억5000만달러, 수입 7억5000만달러), 2003년에는 10월까지 4억4000만 달러 적자를 내는 등 갈수록 적자규모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對칠레 주요 수출품목은 석유화학과 자동차 등이다. 정부는 비준 연기로 자동차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감소해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금액점유율은 오히려 상승했으며(실제 판매대수 차이는 거의 없음) 2003년 현대차의 수출이 급증한 것을 볼 때 결국은 품질과 유통 전략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또 2002년 한 해 10대 수출품목중 석유제품(354%), 합성수지(43%), 고무제품(11%), 선재봉강 및 철근(10%) 등은 오히려 수출이 증가했습니다. 더욱이 칠레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이 자동차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칠레 FTA로 우리가 얻는 것은 6% 관세 면제인데 그 실익은 우리 환율이 72원 오르는 가격효과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칠레뿐만 아니라 남미 주요수출국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에도 최근 모두 무역적자를 내고 있는데, 그 이유는 FTA 체결이 안 되어서가 아니라 최근 이들 나라의 환율이 200~300%씩 올랐기 때문이다.


결국 품질과 특히 환율 등을 고려해 보았을 때 공산품 수출증가는 미지수이고, 농업부문에만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한-칠레FTA는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둘째, 정부는 칠레가 농산물 수출대국이라 인정하면서 농산물 강국이라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하는데 이는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정부는 칠레는 몇 가지 과실에서 경쟁력이 있을 뿐, 일반적인 의미의 수출대국이나 강국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칠레의 상품 수출액 182억달러(우리나라의 10% 수준)중 농산물 수출은 28억 달러(2000년 기준)로 우리나라의 2.2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또 농산물 분야에서 매년 14억달러(1996년~2000년 평균)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칠레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 15억 달러(2000년 기준)는 농산물 무역수지 흑자와 동일한 수준입니다.


이는 칠레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농업강국임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셋째, 한-칠레FTA 국회비준을 WTO DDA 협상 이후로 연기한다고 해서 수출과 대외신인도가 급격히 하락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는 칠레-뉴질랜드, 칠레-파나마 FTA는 협상과정에서 중단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한-칠레FTA는 완결된 외교문서로서 연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질서의 지휘자임을 자처하는 미국조차도 2000년 12월까지 국가간 맺은 투자협정(BIT) 45개의 체결일로부터 비준일까지 걸린 평균기간이 3년이었습니다. 이 중에는 10년이 지난 후에야 비준된 사례도 있으며, 더욱이 양국간 아직까지 비준이 안 된 협정이 15개이고 그 중에서 미국 의회가 비준을 않고 있는 협정이 8개나 됩니다.


따라서 우리도 국익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한-칠레FTA 비준논의를 WTO DDA 협상 이후로 연기시키는 것이 타당합니다.


넷째, 통상협정에서 농업보호에 소극적인 우리 정부의 협상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일본의 예처럼 무역협정에서 농업부문 제외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정부는 싱가포르가 농업 생산이 미약하기에 일본과의 FTA에서 농산물이 제외된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농업보호를 위해 농업약국과 우선 협정을 맺은 일본의 통상전략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옳습니다.


또, 한-칠레FTA에서도 칠레는 자기나라가 자신이 없는 금융부문을 제외 했습니다. 설령 WTO가 모든 무역에 대한 예외조항 없이 관세철폐를 해야 한다고 해석하더라도 오늘날 국제통상의 현실은 자국이 보호해야 할 산업에 대해서는 협정에서 제외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칠레만 하더라도 베네수엘라와의 무역협정 체결시 전체의 9%가 넘는 품목에 대해서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시켰습니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는 문화산업이 완전히 배제되었으며, EU-멕시코FTA의 경우에도 민감한 농산물에 대해서는 WTO의 농산물시장개방일정 등과 조화되는 방식과 범위 내에서 추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 정부도 통상협정에서 농업부문 제외를 위해 더욱 적극적 협상태도를 견지해야 합니다.


