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관호 남해신문 발행인                                     
  

2003년, 그믐밤이 저물자 어김없이 군내 도로 곳곳은 해맞이 인파로 붐볐습니다. 시린 새벽 기다림을 견뎌 마침내 해오름을 본 사람들은 작은 소망 하나씩을 챙겨들고 서둘러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새 해 첫날 아침, 신성한 해맞이를 했으니 한해가 만사형통 하리라. 그런 소망 하나라도 부여잡아야 이 척박한 시절을 견뎌낼 수 있으리라. 어찌 보면 무속 같은 민초들의 바람이 한 해의 끝 밤을 삭혀 새해 아침을 들어올렸습니다.   

그런 새해를 열네 번째 맞으며 '일신우일신' 해온 남해신문이 어느새 670호, 2004년 첫 호를  독자님들께 보내드립니다.

남해신문은 지난 14년 간 에오라지 '미래, 남해의 좌표'를 찾아 미로속을 헤쳐 나왔습니다. 하지만 유독 올해 들어 남해신문의 새해는 정당한 언론의 비판을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권력의 협박을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아시다시피 사회적 공기 정화를 목적으로 비판적 입장도 견지하는 게 언론의 과업입니다. 나아가 새해 벽두는 서로가 허물은 덮어주고 덕담 한마디 건네는 넉넉함이 우리네 미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군사독재시절에나 내뿜던 살기 등등한 새해인사에 오금이 저려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해신문이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가지겠다'는 대명제를 비켜가지 않을 것입니다. 모두가 다 '예'라고만 하는 한편으로 '아니오'라는 목소리가 있어야만 비로소 세상 균형이 바로 잡히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바른 언론이 존재하는 당위성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하영제 군수께는 새해에는 남해신문의 비판도 겸허하게 수용하는 큰 귀와 눈을 가지고 큰 정치를 하시길 권합니다.  

남해신문은 새날을 열며 8760시간, 분으로는 52만5600분을 예치했습니다. 신년호를 만드는데 벌써 사흘 치 시간을 써버렸지만 예치한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 깊이 고민합니다.

근본적으로 '더 좋은 신문'을 만드는 일에 모든 시간과 열정을 쏟겠습니다. 군내외 남해사람들의 삶터로 달려가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 기쁨과 슬픔, 분노를 생생히 담겠습니다. 소외된 사람들과는 희망을 나눠 갖는 신문이 되겠습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올해는 '남해사랑의 집'을 마무리짓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야말로 다사다난했습니다. 여느 해보다 벅찬 설렘과 기대로 출발했던 지난해였습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민초들의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궁핍해졌습니다. 조폭수준을 넘어선 정치권은 '차떼기' 정치자금으로 서민들에게 희망 대신 좌절을 주었습니다. 급기야는 '비리주범 국회의원 체포 동의안' 마저 부결시키는 몰염치로 우리네 정수리까지 꺾어 놓았습니다.

그렇다면 삶의 씨줄은 우리들 스스로 엮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한쪽의 날 줄은 군과 의회입니다. 씨줄과 날줄을 묶어 하나되는 온전한 공동체, 남해군의 새날을 열어 가는 일에 비판자와 조력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지나고나면 부질없을지라도 누구나 이런 저런 소망들을 갖는 새해입니다. 부자가 되는 꿈, 직업을 갖는 것, 건강을 챙기는 일, 적금을 찾는 기쁨,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것... 이런 모든 것들이 순조롭게 이뤄지길 바랍니다.

아울러 모두가 남들만큼 잘사는 한 해였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남들이 잘 살아야 나도 잘사는 것이니 이야말로 더불어 사는 세상이 아니겠습니까. 건강한 남해공동체, 오늘보다 나은 남해의 내일을 만들어 가는 길에 남해신문이 함께 가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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