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 8일 본회의를 열어 지난달 30일 처리하려다 못한 한-칠레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재처리를 시도했으나 각 당 농촌출신 국회의원들의 표결저지로 또 다시 무산됐다.


이날 박관용 국회의장이 한-칠레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에 대한 찬반토론을 시작하려 하자 농촌출신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하고 의사진행을 막았다.

이에 박 의장은 2월 9일 열리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비준동의안을 처리한다는 것을 전제로 처리를 연기하고 산회를 선포했다. 박 의장은 “2월 9일에는 어떤 경우에도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처리할 것”이라며 “물리적인 방해를 할 경우에는 경호권도 발동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처리 무산 후 브리핑을 갖고 “국회가 약속한대로 2월 9일에는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 기대한다”며 “국제화시대에 비준동의안은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장의 강경한 자세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목전에 둔 농촌출신 국회의원들이 더욱 강력하게 도하개발아젠다 협상 타결 이후로 비준동의안 처리를 미룰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어 2월 임시국회에서도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비준동의안 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연계해 처리하기로 했던 농어업인부채경감특별법을 비롯한 관련 법안처리도 연기됐다.


국회 본회의 일정에 맞춰 이날도 어김없이 전국농민연대 회원 3000여명이 국회 앞에서 한-칠레자유무역협정 비준 저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집회장을 침탈해 농민연대 간부들을 연행하고 차량을 부수는 등 경찰과 농민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농민들은 7일부터 상경해 밧줄로 몸을 묶고 시위를 벌이는 등 어느 때보다 비장한 각오로 투쟁에 임했다.


이날 국회 앞 시위에 참가했던 한농연남해군연합회 황종병 회장은 “농민들이 국회 앞에서 투쟁하지 않았다면 정부나 국회의원이 눈이나 깜빡 했겠냐”며 “다음 임시국회까지 싸워야 하지만 농민들의 힘으로 또 한번 승리를 챙겼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앞 시위에는 남해에서 한농연남해군연합회와 남해군농민회(준) 회원들이 참가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본회의가 열리기 전 박관용 국회의장과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표를 만나 한-칠레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본회의에 앞서 한나라당은 자유투표로 비준동의안을 처리한다는 당론을 정하기해 한때 농민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6일과 7일에는 농민단체들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한-칠레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에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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