다섯째, 농림부는 잘못 체결된 한-칠레FTA 비준동의안 통과에 사활을 걸 것이 아니라, 주무부처의 본 임무로 돌아가 한-칠레FTA 피해대책과 WTO DDA / 2004년 쌀 재협상 등 수입개방에 따른 농업대책 마련에 온 힘을 다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유명한 쿠즈네츠 교수는 “후진국이 공업화를 통해 중진국으로 도약할 수는 있지만, 농업과 농촌의 발전 없이는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세계 곡물 유통량의 80%를 4개의 곡물메이저 회사가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농업은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한 안보입니다.


우리 400만 농민은 정녕 한-칠레FTA 비준이 불가피하다면 백 번, 천 번을 양보해서 한-칠레FTA 논의를 WTO DDA 협상 이후로 연기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정부는 FTA는 양자간 협정이고, DDA는 다자간 협정이기에 전혀 연관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FTA와 DDA가 형식적으로는 별개의 사안처럼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깊은 연관성을 맺고 있습니다. 주요국들이 FTA를 맺으면서 예민한 품목에 대해서는 DDA 협상 이후로 논의하기로 한 예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한-칠레FTA 논의를 DDA 협상 이후로 연기할 것을 요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국가적 실익도 없는 한-칠레FTA를 단순히 대외신뢰도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준을 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군대가 없어도 나라는 유지되지만 식량이 없는 국가는 일주일도 버티지 못합니다.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식량주권만큼은 지켜내야 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 충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함에도 대책 없는 밀어붙이기식 비준강행은 명분이 없습니다.


둘째, 한-칠레FTA가 국회비준을 받게 되면 곧바로 발효되기 때문에 이후 WTO DDA / 쌀 재협상에서 우리의 협상력이 떨어집니다.


우리는 칠레와의 FTA에서 1000여 품목이 넘는 농산물에 관세철폐 약속을 한 만큼 한국이 주장하는 개도국지위 유지, 관세, 보조금감축 최소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더욱이 미국, 호주를 비롯한 케언즈 그룹(농산물 수출국 중 농산물수출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나라들의 모임)들이 우리가 약소국 칠레와 무관세에 가까운 협정을 체결한 것에 비추어 자국과도 칠레 수준의 관세감축을 요구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이는 결국 WTO, 쌀 재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셋째, 이후 DDA 결과는 개방에 있어서 국제적 표준(Global Standard)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한-칠레FTA도 국제적 개방수준에 준하여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국제 농업통상 협정 결과에 기초하여 한국농업의 피해 폭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아무리 개방이 대세라도 FTA를 몇 개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개를 맺더라도 얼마만큼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정부는 한-칠레FTA가 얼마만큼 국익에 실효성이 있는지를 국민들에게 우선 설득하고 공감을 얻어야 될 문제이지, 그러한 노력 없이 단순히 대외신뢰도 운운하며 비준강행을 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명분도 없습니다.


국익을 위해서 한-칠레 FTA 비준 논의는 WTO DDA 협상 이후로 연기하여야 합니다!!

<자료2 - 외교통상부 >


한-칠레FTA 비판에 답합니다

- 국회의 한-칠레FTA 비판에 대한 외교통상부의 반박 -


국회 관련 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일부 의원으로부터 제기된 한-칠레FTA에 관한 비판에 대하여 한-칠레FTA 협상에 참여한 실무자로서의 의견을 아래와 같이 밝힙니다.


첫째, 한-칠레FTA는 한건주의가 아니라 적극행정의 산물입니다.

한-칠레FTA는 우리나라가 자발적으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통상정책을 추구한 최초의 사례중 하나로 평가되어야 마땅합니다. 1998년은 우리가 사상 처음으로 주요국들과 단계적으로 FTA를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그 첫 상대방으로 칠레를 선정한 해입니다.

당시는 우리나라, 일본 등 2〜3개의 극소수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미 많은 FTA나 관세동맹 등 지역협정을 체결한 상태에서 이를 더욱 확대,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한-칠레 FTA는 우리가 오랜 기간 도외시하고 있었던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뒤늦게나마 동승하려고 애쓴 노력의 일부입니다.


