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들을 보고 있노라면 ‘망각과 기억’을 자신을 위한 보호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종종 느낀다. 그럴 때마다 ‘어쩌면 이렇게 어른들과 똑같을까?’ 하고 인간의 본능을 절감하곤 한다. 우리 1학년의 재미있는 특성 중 하나는 다툼이 잦다는 것이다. 나는 그 다툼을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해결해 주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은 양보가 없고 마음에 생겨나는 욕심을 자제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툰다. 특히 1학년은 ‘듣기’가 잘 되지 않아 친구들과 놀면서 의견이 맞지 않으면 상대방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의 주장만 내세운다. 그러다 싸움이 일어나 자신이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되면 담임을 찾게 된다. 그럴 때 보면 자기가 한 행동과 한 말은 전혀 기억을 못 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남이 한 행동과 말은 정확하게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이 땅콩들아, 사람은 싸우기도 하고, 실수도 하면서 살아가지만, 선생님이 바라는 사람은 자기가 한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선생님은 비겁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고 타이르곤 한다.
우리 반 보석 11호는 반에서 눈이 제일 큰 남자 아이다. 그리고 제일 예의가 바르고 공손하다. 남자 아이가 어쩌면 저렇게 싹싹하고 반듯할까 싶을 때가 많다. 학습활동 결과 보상을 할 때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몸에 배어 아주 자연스럽게 나온다. 친구들과 놀 때도 학습 활동이나 신나는 놀이 활동을 할 때도 정해진 규칙의 선을 넘어서는 법이 없이 그 테두리 안에서 활기차고 똑똑하고 정확하게 친구들과 잘 어울려 활동한다. 거기다 남자 아이가 노래와 춤이 수준급이다. 몸놀림이 아주 유연하고 세련되며 아무리 크게 소리를 질러도 그 음성은 귀에 거슬리지 않는 부드러움이 있는 보석이다. 공부도 잘하여 학습 활동 중에는 어찌나 진지하게 눈알을 굴리면서 온 힘을 다하는지, 하도 대견스럽고 귀여워서 한 번은 내가 “○○야, 눈 흘러나오겠다.”라고 웃으며 말했더니, 그게 농담인 줄 알아차리고 씨익 웃었다. 남에게 피해주는 행동을 하지 못하고 옳고 그름을 구별할 줄 아는 선량한 아이이고, 급식소에서 식사를 다하고 나면 내게 와서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며, 물건을 건네받거나 줄 때도 두 손으로 공손함을 표할 줄 아는, 말과 행동이 내 마음 깊이 와 닿는 예절보석이다.
그 다음 12호 보석은 우리 반에서 키가 작아 줄 맨 앞에 서지만 아주 단단한 보석이다. 그림, 발표, 수학, 등 못하는 게 없고 기억력이 아주 좋아 지난 시간의 공부 내용을 질문하면 보이는 기억력으로 신나게 거의 다 알아맞히는 아주 똑똑한 보석이다. 그러다가 어떨 때는 답이 틀리면 기억의 샘 속에 있는 모두를 줄줄이 다 말한다. 그러다가 다른 친구들이 답을 알아맞히면 에잇, 하면서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공부욕심이 대단함을 느낄 때가 있다.

 
친구의 날 행사로 우리 반 친구 얼굴 그리기를 하였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겨우 몇 사람 그렸을 때 이 보석은 서른두 명을 거의 다 확실하게 그려가고 있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고 칭찬을 해주었다. 색칠할 때 옆에서 지켜보면 이 보석의 색감선택 능력이 뛰어남을 곧 알 수 있다. 이 보석은 크레파스만 가지고 놀아도 평생 심심하지 않을 것 같다. 자연과 사람을 자유자재로 화폭에 담을 수 있는 행복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먼저 하고 많이 노는데도 일가견이 있고, 친구들과 다툴 때도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관철하는 특징도 있다. 알림장을 쓰면 제일 먼저 교실을 벗어나려하여 어떨 때는 내가 가르치는 공부가 재미가 없었나하는 생각을 들게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서운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똑똑한 이 보석의 단점은 열심히 하면서 주변을 정신없이 흩어놓는 것이다. 수업 한 시간을 하고 나면, 책이며 공책 필통안의 모든 것들이 밖으로 나와 세상 구경을 하고 있다. 정리를 하면서 공부를 하라고 해도 그 게 잘 안된다. 아마 마음이 바빠서 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별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왜? 정리정돈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고 있는 알이 꽉 찬 보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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