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새해 아침이 밝았다. 새 대통령을 뽑아놓고 새해 아침을 맞이했던 지난해 우리 국민 모두는 이제 이 나라가 새롭게 바뀔 것이라는 커다란 희망을 가슴에 품고 일터로 향했었다. 그러나 새 대통령이 운영하는 2003년 이 나라는 국민들에게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한해를 살게 했다. 이 땅의 민중들은 2003년을 살면서 일하고 싶은 의욕조차 잃어버렸다.

2003년에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2004년으로 넘어온 한국정치는  우리 사회를 극심한 혼란과 파국의 위기 속으로 내몰지 않을까 걱정된다. 2003년 한국정치는 그럴 조짐의 근거들을 너무 많이 2004년으로 넘겼다.

민중들이 희망을 찾을 곳이라곤 정치밖에 없다.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를 바로 세우는 사람도 결국은 민중들이다. 정치가 만들어낸 2004년 한국사회의 극심한 혼란과 위기를 극복할 사람, 정치를 바로 세우는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도 우리 민중들이다. 절망의 정치를 희망의 정치로 바꾸어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새해 아침에 품어야 할 희망이다. 

2004년 4월 15일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돼 있다. 민중들이 고생을 덜 하면서 정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바로 총선이다. 표로써 한국정치를 바로 세울 희망을 새해 아침에 민중들 스스로 가슴에 품어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썩은 정치를 표로써 바로 세운 경험은 우리 역사에 많지 않다. 오히려 민중들이 거리로 달려나가 어깨에 어깨를 걸고 정권에 대해 직접적인 투쟁을 전개함으로써  정치를 바로 세울 뻔한 경험이 훨씬 더 많다.

한국정치의 위기는 한국 정치권력의 환영을 받으며 국내로 들어온 거대 미국자본, 즉 그 자본의 이익을 초국적 권력으로 지켜주는 미국의 요구에 꼼짝도 못하는 한국정권의 허약한 체질에서 비롯된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체제'를 군말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허약한 정치체질을 우리는 바꿔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권과 수구언론, 거대재벌기업들은 그런 구조에 비굴하게 기생하기만 할 뿐이다. 한국만의 비극이랄 수 있는 북핵문제, 이라크파병, 한-칠레자유무역협정들의 뿌리가 여기에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 '미국에 당당하겠다'는 공약으로 민중들의 표를 얻었다. 그러나 그것은 감언이설에 불과했다. 노 대통령은 위 세 가지 중 한 가지도 당당하지 못했다. 불법정치자금 공방으로 정치는 민중들의 희망을 소진시켜 버렸다. 그 결과는 사회적 약자인 중소기업인이나 영세상인, 농어민들만 더욱 죽어나는 세상, 2004년 새해 아침의 한국이다.

이제 16대 국회의원들의 임기도 얼마 남기지 않았다. 2004년은 민중들이 나서서 그들에게 철퇴를 가함으로써 정치를 바로 세울 때이다. 사회적 약자, 민중들의 희망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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