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찜을 먹다 -이상미- 들소같은 하루였다 시간은 늘발굽소리를 내며 다가 왔다안장을 걸치면가장 빨리 가슴 아파 오는 곳그 여린 마디 어디쯤에숨어 있는잘 풀어지지 않는천연 색소 그 초조함을 한 두근쯤눈속임으로 팔아 오늘은부끄러운 나의 꼬리를먼저 감추었다 -시작노트-막 모퉁이를 지날때였다.소꼬리찜 집이라는 간판 안에 오십대 중년의 남자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봄밤 -이상미-야릇하게 젖어드는수상한이 고요속에천년 전달빛자궁 휘적시며수청 들던저 여린 꽃잎들그 비릿한 피내음오싹허니치를 떨고 있는건 아닐런지-시작노트-꽃잎 무르익어가는 봄밤입니다.어느 시인의 말처럼 동물이 되고 싶은 식물들,지천으로 킁킁 암,수컷냄새를 맡는듯 합니다.봄밤의 기운은 늘 낮고 무겁게 느껴집니다.내 옆에 누워자는 권태로울 서방님도봄밤 만큼은 첫
마악비녀를 꽂고 앉아있는우물가로 만삭의 독을 이고어머니새벽을 길러 간다숨넘어가는어둠을가쁘게 호흡하며 금줄처럼하늘 향해목숨 하얗게 걸어놓고-시작노트-우물가로 가는 길은 늘 어두웠다.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이른 새벽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어머니는 총총히 우물가로 사라지셨다.그때마다 어머니를 영원히 놓칠까 괸한 조바심에잠을 설치곤 했다. 어렴풋이 꿈결에서나마 할
오래된 절 -이상미- 오래 버려 둔 빈 절의 주인은 아주 크고 온전한 한분의 고요이시다 티끌이 일지 않도록 소리를 다무신 채 빈 절간 안을 쓸고 계시다 때때로 만리 밖을 떠돌던 바람 뼈 한올 걸치지 않은 지친 그의 몸속에서 동자승 닮은 풀씨하나 깨우기도 하신다 놀라워라 못자국도 내지 않고 허공 속에 지으신 저 열락의 문 흔적 없는 그 길을 찾아야 나는 내
화룡산(花龍山) 계곡수구비쳐 흐른다산골짝이 돌틈으로 희괴(稀怪)진 눈알을 뒹굴면서 흐른다.차디찬 샘물이 흘러가는데가랑잎 하나가 따라갑니다.불어도 붙잡아도 흐르는 물에돌·바위 스쳐가는 참게가 있다.유규한 계곡수 돌과 바위 갈고 닦아모양도 둥실둥실 빛조차 깨끗한데키 높은 나무 아래로 흘러가는 물줄기 장구 치며 흐른다.
둥근 탁자 앞에 함부로 앉지 말라 나사에 목이 조인 흔적이 역력히 남아 있는 주검속으로 너 또한 덩그러니 사라질지니 맨발로 걸어 들어가 가만히 하루의 앙금 옆에 가라 앉지 말라 기다리는 것들로 더욱 고요한 문밖에는 앙금보다 더 무거운 내일이 때묻은 광맥을 가라 앉히며 늑골 깊숙히 초과돤 모래를 숨기고 앉아 있는 어둠 너의 지문을 슬프게 지켜 볼것이다 전갈에
호두 -이상미- 비상구도 없는 암흑속에서 까맣게 질려 죽은 어느 사내의 역력한 고뇌의 흔적 -시작노트-굳이 구도자가 아니더라도살면서 고뇌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어른으로 살아가면서 더 가중되어지는 현실,스스로 안식처가 없다고 느껴질때면 어릴적 서성이던뒷뜰의 작은 호두나무를 떠올리곤 했다.달빛이 마당 가득 했던 밤.무엇때문에 날을 지새웠는지는 기억
자개가 훈장처럼 박혀 있는 낡은 장롱 안방 아랫목을 독차지하던 아버지는 퇴역한 이래로 굳게 닫혀 있었다 경계하듯 바람은 늘 우리 집 문턱에서 멈추어 서고 할머니가 어머니에게 내리던 심심한 주문만 기억되는 곳 해걸이 하듯 어머니 천둥 같은 꽃을 또 피워 내면 까닭 없이 우리는 밤 새 웃자라야 했던 -시작노트-고향을 떠난지 벌써 사십년이 흘렀다.요즘처럼 햇살이
▲ -이상미(시인)- 불혹의 알몸으로도 간혹 봄산의 달거리와가을 밤의 수태를꿈꿔보기도 했으련만언제나삼라만상을 머리에 이고구도하듯조용히 천리향을 뿜고 있는 너밤마다 음과 양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거세하는갱년기의 슬픈 사내 -시작노트-어린 시절, 마루에 서서 까치발을 해야 만 보이는 산능선이 있었다.새벽녘이면 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 아버지는 그 산을 향해 집을
매서운 엄동설한도 이제야살며시 꼬리 감추고봄의 향 그혹하니 두터운 옷을 벗어 던지고봄차림 옷으로 갈아입네.앙상하게 겨울 지낸 나뭇가지에도 새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하네떨며 얼굴 찡그리고 서있던 동백도방긋 웃으며 붉게 꽃을 피우고앞들 논에는 얇은 비닐 이불로 덮고 한겨울 묵묵히 보내 온 마늘이 이제는 짙은 초록 옷으로 하루가다르게 단장하네온화한 어머니의 품
비릿하고 말간초유의봄 햇살 한 줌 훔쳐슬그머니죄의 반경을 빠져 나와꿈속으로 탈주를 한다하늘이정한짧은 공소시효로 내 영혼은잠시무중력 상태 -시작노트-살아가는 자체가 죄로 느껴지는 것은 비단 시인의 몫만은 아닌듯 싶다. 탐내지 않고 살아간다고 할수록 무거운 죄의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봄햇살 아래 무심히 조을다 보면갓태어난 아이만이 먹을 수 있는해
톡, ▲ 이 상 미 (시인) 어둠 속에꽃망울 터지는 소리아직은가슴 시린꽃샘철인데서툰 배내짓으로딸아이초봄의 꽃이 되네 -시작노트-여성이 된다는 것은, 몸 안에 또하나의 우주를 받아 들이는 일이다.바야흐로 만물이 발정하는 봄이 오고 있다.아무 것도 모른 채 고운 꿈에 잠겨있는 들판의 작은 꽃들.그 꽃망울들이 꽃을 피우기에는 아직 너무나 여려 보인다. 초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