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신분에 따르는 도덕상의 의무로 초기 로마의 왕과 귀족들은 평민보다 앞서 솔선수범과 절제된 행동으로 국가의 초석을 다졌다.
포에니 전쟁 때 전쟁 세를 신설하여 재산이 많은 원로원 들이 더 많은 세금부담을 감수하게 했다. 그들은 먼저 기부를 하기 위하여 경쟁적으로 수레에 돈을 싣고 국고에 갖다 바쳤고 이것을 본 평민들도 앞 다퉈 세금을 내게 됐다. 전략적 기획과 가진 자의 솔선수범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결과였다.
전쟁으로 국고가 바닥이 나자 전시국채를 발행 유산계급, 원로원의원 및 정부요직에 있는 사람들만 구입토록 했고 평민에겐 전비부담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럼으로써 가치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러한 행동 양식은 중세와 근대사회에서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의 표본으로 간주됐다.
사회가 혼란에 휩싸이면 대중들은 본능적으로 움츠리며 소극적 자세를 취한다. 이를 방어적 퇴각이라 한다. 최근 경제위기를 맞은 우리나라에서 사회지도층 인사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강조되는 것은 이러한 방어적 퇴각으로부터 대중들을 참여의 장으로 불러내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창하게 위렌버핏이나 빌멜린다케이츠 재단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고개 몇 번만 돌려봐도 노년의 칼러를 정말 아름다운 색깔로 칠하며 사는 사람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자신의 처지와 형편으로 가능한 오블리제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럽과 미국의 예술가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천문학적이다. 그들은 공식적인 세금 외에도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이웃들에게 사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프랑스의 유럽공동체의장국 축하 세리머니 때 에펠탑을 블루조명으로 장식한 세계적인 조명예술가 '무슈기노'씨는 우리나라의 대형백화점, 올랜드 월트디즈니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간에 창조적 조명예술을 선보이며 명성과 부를 얻은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거주지인 아비뇽에 대저택을 짓고 사는데 집근처에 자기 집 보다 더 큰 공간을 만들었다. 그 공간은 아프리카 출신으로 프랑스에 와서 어렵게 사는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무료제공하고 있다. 그 공간에 들어갈 자격도 너무나 명확하다.
아프리카 출신이어야 하고 아직은 가난 하여야 하며 하고 싶은 분야가 분명해야 한다.
불법 입국자든 합법 입국자든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진 자의 뚜렷한 목표가 있는 용기 있는 행동 앞에 우리는 감동하는 것이다.
돈 많고 똑똑하다고 인생의 긴 여운을 모르는 사람이 섣불리 오블리제를 실천하겠다고 나섰다 실패하는 경우도 신중하게 생각하여야 한다. 가진 자의 명예만큼 그들이 짊어져야할 의무를 다한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존경받는 리더로서의 가치 있는 삶이 사회를 얼마나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인가를 고민하여야 할 때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참다운 인생의 목표가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있다는 것을 의식 있는 남해의 원로들이 앞 다투어 실천함으로써 신세계를 준비하는 후배들이 귀감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길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청년은 우리의 미래고 비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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