또한 한-칠레FTA 추진은 반년간에 걸쳐 공문서를 통한 의견교환은 물론 실무자급 회의, 국장급 회의, 차관보급 회의와 국무조정실장 주재 차관회의 및 국무총리 주재 장관회의 등 관계부처간의 여러 단계에 걸친 충분한 토론과 신중한 검토를 거쳐 결정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를 외교당국의 무지와 한건주의의 산물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봅니다.


같은 맥락에서 과채류에 피해가 예상된다는 농림부의 의견을 외통부가 묵살했다는 것도 정부정책 조정과정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적절치 못한 지적으로 판단합니다. 어떠한 정책이든지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코자 하는 부처와 반대하는 부처가 있는 것은 당연하며, 그렇기 때문에 국익차원에서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조정하는 절차가 있는 것입니다.    


정부의 조정절차는 일개 부처가 다른 부처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묵살하고 몰아붙일 수 있도록 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협상 초기에 어느 부처가 낸 의견은 조정과정에서 반대의견을 만나 얼마든지 다른 방향으로 결론이 날 수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과채류에 대한 농림부의 피해 우려는 최종 협상결과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둘째, 정부는 칠레 농산물이 국내 농업의 보완재라고 설명한 바 없습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공산품, 칠레는 일부 농산물과 광산물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어 산업구조가 상호보완적이며, 따라서 한-칠레FTA 체결시 다른 나라에 비해 기대이익이 큰 반면, 산업피해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해 왔을 뿐 농산물 자체가 보완재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FTA로 인해 농업에 어느 정도의 피해가 있을 것인가를 판단할 때는 칠레가 농산물 수출대국이라는 막연한 이미지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품목의 양허내용이 협정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가로 따져야 합니다. 칠레는 세계 농산물 수출의 0.6〜0.7%를 차지하는 정도로서 일반적인 의미의 농산물 수출대국이나 강국이라고는 하기는 어려우며, 몇 가지 과실에서 경쟁력이 있을 뿐입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큰 곡물류나 육류의 수출은 거의 없습니다. 정부는 과실부문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협상의 목표로 삼았고, 협상결과 이러한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였다고 자부합니다.(예를 들어 사과, 배는 자유화대상에서 제외하고 포도는 겨울철 수입물량에 대해서만 10년에 걸쳐 관세인하)


셋째, 칠레-뉴질랜드, 칠레-파나마 FTA도 중단되었기 때문에 한-칠레FTA가 비준이 되지 않더라고 대외신인도에 지장이 없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습니다.


어느 나라나 협상이 개시되기 전에 상호 탐색하는 단계에서나 또는 협상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중요한 문제에 대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에는 협상을 중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칠레FTA는 수년에 걸친 협상 끝에 최종안을 도출하였으며, 대외경제장관회의 의결 등 적법절차를 거쳐 협상결과를 수락하고 양국 대통령 임석하에 외무장관의 서명까지 마친 완결된 외교문서입니다. 따라서 협상과정에서 중단된 칠레-뉴질랜드FTA나 칠레-파나마FTA와 비교될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넷째, 일본을 예로 들어 농산물이 포함된 FTA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일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FTA에 관한 한 걸음마 수준입니다. 또한 일본이 현재까지 체결한 유일한 FTA인 일-싱가포르 FTA는 싱가포르가 농업생산이 없고 관세가 모두 자유화되어 있는 도시국가라는 점에서 적절한 비교대상이 될 수도 없습니다.


또한, 일본이 마지막 순간에 난항을 겪고 있는 멕시코와의 FTA에는 농산물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고, 최근 일본이 협상을 개시한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국가들과의 FTA에도 농산물이 당연히 포함된다는 설명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이제 한-칠레 FTA 비준문제는 충분히 논의되고 보완대책도 마련되어 있는 만큼 조속히 비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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