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란 세월은 참으로 빠르게 흘러간다. 이웃 문신수 선생께서 작고하신 날이 작년 5월 11일이다. 한 달만 더 있으면 선생의 1주기가 다가온다. 그동안 필자는 선생의 애향정신을 어떻게 이을 것인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해왔지만 부족한 능력 탓에 이렇다할 계획서 하나 만들지 못하고 헛날만 보내왔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선생의 1주기를 맞이하면서 '마냥 이렇게 망설이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 세상을 향해 무슨 말이라도 해보자'는 조급한 마음이 앞서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다.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선생을 흠모하는 마을을 가진 모든 이들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마음 속의 열정이 크다고만 해서 풀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 마찬가지 마음일 것이다.   

사실 그동안 남해문학회나 경남문인협회 등 선생과 사귀어온 많은 문인들은 선생의 문학비만이라도 세울 뜻을 가지고 그 실현 방도를 모색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문학비를 세우자는 안에 대해 필자나 유족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유족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선의를 거절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지만 필자는 다소 자유로운 위치에서 문학비를 세우자는 안에 무언으로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선생의 애향정신과 문학적 업적을 제대로 계승하기 위한 징표로 문학비를 세우자는 뜻에는 동의하나 그것으로 우리가 할 일을 다한 것처럼 자족하면서 거기서 그치고 말 것이라면 차라리 안 하니만 못하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선생의 정신과 업적을 제대로 계승하기 위한 뚜렷한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해나갈 힘이 없는 필자로서 자칫 말만 앞세우는 결과를 초래할까봐 굉장히 조심스럽기만 했다. 이런 필자의 처지 역시 선생을 흠모하는 모든 사람들의 처지와 다르지 않을 것이리라.

너무나 급작스럽게 선생님을 보낸 뒤 필자는 먼저 당신의 작품만이라도 다 읽어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선생의 작품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틈틈이 읽어오고 있다. 7권이나 되는 창작집, 그리고 정확히 몇 편이나 되는지 헤아리기도 힘든 글편들을 다 읽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젠가는 선생의 삶과 문학을 재조명하는 글을 써 보겠다는 생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선생의 애향정신과 문학적 업적을 제대로 계승할 수 있을까? 필자는 선생이 남긴 모든 것을 향토의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킬 때만이 선생의 애향정신과 문학적 업적을 제대로 계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선생의 뒤를 이을 향토작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해나가는 사업을 펼칠 때 비로소 선생의 애향정신과 문학적 업적을 제대로 계승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속에서 문학비 건립, 생가보존 등 선생을 추모하는 모든 사업들이 하나씩 순서를 잡아 배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생을 흠모하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기념사업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우선은 선생의 장례위원회에 참여했던 모든 단체들과 유가족이 1주기 때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논의된 기본 안을 가지고 점차 논의의 틀을 확대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본지는 1주기에 맞춰 작은 토론회를 준비해볼 생각이다. 이 토론회에 지역사회와 자치단체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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