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밤
거북한 밤
검은 돈 오간 밤
국회의원 앉아서
수백억 받아먹을 때
국민은 죽어간다
나라는 쓰러진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으로 시작하는 캐롤의 개사곡이다. 성탄절을 맞아 정치권의 불법정치자금 수수를 풍자해 인터넷에서 불려지는 노래다.

언제는 국민들이 정치권의 부정부패를 몰랐을까마는 올해처럼 그 진상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본 경우는 없었다. 정권에서 고삐가 풀린 검찰이 여기에 일조를 했음은 물론이고, 정치인들과 검찰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은 언론 또한 좋든 나쁘든 큰 역할을 했다.

불법정치자금 공방이 끝나기도 전에 이제 정치개혁법안을 두고 정치권이 또 한번 후안무치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자문기구인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마련한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개혁안을 국회가 난도질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법개혁안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현행 선거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좀 더 합리적이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을 뺀 야 3당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개혁이 아닌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불법정치자금 문제로 그토록 싸우던 정당들이 선거법개혁안에 대해서만큼은 철통같은 공조체계를 보이고 있어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 된 모습을 국민들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선거구 획정 문제 하나만 보자.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는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당적 보유자나 국회의원을 배제하고 선관위가 추천하는 시민사회단체 11인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개혁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야 3당은 현행대로 국회의원이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맞섰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것이 어디 말이 되는 주장인가. 사회 어디에서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이해관계자를 배제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에서 야 3당의 주장은 자신들의 염치없음을 스스로 발가벗고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선거에 대한 게임의 법칙을 만드는 선거법개혁안에까지 동의는커녕 칼질을 가하는 국회를 국민들은 과연 입법기관으로 인정해야 하는가. 정치자금법이나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에 대해서만큼은 당분간 국회의 입법권을 뺏어야 한다는 주장이 이래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2004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남해로 돌아와 보자. 유력한 출마예상자 두 사람은 제각각 당선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남해의 행사장을 누비기도 하고 중앙에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자신은 불법정치자금에서 비켜나 있고 정치관계법 개악과는 거리가 멀다고 안도할지 모르지만 뻘 구덩이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군민들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알았든 몰랐든 지난 각종 선거에서 중앙당에서 불법으로 조성한 정치자금을 받아 지역에서 혹은 광역단위에서 선거를 했음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소극적인 의미에서 공범이라는 말이다.

군민들은 두 사람에게 정치개혁에 대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을 요구한다. 숨어있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혀야만 군민들이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자리를 새해부터 남해신문이 만들어주겠다. 군민들이 알아야 할 것을 단도직입적으로 물어 가감 없이 지면에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인의 부정부패와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군민들과 함께 남해신문은 소중한 표가 부패의 자양분이 되는 일은 절대 없도록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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