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팔랑거리자봄하늘이 온통 꽃으로 덮이었다나비가 꽃을 두리번거리자사람들은 소식을 기다리고꽃이 나비를 떠나보내자젊은이들은 연금술사를 꿈꾸었다나비가 바다를 날던 어느 날외로운 사랑 하나 섬이 되었고그 섬에나비가 내려앉았을 때나비도 그만, 섬이 되었다
갓 핀 목련빗방울에 제 얼굴 비춰 보니꽃, 하늘, 산, 바다모두 담겼네꽃잎 하나 열리면봄도 따라 피고우주 하나 태어나고
지겟짐 쉬던 비탈에님께 드리던 개나리꽃나물바구니 놓았던 언덕에새색시 꽃치마 진달래꽃길동무들 걷는 길에는 세월도 야속한데봄날이 짧다고 이야기꽃
지난해 그대가 심어 놓은 애기수선화 새잎 나서 꽃이 필 텐데당신은, 오실 지꽃 저 먼저 필까차마, 못 보겠네
동백꽃 하나 따서봄 함께 오는 님 마중 나갔다가 그만, 눈밭에 빠졌네님이 손 내밀면빈손 털고 일어나겠네
스님, 봄이 왔는갑습니다.염불소리 흘러산 아래로 가겠습니다.저 벼랑을 기어치밀어 오르는 기도 같은 봄 물빛바위 끝에 서고벼랑에 매달려도아지랑이 몇 올에 감겨드는 산사스님, 봄이 출가를 했나 봅니다.졸다가, 상사바위 사연에, 새삼화들짝합니다.
요즘 들어 알 것 같네요당신의 세월도 간절했다는 걸 입을 가리니 마음의 창이 열리네요분주한 낮이 닫히면 빛나는 별처럼입김에 흐려졌던 눈빛이 맑아지네요당신의 눈말, 이제 들려요알 것 같아요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걸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옷고름 입에 문 듯당신 눈을 보면
물때 좋다고, 바지락 캐러 간다고헛간에 걸린 호미 먼저 들고동네 아지매들 불러소쿠리 안고 삽짝 나서더니어찌, 혼자만 안 돌아오셨는가요책으로 몇 권을 쓴다던 뻘밭 같은 사연썰물 지는 갯벌에 적다가, 저무는하늘에 던져버린 명주치마낮달 사라지듯그만, 너무 멀리 가버리셨군요반쯤 찬 소쿠리 아직 갯가에 뒹굴고 있네요
산이 다 얼어서설거지 대신발우공양을 한다산을 덜 어지르니빚진 마음이 조금 따시다
숲길 언덕 넘다가 발견한 나무 한 그루산으로 머리 두고바다에 뿌리 내린 작은 골짜기짠물 머금고 단물 내어쌀 짓고꽃 짓고노래 짓고나뭇가지에 자식들열매로 주렁주렁 달아구름 둥둥 안고 보듬고바람 부는 오늘은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가지에 매달려 있던 것들 안부를 묻는바닷가 마을은, 오래된 한 그루생명의 나무
슬플 때 오세요밀물이 모래밭을 적시 듯눈물로 젖어 보게요외로울 때 오세요석양에 엎드려 지는 해가 부르는 노래 같이 듣게요그리울 때 오세요목 길게 늘인 물새먼 시선 따라가 보게요기쁠 때도 오세요파도 위에 뒹구는 햇살처럼깔깔거리며 웃게요다시 오지 못해도애달파 하지 마세요겨울바다를 꿈꾸는당신 귓가에서 속삭이고 있을게요당신 곁에 누워서 낮은 눈으로 바라볼게요바다 가까이 내려온 태양이바다를 더 반짝이게 하잖아요
돌아가자 이제겨울도 깊은 곳에 이르렀다울퉁불퉁 식은 저 산등성이를 내려오며짧아지는 일몰의 시간불면으로 지내는 밤이 너무 길었다돌아가자 이제엉겨붙는 절망의 유혹 따위는검붉은 팥죽 휘저어귀신 쫓듯 털어 버리고지친 발을 담근 바다붉게 물들이며형벌같은 세월이라도돌아가자, 시지프스여굴러내려 온 저 무게다시 짊어지고유월의 푸른 봉우리에서뜨거운 숨을 쉴 때까지
사랑이 이루어진다고달 보며 솔숲길걷자고 말할 걸저 달보다니가 백배천배 더이쁘다고 말할 걸솔 내음 바닷바람보다니가 천배만배 더향기롭다고 말할 걸파도처럼영원할 거라고말할 걸모두 다, 사랑도달처럼 차고달처럼 기우는 지누구나 알지만
결국은 떠나야 할 것들이모두 매달려힘겨워 바들거리는마지막 달력 한장열두 칸 기차의 끝 칸저 간다고, 요란하게한 번 붙들어 보라고, 엄살에울고 불고 난리인데한 칸의 사연조차 제대로 묻지 못하고손 만 흔드는 이별나도 떠나야지 하면서또, 보내기만 하는 오늘
새들도 가보지 못한 낯선 바다심해의 이야기를 건져갈매기떼를 휘저으며입항하는 배항구는 무인도처럼여전히 적막하고오백살 먹은 나무들과이억살 먹은 자갈돌은 자주 듣는만선의 이야기언덕 위에 카페는 항구를 내려다보고사람들은,독일향 소세지 안주로독일맛 나는 맥주를 마시며아메리칸빌리지의 자유의여신상을 말한다그물을 치지 않는요트가 정박해 있는독일 색깔 지붕 아래, 물건항
그 쪼깬한 남새밭에무슨 지심이 그리 많다고날마다 후비는교?거기 쪼그려야가슴이 펴지요?흙살에 박힌돌 캐서 쌓은 담이하늘에 닿겄소!
그대 그리는 마음꼭꼭 숨기다가해도 기울고, 가릴 것이 없어저 하늘가에맹숭맹숭 걸어 놓았소연두 초록 세월에도묻어 두고 키워 온 것은오직 단심이라뭐라고 쓰더라도 붉기 만 할 뿐팔랑팔랑 갈피를 못 잡고얼룩덜룩 어찌할 줄 모르고바람없이 낙하해 버린단풍 잎 하나 그리 보내오온통 물든 저 산도그런 사연인 갑소
남면 소재지에 있는보물섬남면마트는, 원래는 남면서점지금은, ‘보물섬 남면마트 (구)남면서점’가을 해거름 거리노을빛 비칠 때 얼핏 보였다가하나씩 사라지는원래는 어린이들지금은, ‘어른들 (구)어린이들’짧은 낮도 적적해질 때 쯤마트에서 빗자루 하나씩 사서몰래 타고 가는 곳은(구)어린시절책 대신 이제는타임머신을 파는(구)남면서점
사람이나 나무나피란길처럼 줄지어살 곳을 찾아온 곳새끼줄에 달랑고향땅 흙 한줌 메고 와서저도 산다고 용쓰느라도시에 든 단풍이더 붉다
가슴 한가득 피어봉긋 솟아도꽃 없다 하네무심하다고하얀 눈물 흘려도 보지 못해기다리다 그냥터져버린 꽃다발하릴없이, 무화과꽃도 없이, 꽃 피고 지네